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별/천은성 시인 ( 시인서재가기 )
시인은 아니, 글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목마르다. 그 목마름이 항상 별을 바라보게 되고, 그 목마름이 바람을 부르게 된다. 천은성 시인의 글에는 그 목마름이 느껴진다. 삶과, 인생, 그리고 문학에 대한 목마름을 읽는 독자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는 타는 듯한 목마름의 해소같은 시원함. 천은성 시인의 글에서는 갈증과 해소가 모두 함께한다.  

   
시인과 별 /천은성 
 
슬퍼 보여도 슬프지 않은 별 
흑암 속에 갇힌 아픔의 수렁 
가슴속 희망의 동공瞳孔 빛을 잃을 땐 
나는 별이 되고 싶었다 

삶의 고통스러운 운명의 굴레 
서러워진 슬픔을 태우려고 
들판에 누워 햇살에 얼굴을 담그려다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가녀린 침묵을 깨고 
희망을 노래하기 위한 
시인의 밤 날갯짓은 언제나 행복하다 

원 없이 토해내고 싶은 운명의 껍질, 
세월속 가슴에 파고든 사막 칼바람, 
추억속 들꽃 같은 삶의 이력,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채근한다 

오늘 밤 
별빛 하늘 휘감는 시인의 애소곡 
거미줄처럼 뒤엉켜 떨어지는 긴 유성처럼 
모두 쏟아내고 있다 

시인은, 별을 만나면 언제나 자유롭다. 

  오늘의 한마디

★ 사자성어- 말★

言 中 有 骨
언 중 유 골


말에 뼈가 있다.

** 말에 뼈가 있다, 말에 가시가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 되기도 한다. 말을 건네는 상대방에게 서운함이 있거나, 뭔가 해야 할 말을 직접하지 못하고 돌려서 말 하되, 그 말 가운데 아픈소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에 따라서 다르다. 이쪽에서 아무리 뼈아픈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냥 헛소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본다. 분명 뼈에 각인 될 만한 말을 내 뱉었지만, 그냥 농담이나 장난으로 받아 넘겨버리는 사람들. 물론 그 뜻을 알아차렸으면서도 그 사람이 기분 상한것을 감추고 대처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아픈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는 더 큰 오해와 더 큰 불신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각인 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에 자신의 실수를 받아 들이고 인정한다면, 그 뼈아픈 말한마디가 필요치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해본다. 타인의 허물에는 관대하되, 자신의 허물에는 인색하라는 말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고, 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면 언중유골 가시가 박힌 말한마디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며 겸연쩍어 하는 아내의 무능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를 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 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요것조것 조잘대는 막내의 물음에 만사를 제쳐놓고 대답부터 해야 하고,
이제는 중학생이 된 큰놈들 때문에 뉴스 볼륨도 숨죽이며 들어야 합니다.

막내는 눈높이 맞춰 놀이동산도 가고 큰놈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야 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교복도 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 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당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어머님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어머님의 불효자식입니다. 
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화 한 통화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불쌍한 아들입니다. 

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생활비도 제대로 못 부쳐 드리는 불효자식입니다. 
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밭으로 변해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주말에 한번 찾아뵙는 것도 가족 눈치 먼저 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
하는 어머님의 못난 아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40대 직장 (중견) 노동자입니다.
월급 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도 삼켜야 합니다.

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 안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고개 끄떡이다가 고래 싸움에
내 작은 새우 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낮추고 움츠리며 사는 고개 숙인 40대 남자.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월급날은 저 만큼 먼데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뒷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 속의 없는 돈을
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가장이 아닌 남편,
나는 어깨 무거운 아빠,
나는 어머님의 불효자식,
나는 고개 숙인 40대 직장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그들이 있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행복입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한 줄 아는 40대 입니다.

-어느 싸이트에서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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