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도서출판

ㆍ작성자	poemmusic
ㆍ작성일	2014-09-2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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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학세계 2014 가을호 인물탐방 설연화

대재다능한 예술가 대한문학세계 1기 등단 작가 설연화

Q. 시인님은 대한문인협회 창단맴버라고 들었습니다. 처음 대한문인협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궁금하네요.
A. 처음 대한문인협회 창단은 온라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손에 꼽을 수 있는 분들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많은 분이 참석하셨지요. 다들 처음이라는 설렘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정이 끈끈했죠. 그래서 댓글이 넘칠 정도였어요. 어느 한 분이 글을 올리면 우르르 몰려가 댓글로 장난하기도 하고, 서로 관심거리를 이야기하는 품격 있는 시장통이라고 하면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소리가 없는 온라인 공간이었지만 시끌벅적하고, 시끌벅적하면서도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그런 공간이었으니까요.

Q. 시인님께서는 하시는 일이 참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처음에는 필요하기에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글은 누구나 그렇듯 문학소녀에서 비롯해서 그 꿈이 남들보다 조금 더 컸을 뿐이고, 시낭송이나, 컴퓨터 등은 우연한 기회에 배우게 되었고요. 문인협회의 홈 관리를 하다가 보니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씩 배우게 된 것이지요. 실제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한다면 절대 못 하겠지요? 시에 관련해서 파생적인 것을 점층적으로 배우다가 보니 여러 갈래의 모든 방향을 하고 있더군요. 우선 시로 파생되는 것이 첫 번째가 시낭송이죠? 그래서 시낭송을 했죠. 물론 문인협회 활동 이전이었지만요. 그리고 문인협회 활동하면서 시낭송을 좀 더 보기 좋게 올리고 싶어서 플래시 영상을 배웠고, 플래시 영상제작을 하다가 보니,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사진을 직접 찍고 싶어서 사진을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또, 시화 만드는 것을 배우고, 그러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플래시 북을 만들게 되고, 그게 또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캠코더를 구입해서 촬영을 시작하고, 동영상까지 손대게 되었죠. 그리고 나중에 책을 편집하다 보니, 표지 그림이나 삽화 등을 직접 그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서양화를 그리다가 보니, 문인화가 단순하면서도 여백의 미가 정말 마음에 와 닿기에 서양화와 같이 문인화를 시작했죠. 하지만 장점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다가 보면 꼭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기고 또, 한 가지만 하는 것보다 전문적이지 못한 것이 단점이기도 하죠. 옛말에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 끼니 걱정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Q. 그렇다면 하시는 것 중에 딱 세 가지만 해야 할 상황이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어요? 그 이유는요?
A. 세부적으로 선택하라고 하면 절대 선택을 못 하고요. 포괄적인 선택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글은 절대 포기할 수 없고, 시낭송도 물론 포기할 수 없죠. 그리고 컴퓨터와 공부, 서양화, 문인화, 사진, 동영상이 남는데…. 그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더 발전해 가고 싶은 것이라 선택이 쉽지 않은데 꼭 선택해야 한다면 문인화일 것 같습니다. 이유는 실제 제가 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시와 관련 있습니다. 물론 전 소설이 제 궁극적인 목표이긴 합니다만, 시에서 파생되는 것들은 나름의 재미와 보람이 있습니다. 글을 쓰면 어둠 속에 틀어박혀 있던 작은 새가 흐릿하게 한 줄기 빛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것도 소설이고, 내 심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詩죠. 아마 글을 쓰지 않았다면 제 인생은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수도 있고, 이미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글을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시낭송은 글보다 더 큰 의미부여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과 소통의 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제가 시낭송 녹음해 놓은 것을 보면 제 글을 낭송해서 녹음 한 것보다 타인의 글을 낭송한 것이 더 많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낭송하고, 그 시가 일파만파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것을 볼 때 정말 뿌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에서 왜 문인화를 선택했냐고 한다면 아직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네요. 서양화를 처음 시작했던 이유는 시화를 직접 손으로 그리고 글씨를 쓰고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서 서양화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통작품을 그려서 화가가 되고자 했던 생각이 없었죠. 지금 시화를 직접 그리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이죠. 하지만 문인화는 지금 손을 뗀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겨우 사군자 중에 대나무를 하고 있는데 문인화로 시화를 만드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죠. 그래서 저의 선택의 이유는 아직 기초를 마무리하지 못해서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컴퓨터나 다른 것들은 다 마스터 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문인화보다 더 중요하다고는 할 수 없답니다.

Q. 문학에 대한 신념이 강하신데 시인님께 문학이란 무엇인가요? 아까 삶과 같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A. 제가 문학에 관심을 둔 것은 중학교 때입니다. 어느 날 학교 독서실에서 괴테의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전체적인 흐름이나 주제와 상관없이 알 수 없는 감동이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미치도록 글을 썼습니다. 물론 목적이 생겼으니 공부도 해야 했죠. 하지만 끝내 원하는 곳에는 갈 수 없었고 또,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시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20살, 21살의 나이로 감당하기엔 너무 힘겨운 시련이었습니다. 그때 나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 글이었습니다. 소설까지 쓸 정신적 여유는 없었기에 매일 일기를 쓰듯 나를 다스리는 글을 약 3년간 썼습니다. 심리학 서적에 보면 그런 말이 있더군요. 글쓰기는 자가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말. 전 그걸 직접 체험했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봐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어둠이었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절벽의 끝이었죠. 매일 수많은 노트의 페이지가 깨알 같은 글씨들로 채워지고 있었죠. 그 노트가 한 권, 두 권, 세 권… 채워질수록 저는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죠. 첫 번째 노트에 적힌 것들은 모두 죽음에 관해서였지만 마지막 노트에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뒤로 전 “글은 생명줄과 같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힘들고 지칠 때 노트를 펼치고 무작정 마음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갑니다. 그것이 어느 날은 시로 재편집되기도 하고, 소설 아이템으로 남기도 하죠.

Q. 시인님 요즘 작품 활동이 뜸하시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A. 열정의 부재입니다. 그리고 게으름이죠.전 글을 쓸 때 바로 써서 올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일 하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누군가를 기다리다 문득 한 문장이 떠오르면 메모를 합니다. 그것이 휴대전화든, 노트든 상관없지요. 그렇게 메모를 해두고 생각나면 메모해둔 것들을 찾아 읽고, 다시 옮겨서 시나 수필로 완성합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메모만 할 뿐 작품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죠. 메모 노트는 일 년에 최소 5권쯤 됩니다. 가로 15센티, 세로 10센티 정도 되는 자그만 노트죠. 하지만 몇 년 동안 책꽂이에 꽂힌 채 전혀 들여다보고 있지 않습니다. 가끔 휴대전화나 아이패드에 낙서 되어 있는 것 중에 골라서 몇 편 완성할 뿐이죠. 어느 날, 마음 내키면 메모장 하나하나 정리하게 된다면 아마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거든요.

Q.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글 쓰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텐데, 시인님께서는 메모를 정말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것들을 메모하세요? 작품이 될 수 있는 문장만 메모하시나요?
A. 제 답을 들으시면 어처구니없다 하실 수도 있어요. 제 메모장에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습니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낙서한 것도 있죠. 그뿐만 아니라 그날 남편과 약간의 다툼이 있었다 하면 남편에 대한 욕설도 있어요. 아이들이 서운하게 하면 차마 하지 못한 말도 있죠. 물론 서정적인 문장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메모를 하는 것에 “어떤 것은 중요하고, 어떤 것은 쓸데없다.”라고 정의 내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 메모를 읽다가 보면 대충 낙서해 놓은 것이지만 기묘한 심리묘사를 읽을 수가 있거든요. 또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메모해둔 것은 전화통화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그 순간 내 심리적인 면은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메모의 종류는 가리지 않아요. 삶 자체 모두를 메모해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물론 생각날 때만이라는 것이 단점이죠.

Q. 만약 시인님께 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냥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그 한 달 동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면요?
A. 아마 소설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현재 장편으로 아이템을 잡아놓고 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조금씩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인물설정을 하고, 플롯을 생각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형되어 가고 있어서 조금 짜증이 나거든요. 그렇다고 소설에만 매달려 있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어서 어쩔 수 없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소설 이외에 다른 것에 무관심해진다면 적어도 플롯 정도는 짜 놓고 싶네요. 장편 소설을 한 달 만에 끝내기는 쉽지 않죠. 한 달이라면 플롯 정도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여의치 않다면 밀려있는 책들을 읽고 싶네요. 관심은 있어서 사 놓기는 했지만, 시간 날 때마다 몇 페이지씩 읽다가 보니 화가 날 정도거든요. 원래 성격이 한 번 책을 집으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읽는 성격이라 조금씩 읽는 것을 길들여 보려 했지만 무척 어렵네요.

Q. 시인님께서 쓰고 계시는 소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그냥 작품을 쓰기 위해 쓰는 소설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쓰고 싶은 장르나 목적이 있나요?
A. 제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판타지입니다. 좀 허무맹랑하죠? 하지만 그냥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닌 세상에 있을 법한 판타지를 생각하고 있죠. 현재 시놉시스를 대충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그 모티브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어떤 인물입니다. 그 인물을 현세에 데려와 새로운 느낌으로 재구성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삼국유사의 내용과 전혀 다르죠. 다만 어느 일화에 나오는 특정 인물만을 현세로 끌어오는 것이죠. 제가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싶은 인물이 판타지적 요소를 지니고 있거든요. 이런 글들을 쓰는 이유는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전통 신앙이나, 일제 강점기 때 왜곡되어버린 역사, 현세대 비판 등을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이끌어내고 싶은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 우리나라 전통 신앙과 민담, 설화, 전설을 읽고 있고, 또 그것들에 관한 논문을 집대성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요즘 현대인은 아무리 가치가 있는 글이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글이라 할지라도 잘 읽지 않습니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읽고 있죠. 그러나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들은 참 많은 독자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겁고 진지한 내용보다는 가벼우면서도 친숙하게 독자에게 다가가야 하고, 또 그 내용이 절대 가볍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처음 제가 [파우스트]를 읽고 그 여운으로 글을 시작했다는 것이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죠. 지금까지도 영원한 숙제로 파우스트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 남아 있으니.

Q. 마지막으로 대한문학세계 창간 10주년인데 시인님의 감회는 다른 분들과 다를 것 같습니다.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님들께 축하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대한문학세계 창간 1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저 또한 자축합니다. 저에게 있어 대한문학세계 10주년은 꿈꾸던 소망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실제 준비과정까지 한다면 10주년 을 훨씬 넘겼죠. 정식으로 문예지 발간이 200 4년 봄호였으니, 그 준비과정까지 모두 포함하면 더 오래됐겠지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다가 창단식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되고, 문예지 발간 준비를 하고 서로 기대하며 끈끈한 문우의 정을 나누었던 10여 년 전과 지금의 대한문인협회 모습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의지는 하나 있습니다.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좀 더 나은 작품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문인협회가 사라지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현재까지 대한문인협회를 꾸준히 운영해 오신 이사장님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사장님의 현명한 선택과 운영 방침이 아니었다면 다른 문인협회처럼 어느 날 생겨났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르죠. 부단한 노력이 아니면 성장하기 힘든 곳이 문인협회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활동하시는 모든 회원님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좋은 말보다는 싫은 말을 더 많이 들으시면서도 묵묵히 협회를 이끌어 오신 이사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할수록 더 강도가 높은 음해하는 말들이 오갈 수 있습니다만 흔들리지 마시고 협회원들을 위해 힘찬 발돋움 하시기를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