『小論 - 옛 추억 속에 묻혀버린 애정의 강』

글쓴이; 주  환

21세기 현시대에 들어서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볼 때마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아름다운 언어가 있는데, 그 언어는‘꽃편지’내지는‘꽃편지지’라는 언어이다. 생각해 보건데, 현시대의 초ㆍ중등학생들 역시도 지난 과거 20세기의 학생들처럼 연례행사이기도 했던 위문편지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세 들어와 위문편지라는 언어조차도 흔하게 들어볼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물며 새삼스럽게‘꽃편지’를 말하면 무엇하겠는가마는, 컴퓨터가 대중화 되고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부터 사라진 이름‘꽃편지’와‘꽃편지지’라는 언어는 그야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으리만큼 1980년대 이전에 출생한 세대들에게는 인생의 한 장을 장식하고도 남을 언어라고 생각해 본다.

 현시대에 들어서는‘꽃편지’대신 이메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나, 이메일은 단순히 기계적인 형용사일 뿐, 오고가는 정감도 애정도 느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또한, 이메일로 연애편지를 쓴다는 말은 그리 흔하게 들어본 예도 없거니와 주로 업무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꽃편지’와‘꽃편지지’라는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나이가 들어서도 비 내리는 날이나 눈 내리는 날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문방구에 들러‘꽃편지지’를 사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라 여겨 본다. 이와 같이,‘꽃편지’와‘꽃편지지’라는 언어는 까마득한‘옛 추억 속에 묻혀버린 애정의 강’을 되살려 흐르게 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라 보면서, 2004년 등단 이후 현재 주로 서정시(抒情詩)를 즐겨 창작하고 있는 열정적인 40대 여류시인‘김혜정’씨의‘겨울편지’라는 서정시 한편을 소개해 본다.

아무튼, 느낌이 사라져가는, 애정이 메말라가는, 깊은 심연의 정서가 멈춰져가는, 사람 자체마저도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21세기 현시대에 좋은 정서를 선물하고 있다고 본다.   

겨울편지/ 김혜정

불현듯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히 가슴으로 당겨오는 날엔

끝없이 펼쳐진 하늘 안에 그려진

파란 수채화 속에 꿈을 꾸듯

그리움을 담고 한 통의 편지를 써 보자.

거친 바람 불어오는

황량한 겨울 들판에 홀로 서 있어도

결코 춥지만은 않았다고

마음 따스한 네가 내 안에 있어

외롭고 쓸쓸하지만은 않았다고

스스로 위안 삼을 한 통의 편지를 써 보자.

모진 겨울 이겨낸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봉긋이 솟아오른

이른 봄날이 펼치는 연둣빛 꿈 소식

한편 담은 편지 받아줄 이

한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기꺼이 얼굴 가득 만개한 꽃 웃음 담고

서둘러 한 통의 편지를 써 보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내 마음 보슬비 되어 하염없이

흐느적거리는 오늘 같은 날에는

아직도 못다 한 긴 겨울날의 얘기 담은 편지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어 줄 너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써 보련다.

△ 2008년 월간 한비문학 1월호에 실린 이달의 추천작 中에서.

김혜정 시인―

아호/은정(銀淨)

필명/김혜정

경남 출생/서울 강동구 거주

2004년 계간 대한문학세계 겨울호를 통해 시인 등단

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정회원

산하) 대한문인협회 서울중부문학 지회장(2008년 재임)

산하) 대한문인협회 서울지회 임원(2009년)

한국 한비문학 작가협회 회원  

2005년12월 향토문학상 수상

2007년12월 창작문학예술인상 수상

2008년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05년9월 대한문인협회 이달의 시인 선정

2008년1월 월간 한비문학 이달의 작가 선정

기획특집- 현대특선시인선 공저(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