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인물탐방 - 이문희 시인님
  
Q. 이문희 시인님 안녕하세요.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인물탐방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시인님에 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소속 이문희라고 합니다.
대한문학세계 인물탐방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선정됨을 무엇보다 큰 은혜로 생각하며 선정해 주신 임원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저보다 훌륭하신 선후배 문우님 여러분께 송구한 말씀드립니다.
Q. 대한문인협회에서 제일 연장자가 아닌가 싶은데 정말 건강하신 모습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그리고 따로 건강관리 비법이 있나요?
A. 저는 원래 금융기관 종사자로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 요청으로 팔순이 넘도록 지금까지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에 대해서는 집사람 사별한 뒤에 허리 협착증으로 병원 시술을 받은 뒤 이른 아침 06시부터 국민보건체조부터 시작하여 걷기 운동 등(매일 8천 보 이상) 허리 회복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키고 있으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삶을 살아오시면서 시인으로 등단해서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써 놓은 일기책만 해도 사과 상자 7개 분량이 됩니다. 한동안 사회생활에 묻혀 잊고 살았던 시 문학을 칠순 느지막이 다시 시작하게 되어 시와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이 저를 지키는 유일한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Q. 대한문인협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닿았는지 말씀해 주세요.
A. 그동안 글 쓰는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간헐적으로 다시 연필을 잡으라는 권유도 있었으나 강물 위에 떠내려가는 한 잎 낙엽처럼 그냥 흘러가고 있던 어느 날 대한문인협회 정찬열 시인이 “아직 등단조차 안 하시고 뭘 하고 계시냐”며 등 떠밀어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용기 있게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오랫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시인님의 첫 시집 “아내의 빈 의자”가 올해 출간되었지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음이 어떠셨나요?
A. 자신이 없고 용기가 나질 않아 문전에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생애 첫 시집을 내놓고서도 늙은 홀아비 막내딸 시집보내놓고 노심초사 걱정이듯이 행여 뭇매나 맞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내놓고 보니 못다 한 숙제 하나 한 것 같은 뿌듯함과 더불어 설레고 기쁘기도 합니다.
Q. 시집에 대해서 잠깐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존경스러우신 이문희 시인님!
어젯밤 “아내의 빈 의자” 시집을 가슴에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저는 고등학교 학생을 둔 중반의 주부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온 옆자리에 잠든 남편이 달리 보이네요. 남보다 불편한 관계는 아니지만, 행여 살면서 남편이 섭섭해 보일 때나 남편이 저에게 서운할 때는 시인님 시집 화장대 위에 간직했다가 서로 나누어 보면서 남은 인생 행복 누리며 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꼭 성공한 유명 시인되세요~^^
윗글은 독자들이 보내준 많은 격려의 글 중에 어느 독자의 인사 글입니다. 발행한 지 2주 만에 초판의 시집이 모두 팔려버린 제 시집, 슬픔과 눈물이 많은 이들에게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Q. 시집 제호를 “아내의 빈 의자”로 했어요. 제목은 그 시집을 나타내는데 가장 중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정했을까요?
A. 제목이 말하는 그대로입니다. 갑자기 휑하게 비워진 아내(또는 남편)의 빈자리가 얼마나 넓고 아픈 건지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상상이 안 될 것입니다.
당초에 “아내의 빈자리”로 하였으나 어느 솜씨 빠른 분이 이미 쓰신 제목이어서 부득이 김락호 이사장님께서 짚어주신 마음에 꼭 드는 소중한 제호입니다.
Q.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의 부재가 많이 컸을 텐데 그것을 딛고 시집으로 탄생시켰어요. 그래서 더욱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팠을 수도 있는데 어떠신가요?
A. 집사람이 투병 생활 3년 동안은 전신으로 번진 6개월 시한부 말기 암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치료하는 동안 하필 극심한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옆자리도 지켜주지도 못하고 면회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독한 약 때문에 치매마저 찾아와 환자와 보호자를 너무 힘들게 하였습니다.
병든 집사람 병원에 두고 혼자 집에 남아서 미친 듯이 울면서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못 하고 시에 매달려 울곤 하였습니다. 지금, 이 새벽 이 글을 쓰면서도 또 자판기 활자가 안 보이도록 울고 있습니다.
Q. 지금은 옆자리에 계시지 않지만, 아내에게 출간 인사 한번 해주세요.
A. 어리석을 만큼 바람과 빗방울처럼 내 곁에 있으니까 있는 듯 없는 듯한 집사람에게 가장 쉽게 해줄 수 있던 한 맺힌 말입니다.
“여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 첫 시집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Q. “아내의 빈 의자” 시집 중에서 이문희 시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A. 꼭 찍어 대표작이라 말할 순 없지만, “49재의 간절한 기도와 “사모곡 1.2.3.4”를 선택해 보겠습니다.
49재의 간절한 기도 / 이문희
하도 가엾고 안쓰러워서
시집올 때 마련해온 머리맡
화장대 위에 영정사진 모시고
49일간 내 손으로 조석마다
진짓상 올려 49재를 모셨습니다.
한 평생을 해바라기 되어
순종과 도리로 숨죽여
살아온 착한 내 아내가
뜻밖에 무서운 암의 덫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
청천벽력 같은 억울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명문가 집안의 여섯 공주 중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
애지중지 모든 사랑 한 몸에
받고 자란 귀한 사람인데
하필 고구마 넝쿨처럼 가난이
주렁주렁 매달린 장남을
“사람 하나만 보고 선택했다”는
큰 실수로 모진 고생 한 몸에 진
아내가 하도 안쓰러워 웁니다.
조상 대대로 기제사, 생신날
정월 초하루 대보름 팔월
한가위 대명절, 집안 대소사
친정집 자매들 애경사까지
전라도 천리 먼 고향 길을
때마다 열두 시간 호남선 콩나물
완행열차에 시달리는 것쯤이야
불평불만 한 마디 없이 챙겨 온
도리에 순종해 온 아내였습니다.
설날, 대명절엔 손끝 저리게
박봉을 쪼개어 모아 두었다가
자식들, 손주들에게 나누어줄
부모님 세뱃돈 새 돈으로
봉투 봉투 미리 준비해 드리고
이십 리도 훨씬 넘는 영산포
5일 시장 보아다가 제수 준비
기제사 모셔온 큰 며느리.
어찌 저리도 포도송이 같은
암세포가 온몸에 번지는 줄을
전혀 느끼지도 못했을까
십 년 전 내가 암으로 누웠을 땐
매서운 눈보라 휘날리는 한 겨울
중앙공원 가로질러 죽 그릇
품속에 안고 추위도 잊은 채
눈 속을 헤엄쳐 오던 내 아내
수시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무서운 암 병동 6인실
보조의자에 몸을 뉘어 밤새
내 곁을 지키려던 사람을
집으로 쫓아 보낼 때마다
고드름 주렁주렁한 동백나무
울타리 위에 기우는 석양을
뒤돌아 눈물 뿌리며 뒷걸음
휘청거리던 안쓰러운 사람
마지막 선고를 받고도 정작
그런 줄도 모르는 텅 빈 의식이
하도 서럽고 가여워서
깡마른 아내를 끌어안고
숨이 막혀서 속울음 웁니다.
중죄인 엎드려 간구합니다.
21년 12월 11일 새벽 07:30분
매정스레 데려가신 내 아내
천국으로 인도하시어 영생의
극락을 누리게 하여 주소서!
부디 영생의
극락을 누리게 하여 주소서!
Q. 그중에서 ‘49재의 간절한 기도’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좀 더 말씀해 주세요.
A. 49재의 간절한 기도 원래 49재란 집사람 떠난 날부터 7주일 동안을 제삿날마다 일곱 번을 모시는 행사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절이나 종교의식에 따라 모시는 제례이지만, 저는 하도 가엾고 안쓰러워서 집사람이 시집올 때 준비 해온 안방 대형 자개 화장대 위에 영정사진 모시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진짓상 올리고 49일간을 혼자 술잔을 주고받으며 제를 모셔 주었습니다.
Q. 개인 시집을 출간하고 활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무게감을 느낍니다. 두렵기도 하고요. 제 얼굴과 이름 그리고 작품이 인터넷에 뜰 때의 성취감과 환희 그리고 많은 주변 지인 친지들의 칭송과 부러움을 받을 때의 자부심과 기쁨이 큽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말조심 행동 조심 연필 조심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Q. 시집을 출간하면서 시인님께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요?
A. 인생 팔순의 중반을 살아온 제가 집사람과의 사별이 얼마나 큰 아픔을 주게 된 것인지를 느낀 만큼 그려내 보고. 혼자 남아있는 사람의 고뇌와 아픔을 그리고. 차츰 가까워지고 있는 죽음과 부부라는 존재가치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Q. 시인님 활동하시는 것 보면 시만큼이나 다른 것에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하실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일 외에 어떤 것을 하고 계시나요?
A. 제 나이 20대에는 봉황고등 공민 중학교를 세우는 일에 맨손으로 매달렸고 20대 후반에 서울에 와서는 체신노조 직할 관서 지부장, 30대에는 농협 노조 서울지부장. 99대 의원 대회의장 등을 하면서 이 나라 저소득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한 투쟁을 했으며 40대에는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전라도 사람들의 빈궁을 돕기 위하여 6년간 재경 봉황향우회장직을 맡아 열심히 뛰었으며 50대 정년을 앞두고는 국방부 조달본부농협지점장을 하면서 IMF를 맞아 전국적인 범시민 ‘금 모으기 국민운동’에 적극 뛰어들어 내무부 장관의 공로 표창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틈틈이 시 쓰기를 다지면서 죽기 전에 우리 고향 나주에 프랑스 ‘루르드 성지’ 못지않은 ‘극동의 성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의 초석을 다지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시인님의 작품은 시낭송으로도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는데 시낭송을 통해서 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A. 아주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속을 유영하는 잉어처럼 경직된 시 속에 살아있는 생동감과 혼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더 많은 감동으로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만족합니다.
Q. 많은 시낭송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A. 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중에서 ‘유품 정리’, ‘하얀 목련’, ‘치매’ 등이 많이 제 가슴을 울립니다.
Q. 앞으로 문학 활동에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A. 말년의 세월이 저에게 시간을 주신다면 현재 500여 편의 시를 사장하지 않고 시집 3~4권 정도 추가 발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필 문학 등단으로 수필집 1권 이상 출간하고 싶고, 이미 발표한 중편소설 “함박눈”을 비롯한 단편 소설집 1권 출간, 눈물과 한숨으로 파란만장했던 제 인생 “참회록”을 1권 정도 남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할 일이 아직 많이 있는데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최선을 다해서 이루어 보고 싶습니다.
Q. 시인님께서 삶을 어느 정도 살아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해 주세요.
A. 나이테 따윈 지워 버리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오늘을 살자!라고 말하고 싶네요. 나이테는 나이테일 뿐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충실하게 살면 됩니다.
Q.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시고 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문희 시인님이 되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을 해주세요.
A. 우리 대한문인협회의 수많은 선후배님 훌륭한 분들 앞에서 부끄럽고 송구한 마음 금치 못하며 생각하지도 못한 영광의 자리 마련해 주신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관련 임원님들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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