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인물탐방 - 백승훈 시인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뜨거운 태양조차 얼굴을 붉힐 때 성북동의 갤러리 카페에서 백승훈 시인님을 만났다. 2018년 6월에 처음 등단한 시인이라 아직은 낯설고 마음도 다소 불편할 것 같은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듯 고개를 살짝 꺾고 있는 모습이 진지해 보이기까지 했다.
Q. 안녕하세요? 백승훈 시인님. 대한문학세계 기자가 되어 제 생애 첫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시인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A. 어떤 소개를 할까요?
Q. 살아오신 전체적인 이력도 얘기해 주시고, 가슴 한 켠에 고이 묻어두고 가끔씩 꺼내 보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처럼 느낌 있는 이야기이면 더더욱 좋아요.
A. 알겠습니다. 전공은 디자인입니다만 인테리어 회사에서도 근무를 좀 했고요, 이제 곧 애니메이션 그림으로 다시 복귀할 겁니다. 그동안 삶에 치어 경황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틈을 내어서라도 시심을 세워 작사 작곡에 다시 집중해볼까 합니다.
Q. 다양한 재능과 포부를 갖고 계시군요. 백승훈 시인님은 대한문인협회 6월의 시인으로 등단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시인이 되셨어요?
A. 예술 공연 모임에서 만난 형님 한 분이 시인으로 등단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여쭤봤더니 대한문인협회에 시인을 발굴하는 제도가 있다고 했어요. 응모하는 방법도 알려 주셨고요. 시를 제출해서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에 통과하면 등단할 수 있다고 방법을 알려주셨죠. 그 후 바로 응모를 하고 운 좋게도 등단하게 됐습니다.
Q. 그러셨군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렇다면 시인님은 시를 언제 처음 쓰셨나요?
A. 처음 시를 썼던 기억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절친의 여 친사촌이 학교에서 예술제를 한다고 우릴 초대했다더군요. 그 때 처음으로 여학교 예술제를 보게 되었어요. 아마도 지도 교사님이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봉산탈춤을 추셨어요. 저는 그 때의 충격이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메모지를 꺼내어 정신없이 시를 썼던 기억이 있네요. 제목이 봉산탈춤이었어요. 그 때가 처음이었죠.
Q. 그렇다면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시는 마음의 메아리지요. 제 마음의 소리가 꾸밈없이 돌아오니까요. 우선 솔직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있을 수 없고 한 발 더 다가가 용기가 없으면 나아갈 수 없는 진정성의 작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게다가 시를 쓴다는 것은 너무도 많은 내 속의 나를 생긴 모양대로 고스란히 꺼내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마음의 메아리인 거죠. 마음이 젖어 있거나 비가 오거나 거센 바람이 불어도 그대로를 울려 주겠지요. 이때 꺼내어 감정의 상태 그대로를 가지런히 추스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등단작 중 이 지면에 가장 소개하고 싶은 시는 무엇인가요?
A. 네, 그럴까요? ‘빈자리, 그리고 당신’을 낭송해 보겠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들어주십시오.
빈자리, 그리고 당신 / 백승훈
가슴속에 다져 놓았던 추억들이
보풀보풀 일어난 아침.
습기 빠진 바람이
새털처럼 하늘을 누빈다.
사람들이 아무리 아우성 쳐대도
계절들은 늘 그래왔듯 묵묵히
그들의 시간으로
분갈이를 준비한다.
세상이 흐르는 그곳에
안타까운 그리움이 지나간 그 자리에
내 기억이 닿는 그 날까지
지정석으로 남아 있을 빈자리.
내가 좋아하는 하늘과
사람들이 싫어하는 세월과
그 틈새를 채우는
삶의 향기와 똑똑한 햇살.
그리고 당신.
Q.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보풀처럼 잔잔한 감성이 미세하게 들리는 느낌입니다. 이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A. 주제는 한결같은 사랑입니다. 추억 속에 자리한 그 사람을 위해 빈자리로 남겨둠으로써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인간의 이기는 인간의 몫임을 담담하게 말하고자 했고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사랑, 열정이 시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감정에 휩쓸리는 때가 종종 있었어요.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에 대해 당황스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살아가면서 그런 감정들이 별개의 느낌이 아니란 걸 알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림과 음악과 시는 밥과 반찬과 물과 같은 의미로 제게 담겨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뗄 수가 없었어요. 시는 저의 감성의 호흡이기도 했으니까요.
Q. 그렇다면 시인님의 경우에는 시가 모든 예술의 중심에 있게 되나요?
A. 그렇게 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불쑥 시상이 떠오르거나 그것을 노래하고 싶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감정을 따로 떼어 생각되지는 않더군요.
Q. 아, 이해가 되면서도 다소 생소한 느낌입니다. 혹시 시인님은 시집 출간 계획은 있으신지요? 있다면 언제쯤 출간하실 계획이신가요?
A.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시를 처음 써 본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이긴 하지만 마음먹고 쓰기 시작한 기간은 고작 6년 정도에 불과해요. 백여 편이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더욱 정진해서 2019년 가을의 문턱쯤에는 제1집을 출간해 볼 계획입니다.
Q. 6년이라는 기간이 저에 비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요.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한 발 더 나아가서 대박까지 나시기를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과 희망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A. 제게 꿈과 희망은 조금 의미를 달리 합니다. 꿈이 있다면 진솔한 제 마음의 울림이 모든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가는 시를 쓰는 것입니다. 희망은 삶의 리스트 같은 것인데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힘이 닿는 데까지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Q. 시는 알겠는데 삶의 리스트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A. 삶의 리스트는 일종의 버킷 리스트 같은 겁니다. 살면서 제가 이루고 싶었던,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크로키 전시회를 연다든가 아우토반을 최대의 속도로 달려보는 것입니다.
Q. 네, 그렇군요. 그런데 크로키 전시회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A. 크로키는 아주 짧은 시간에 움직이는 사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기법의 그림을 말합니다.
Q. 크로키 전시회를 열고 싶은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요?
A. 그림을 제대로 전공하지 못한 미련이라고 해두죠. 꼭 해야 할 숙제만큼 저에게는 절박한 결과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크로키 전시회가 기대되네요. 시인님의 눈높이대로 꼭 이루어지실 겁니다. 긴 시간 할애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그 모든 계획을 이루시려면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 잊지 마시구요. 지금의 열정만큼만 발걸음 하시면 좋은 결과 있으실 거라 믿으면서 이만 인터뷰를 마칩니다.
강남의 높은 빌딩과 복잡한 도로에서 벗어나 에메랄드빛 하늘이 바로 걸쳐 있는 강북의 모습은 여백이 군데군데 묻어나 있었다. 그 여백 속에 백승훈 시인님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삶의 열정을 토해내느라 바빴다. 스스로가 산만하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꺾었지만 꿈과 희망을 시와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젊은 열정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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