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문학세계 봄호 인물탐방 - 김희경 시인님
  
Q. 대한문학세계 봄호 인물탐방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해요. 시인님의 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A. 부족한 저를 대한문학세계 인물 탐방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7년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으로 등단하여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희경입니다. 반갑습니다.
Q. 시인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저는 ‘자미와’라는 이름을 지어 25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유영하는 작은 침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품을 떠나간 이불이 누군가의 추운 밤과 시린 마음을 따스히 감싸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며 이제는 불이(不二)를 가르쳐 주는 이불... 시처럼 저를 쓰는 소명이라 여깁니다.
Q. 부산지회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부산지회 자랑 좀 해주세요.
A. 부산지회 문우님들 참 멋지시지요. 자신만의 색깔과 수심결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를 피우시지요. 만나 뵈면 얼마나 순수하신지 맑은 영혼의 숲을 함께 하는 느낌입니다.
잠시 어려운 시기의 침체기가 있었지만, 다시 시작하는 갑진년에는 활짝 피어나는 부산지회의 봄...아름다운 인연의 힘으로 피어 내밀 것이라고 기도하며 응원합니다.
Q. 부산은 정말 유명하잖아요. 그곳에 사는 시민으로서 여행한다면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A. 제 고향은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입니다.
부산 남정네를 만나 제2의 고향이 된 부산 저도 많이 다녀보지 못하였지만 누군가가 저를 만나러 타지에서 오시면 광안대교가 있는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있는 광안리를 먼저 소개해 드린답니다.
어느 한 곳 부산이 아름답지 않은 곳 있을지요. 자갈치 아지매 구수한 인심도 살고 부산대교 멋진 뷰도 살지요.
이기대를 걸으면 또 다른 느낌의 바다와 태곳적 자연의 소리를 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 자부합니다.
Q. 지금쯤이면 부산에는 붉은 동백꽃이 한참 피었겠다고 생각합니다. 시인님께서는 동백꽃을 보고 오셨는지요?
A. 3월이 온 어느 날 길가에 떨어진 동백의 눈물에 놀라 한참을 동백과 함께했습니다.
동백이 제게 말을 걸어줄 때를 기다리다가 처연한 동백의 얼굴 같은 노을만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부산의 아름다운 섬, 동백섬... 동백의 물결로 해운대 바다는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Q. 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시인으로서 사유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은 더 넓어지지 않을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바다의 책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지요.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먼저 저를 펼쳐 소리로 향기로 해비늘로 읽어준답니다.
제가 슬프면 더 크게 울어도 주고 제가 즐거우면 푸른빛의 미소로 찰랑찰랑 웃어주지요. 바다는 저의 큰 경전입니다.
Q. 이런 지역적인 공간적 배경의 영향을 받아 시인님께서 공모전에서도 많은 수상을 하고 좋은 작품을 집필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지만요. 이번 신춘문학상 공모전에도 참여하셨는지요?
A. 신춘문예가 마감될 무렵 아픈 시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포기할까 망설이다가 그럼에도 회원으로서 참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살다 보면 시린 겨울스러운 시간이 있습니다. 다 지나가겠지만 그 안에 갇힐 때 있습니다. 시간은 무심히 지나고 생은 그 무심 뒤에서 넉넉해지기도 합니다.
그때 꽁꽁 묶고 덮어두었던 어떤 마음을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용기 그 안에 돋아나는 연둣빛의 희망 제가 만난 문장들로 엮어보았습니다.
제일 좋은 여행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지요. 그렇게 저는 시를 통해 저에게로 돌아오고 있답니다.
Q. 참여하셨다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인님께서는 신춘문학상뿐만 아니라 다른 공모전을 준비하실 때 시인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A. 아직 투박하기만 한 저의 세계가 시가 되기까지 침묵이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라고 할까요?
시는 이제 저의 아침이고 밤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언어를 조탁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저도 둥글어져 가는 경험을 합니다. 하여 작은 단어 하나라도 오래 눈 맞추는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되겠는지요.
Q. 시인님의 작품은 시낭송으로도 많이 전파되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시향을 통해 시인님의 시심이 잘 전달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시인의 시를 낭송하시는 낭송가님들 정말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오롯이 가슴에 들여와 시인의 호흡으로 피워내는 낭송 아름답습니다. 그 울림은 저를 시 너머의 세계로 안내하며 감동으로 적셔주신답니다.
Q. 혹시 시낭송을 직접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요?
A. 시낭송은 시낭송가님께 맡기겠습니다. 저는 좀 더 좋은 작품을 쓰는 데 심혈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Q. 시를 창작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많이 희열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A. 제 안에 언제인가부터 기거하던 어떤 호흡이 시를 통해 발견되기도, 치유되기도 합니다.
누군가 그 호흡을 가져다 눈물을 흘렸다는 말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보내올 때 저는 다만 기쁩니다. 시의 힘입니다.
Q.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2022년에 “바람을 받아쓰기 하다”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독자에게 다가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벌써 출간한 지 두 해를 향해가네요. 날짜를 정하지 않았는데 끌림일까요? 제 첫아이의 생일 날짜와 같았습니다. 딸이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엄마의 미안함이 조금은 덜어졌길 바라는 마음... 많은 사랑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기 전 “제목이 참 좋다” 하시던 분이 많으셨습니다. 근데 바람이 제 시를 읽어본다면 혼도 많이 낼듯합니다.
Q. 개인적으로 제호가 마음에 무척 들어요. 바람이 전하는 데로 받아쓰기한다는 것 정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인님께서 받아쓰기를 잘하셨나 봐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 부분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바람의 끝이 어딘지 어느 여름날 무턱대고 떠났던 홀로 여행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낯선 길을 가는 동안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언젠가 저편으로 떠날 때 느낌이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아쓰기를 잘했다기보다 많은 독자님이 잘 받아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집 출간 후에 아주 기뻤을 텐데 어떤 점이 가장 좋았나요?
A. 붙들고 있던 미련스러운 저를 훌훌 날려 보낸 자유로움을 만났습니다.
이제 제가 사무치고 저를 사무쳐했던 시들은 저의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것이니까요.
첫 시집을 투병 중이셨던 엄마께 바치려고 했는데 시기를 놓쳤습니다. 애환을 함께 한 가족들의 눈물이 있었고 우리는 함께 옛이야기 하며 그리움의 집을 지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슬프지만 기뻤습니다. 슬픔을 함께 할 때 사랑은 커지지요?
Q. 개인 시집을 출간하고 가장 크게 달라진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어요?
A.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저입니다. 문득 찾아온 시의 길에 민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 무턱의 턱에 걸려 넘어진 느낌까지....
다만 시집을 낸 사람일 뿐 이 우주의 어느 곳곳 시는 있고 시는 살기에 그저 작은 입김 하나 놓았을 뿐 그리하여 좀 더 깊어져야 함을 좀 더 가벼워져야 함을 더 느꼈답니다.
늘 고뇌는 제 안의 동무입니다.
Q. “바람을 받아쓰기 하다” 시집 중에서 독자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A. 혼자의 여행을 위에서 말씀드렸지요.
동해 밤바다 깊은 파도 목울음 소리만 들려올 때 바다의 말씀을 받아쓰기한 시입니다.
태초의 바다 / 김희경
태초의 바다는
광활한 사투의 사막과
푸르디푸른 초원과
눈부시게 하얀 설원과
차가운 냉가슴앓이 빙산과
이글거리며 다 태울 듯한 태양까지
안고 여미고 감내하여 이룬 눈물이란다
절벽 앞에서
바다로 몸을 날리는 바람도
직선으로 떨어지는 비마저도
곡선을 그리며 숨어드는 별똥별조차
그곳이 고향이어서
그곳이 엄마의 넓은 품이어서
주저 없이 파고드는 귀환이란다
바다는 이렇게
수많은 사연을 절절히 얘기하는데
차마 나약한 단어의 얕음이
표현할 길을 잃어버리자
온 바다는 일어나 시를 쓰고 있다
새하얀 백지는 바다로 뛰어들어
포말로 부서지며 시를 담고 있다
Q. 위에 시를 선택한 것은 시인님께서 가장 대표적인 시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니면 특별한 의미가 담겨서일까요?
A. 나에게서 도망치던 나를 시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이 시를 적어두고 곤하게 잠들었던 그때 그 평안 바다는 저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포용하며 기다려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더 제게 의미 있는 시입니다.
Q.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시의 성향이 있다면 어떤 장르일까요?
A. 공자께서 말씀하신 사무사(思無邪)는 생각이 바름으로 사악함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닦고 맑힘 속에서 진정성 있는 시를 쓸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시는 자주 길을 헤매게 하지만 제 안의 뿌리는 튼튼해지고 있는 중이라 믿습니다.
아마도 좋은 날개를 제조 중이라고요.
Q. 시인으로서 앞으로 계획이나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등단한 지 7년이 되어가지만 저는 저 스스로 시인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부끄럽습니다.
시가 저를 시인이라고 불러줄 때까지 더 사유하고 정진하겠습니다.
저에게 시는 주어가 되어 와서 좀 더 낮은 곳에 눈을 두고 살라고 해 주셨지요. 사랑의 에너지를 살게 해 주셨지요. 하여 꼭 이루고 싶은 것을 물으신다면 참 시인의 삶, 그것을 저는 아직도 모르지만, 몰라서 또 만나고 싶은 마음 욕심을 살짝 놓아봅니다.
Q. 시인님이 생각하시기에 ‘詩’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A. 영혼의 치유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시인이 되길 바랐던 적은 없습니다. 그저 시를 사랑하여 좋은 시 한 편 필사해 제 공간에 꽂아두고 읽고 느끼고 위로받으며 생의 수레를 끌었습니다.
시를 통해 제가 저를 만나갔듯이 시가 가진 온유의 힘으로 삶이 얼마나 애틋하고 아름다운지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Q. 앞으로도 다양한 시를 창작하시고 시를 통해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시인님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문인협회 문우와 대한문학세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어 감사합니다.
A. 대한문학세계 봄호에 초대해 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늘 애쓰시며 시와 사람과 삶을 응원해 주시는 김락호 이사장님과 임원진 님들, 문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아름다운 문우님들의 삶과 대한문인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공지사항 
공지사항
main menu
공지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