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한문학세계 봄호 인물탐방 - 안정순 시인님
  
Q. 안정순 시인님 반갑습니다. 대한문학세계 독자에게 시인님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3년 봄에 등단하여 대전충청지회 총무국장을 거쳐, 지금은 대전충청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Q. 축하드립니다. 2021 대한문학세계 봄호에 인물 탐방 주인공으로 선정되셨는데 심정이 어떤가요?
그러게요, 부족한 제가 과분한 인물탐방의 주인공이 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생동하는 봄날 이렇게 좋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참 기쁩니다.
Q. 시인님을 뵈면 참 구수하고 푸근해 보이는 인상을 받는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나요?
그런 말을 많이 듣곤 합니다. 제 얼굴이 너무 평범하게 생겼는지, 누굴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긍정적인 제 마음에서 표현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각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마음마저 여유가 없이 산다면, 사는 것이 많이 슬플 것 같습니다.
Q. 이제 중견 시인이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것도 같은데 중견 시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좌우명 같은 것이 있을까요?
제가 등단한 지가 어언 9년째가 되고 있으니 벌써 그리되었네요. 마음가짐이야 늘 비우고 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욕심 없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남의 것이 내 것이 아니듯, 세상의 이치가 노력 없는 대가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소박하게 살아갑니다.
Q. 시인님의 시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고, 부모님에 대한 시도 많이 있어 참 따듯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시인님의 시적 심상을 말씀해주세요.
전 시골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언니와 둘이 객지살이를 하면서, 어찌 그리 고향이 그립던지! 꿈에서도 그리던 고향을 지금도 꿈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곤 한답니다.
친구들이 어디로 시집가서 살 거냐고 물을 때면 전 항상, 양친 부모 계시는 농사짓는 시골로 시집을 간다던 말이 씨가 되어, 이곳 부여로 시집을 오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 치매를 앓고 계실 때, 같은 여자로서 어머님을 헤아리며 마음 아파 눈물지을 때도 많았답니다. 지금은 양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 아이들 셋 모두 여의고 두 내외만 호젓하게 살고 있답니다. 전 조금은 어려워도 마당도 있고, 논과 밭들이 있는 농촌에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봄이 오면 봄이 오는 대로, 여름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가는 대로, 행복을 느끼며 건강한 삶에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Q. 시인님께서 생각하는 대한문인협회만의 장점 혹은 자랑거리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많은 독자에게 알려주세요.
저처럼 전문적으로 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누구나 창작을 하여 많은 문우님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면서 대한문학세계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내 생의 큰 자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전국 공모전에 부단한 노력 끝에 짧은 글짓기와 순우리말 글짓기에서 대상을 받게 되었을 때는 꿈인지, 생시인지 잠을 이루지 못했었거든요.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등단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대한문인협회로 오시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Q. 대전충청지회 지회장을 맡으셨는데 코로나-19 감염 바이러스 때문에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많이 답답할 것 같아요. 지회장으로서 어떻게 지회를 이끌어 가고 싶은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랫동안 협회 행사를 치르며 전 지회장님들의 수고로움을 몸소 느끼며 지내왔기에 저 또한 저희 대전충청지회가 서로 화합하며 모범이 될 수 있는 지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정기적으로 만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시기가 좋아지기 바라면서 있는 자리에서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고 서재 활동 열심히 하면서 소통하는 지회가 되도록 함께하겠습니다.
Q.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만남이 어려운데 이 시기를 시인님께서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어려운 시기는 처음 느껴 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보고 싶은 손자, 손녀들도 보지 못했거니와 지회 모임이며, 모든 삶이 정지된 듯 현실의 무게가 더없이 무겁게 느껴지던 한 해를 보냈습니다. 마침 저는 때를 놓친 늦은 공부를 하느라 두 해를 정신없이 보냈답니다. 지금은 모든 과정을 마치고 학위 수여까지 홀가분한 맘으로 하루하루를 맘 편히 지내고 있답니다.
Q. 시인님께서는 2015 한 줄 시 짓기 전국 공모전에서, 2017 순우리말 글짓기 전국공모전에서도 대상을 받으셨습니다. 2관왕을 하셨는데 참 대단합니다.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준비하는지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
좋은 작품이 나오기까지 수십 번의 퇴고를 거치며,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진솔한 마음을 담아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진솔한 마음이 나오기까지는 아마도 지난날 살아온 삶의 철학이며 뼛속까지 배어 있는 삶의 깊은 내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다 보면 또 좋은 날이 분명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Q. 2018년에 ‘각시 버선코’라는 제호로 개인 시집을 출간하셨어요. 제목이 참 특이한데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제 시집에 ‘각시 버선코’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은, 제가 시집온 새색시 때, 어머님 방에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밤이 이슥토록, 어머님 방에서 어려워 건너오지 못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건넌방에 앉아 발가락만 만지작거리던 새색시 때를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Q. 시인님은 부모에 대한 마음을 많이 담고 있는데 시인님이 생각하는 부모는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에 보면 부모와 자녀 관계에 있어서 불미스럽고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들려지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식을 둔 부모라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가 가장 우선하는 것으로, 가족 간의 우애도 그 효에 비롯된다고 봅니다. 효자 집안에 효자가 나듯, 부모가 그 부모에게 효를 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이 어디 가겠습니까! 사람의 근본은 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시대가 변하여 효는 고사하고 외국에다 부모를 버리는 세상이 오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도 구타와 학대로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세상이 어찌 되어 가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부모 또한 자식에게 효를 바라기보다는 서로가 배려하는 맘으로, 며느리나 사위 또한 내 자식 같은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원만한 관계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Q. 시인님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 한 편 소개해주세요.
많은 작품 중에서 “내 얼이 서린 곳”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내 얼이 서린 곳 / 안정순
호롱불 아래 물래 잣는 까만 밤을
어머니의 비나리 손끝으로 밝혀 들고
짧은 해 처마 끝에 덧대며
아버지 어깨의 쓰디쓴 멍에는
예순의 막둥이 동살 같은 웃음에도 가시질 않았다
하늘의 뜻을 받아 물빛처럼 살아가며
보잘 것도 내세울 것도 없어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던 곳
개울 건너
씨알을 불린 고구마 이랑에 불쑥거리던 숨 고르기는
바지랑대 끝 해를 받치고서야
여섯 고비
어머니의 뼈마디를 가르며 첫울음을 터트렸다
덧없는 삶을 베고 누워
숱한 바람결에 그림자만 덩그러니
쉰 나그네 돌아든 빈터에
그을린 부뚜막의 감치던 수제비 한 그릇
마른하늘마저 그렁그렁 뜨거운 눈물을 추스른다.
Q. 선택한 작품에 담겨 있는 시상(詩想)도 말씀해 주세요.
‘내 얼이 서린 곳’은 2017년도 순우리말 글짓기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아이들 셋을 키워 모두 여의고, 꿈에서도 그리던 고향을 지천명이 훌쩍 지나 한 나그네가 되어 찾아갔더니 살던 집은 간데없고, 그 좁다란 빈터엔 채전밭이 되어 그 옛날 학교 다녀오면 부뚜막의 수제비 한 그릇이 떠올라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쓴 글입니다.
Q. 인생을 살면서 어떨 때 시 쓰기를 잘했다. 시인이 되길 정말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드나요?
제가 이처럼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마음이 황폐하게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젤 잘한 일이 우리 아이들 키워낸 것과 글을 쓰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 편의 글을 쓰며, 지난날을 돌아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글을 쓸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어 평온함을 느끼곤 합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기쁜 대로,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대로 제 마음을 표현하고 나면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한지요. 글을 쓰는 사람만이 느끼는 행복이겠죠!
Q. 시인님께서 요즘 즐기고 가장 몰두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늦은 공부가 얼마 전에 마쳤습니다. 두 해 동안 일을 병행하며 공부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답니다. 이제는 모든 과정을 마치고, 엊그제 학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아이들도 엄마 장하다고, 고생 많이 했다고 위로를 해 주더군요!
Q. 앞으로 시인님께서 문학인으로서의 욕심을 부리거나 또는 문학인으로서의 꿈을 가진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부질없는 욕심 부리기보다는 사는 날까지 일기처럼 제 사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저 제 마음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훗날 글을 보면서 내 삶을 돌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Q. 공식적인 질문인데 시인님께 詩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시란, 제 가슴 깊은 곳의 삶의 언어를 표출해내는 의미이기에, 제 자화상 같은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온 발자취랄까요!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 셋을 키워내며 줄줄이 여의기까지, 그 어려움을 잘 견디며, 오히려 잘 키워줘서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제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시인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문인협회 문우와 대한문학세계 독자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코로나19의 역경 속, 모두가 실의에 빠져있는 현실에 백신의 효과로 하루속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머지않은 날, 문우님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는 날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문우님들을 뵌 지가 까마득하여 일 년이 넘도록 멈춰버린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시고 좋은 날 오면 반가운 얼굴들 반가이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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