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여행
칠순, 칠십 리의 여행
지금 나는 백리 길에 칠십 리를 왔다.
산을 오른다면 칠부 능선이고 인생 백세의 끝 지점을 보면 30리 남은 지점이다
또한, 하동포구 칠십 리, 서귀포 칠십 리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그 길이가 칠십리라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섬진 강물 한 사발
제첩국 허연 속살
새벽보다 먼저 깨어
골목길로 끌어온 강
시조시인 김만수의 제첩국 일부를 들여다보거나
모래사장 철썩철썩 파도치는 서귀포
미역 따던 비바리는 어디로 가고라는
서귀포 칠십 리를 부른 이미자 노랫말에서도 보면
칠십이라는 이 숫자가 그냥 칠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이 칠십과 지명地名의 칠십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지금 내가 쥐고 있는 칠십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목월의 「나그네 」란 시에서 보면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란 한 구절이 있다 그 삼백리의 기준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 백리는 그렇고 사 백리도 그렇고 해서 적당한 삼백리라 했다는 일화처럼
지명의 칠십 리도 60은 무언가 설익은 듯 어색하고 80은 너무 먼 것 같고 그래서 적당한 지점을 70이라 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의 내 나이 칠십은 인생의 가장 적당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요즈음 같이 만물이 풍족하여 밥 굶는 사람 없고 발달한 의술의 혜택으로 칠십 나이를 이제부터 시작이라 하고 호사를 누릴 때라 한다. 그래서 당당하게 사는 것이지만 어쩌면 칠순의 나이는 하동포구의 칠십 리 강물이고 서귀포 칠십 리의 아득한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닌지,
몸도 마음도 자기 뜻대로 한다는 종심 終心(70)인 이제 와서야 인생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함과 힘찬 박력은 없다손 치더라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바람 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아낌없이 살다가 고운 노을처럼 미련하나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 지금 칠순의 또 다른 전성기를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희망사항 중에 천수 天壽(120세)가 목표인가 묻고 또 되뇌어 보아도 좀처럼 답을 말할 수는 없지만 10년, 20년 후에 뒤돌아보는 오늘을 후회하지 않도록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그 지점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젊은 날 목표가 있기에 꿈도 있고 희망찬 아침 해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8년 12월 1일. 김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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