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면 피우지 못하는 꽃이다. 이미 만발해서 초라하게 져가는 국화보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꽃봉오리를 머금은 국화가 청초하고 아름답다. 초가을 국화 향은 은은하고, 독하지 않으면서 멀리까지 풍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장경복 시인의 시를 읽다가 보면 그 은은함이 느껴진다. 연륜이 있는 작품이다 싶으면 어느새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인의 작품은 이제 갓 피어나는 국화꽃의 향기와 비슷하다.
난로 가에 그녀와 앉아서
그때 배럴 오르간과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요
커다란 바퀴의 환한 빛이 보이고
물 끓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무언가 속삭이듯 즐겁고 은은한 밤
사랑하게 될지 모르는 귀엽고 예쁜 아가씨와
탁탁 튀는 잔 나뭇가지를 아궁이에 집어넣어요.
그의 눈은 부드럽고 사랑의 빛을 띠우며
몇 시간을 앉아 웃고 있는 백합꽃인양
입에서 파랑새 얘기가 쏟아져 나와요
숨을 쉴 때마다
웃고 있는 그녀의 앞에서 있는
발간 불꽃이 너울거리며 타올라
희고 가냘픈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요.
꽃처럼 아름다운 그 시간을
그리고 서로 부리 비벼대는 새들처럼
그리고 웃으며 말을 하지요
마음을 뛰게 할 듯이 살짝 기뻐할 때 훨씬 더 즐거워요
보이고 있는 희고 보드라운 그 어깨를
그리고 저 하늘의 신들이
또 가냘프고 가냘픈 허리에
인간의 딸에게 내려온 선녀 같아요.
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있는
금빛머리가 빛과 서로 얽히며
조그만 조심스런 그 손이 더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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