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 금강산 여행기

1.

철조망 넘어 고성 평야를 보며 지은 시

비무장 지대를 지나

북한 지역으로 버스는 들어섰다.

금강산 온정리 찾아가는 길목에

고성 평야와 남강이 흐른다.

하얀 무꽃 노란 유채꽃

너른 평야에 푸른 보리밭 펼쳐져 있어

산들바람이 한 번 불어오면

푸른 보리가 춤추듯 흔들린다.

철조망 너머로 마을길에는

소달구지 끌고 가는 북녘 주민이 있어

소박하기 그지없는 농촌 풍경이어라.

오십 미터 간격으로 보초 서는

앳된 어린 북한 병사들

꼼짝 않고 부동자세가 너무 힘들어도

목석같이 요지부동 흔들림 하나 없다.

2.

호텔 해금강 찾아 1박 할 때 지은 시

마냥 잔잔하기 그지없어 푸른 호수 같은

장전 내항(內港) 선착장 옆쪽에

널따란 바지선 위 호텔 해금강은 우뚝하여서

남측에서 찾아온 관광객을 반기어 준다.

푸른 눈의 러시아 아가씨가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3층 311호 체크인한 후

온정각으로 출발하였다.

금강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온정리에

펄펄 김 내며 솟아나는 온천장의 맑은 온천수

옥류 탕, 연주 탕은 노천 온천욕 할 수 있고

게르마늄 탕, 황토 사우나, 옥 사우나 등등..

동시에 오백여 명은 족히 온천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온천욕 끝낸 후 금강 빌리지 가족 마트에서

참이슬 소주 서~너 병 까놓고서

형님 먼저, 아우먼저 이슬 한잔에 피로가 절로 사라진다.

온천욕 끝내고 이슬 한잔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 다시 호텔 해금강에 오니

늦은 밤인데 북한군이 두 명이 순찰을 한다

그래서 첫날밤은 저물었구나.

3.

구룡폭포를 찾아가던 둘째 날 지은 시

1) 산 목련꽃

구슬같이 맑은 물 흐르는 계곡

흔들흔들 거리는 구름다리를 지나서

큰 바위 하나 옆으로 누운 곳에

하얗게 피어나는 산 목련꽃은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에

말없이 가냘픈 그 몸을 맡긴다.

높은 산봉우리엔 흰 구름이 감싸고

깊은 계곡의 맑디맑은 개울물은

힘차게 감돌아 휘돌아 흐릅니다.

소담스레 피어나는 하얀 산 목련꽃은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에

서럽게 그 몸을 맡깁니다.

2) 옥류동에서

수정 구슬 같은 맑은 물이

쉴 틈 없이 흘러내리는

옥류동 계곡 구름다리에서

절벽 위를 올려다보니

세존봉이 위엄과 자비로움 가득하고

건너편에 옥녀봉이 참으로 우아하다.

구름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비취색 푸른 물이 옥류담에 하나 가득

정말로 예전엔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였을 것만 같았다.

3) 연주담에서

옥류 동을 지나서

비봉 폭포를 찾아갈 때

아담하게 두 개의 연못이 있다.

꼭 쌍둥이 아가씨가

나란히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 깊지 않아 보이는데도

역시 비취색 푸른 물이 가득하다.

4) 비봉폭포에서

봉황이 꼬리를 활짝 펴고 나르듯이

흘러내리는 폭포이라서

비봉(飛鳳) 폭포라 이름 하니

그리 높지 않은 절벽인데도

흘러내리는 폭포수의 모습은

봉황이 날아가듯 우아하기만 하다.

5) 삼록수에서

산삼이 자생하고 있을 것만 같은

깊은 숲속에서 흘러내리는 삼록수를

손으로 한움큼 떠서 마시어보니

물맛에 약초 냄새가 느껴진다.

이름 하여서

산삼과 녹용이 섞여 흐른다 하여

삼록수(蔘鹿水 )라고 하는구나.

6) 구룡폭포에서

관폭정(觀瀑亭)에 도착할 때

빗방울이 후두두 나뭇잎을 때린다.

재빨리 정자 안으로 들어가

120미터 아래로 용트림하듯 쏟아져 내리는

구룡폭포를 바라다보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폭포수 흘러내리는

우측 바위에 새겨져 있는 미륵불(彌勒佛) 석 자는

일본강점기 암울했던 그날에

해정 김규진이 새로운 시대를 염원하며

자신의 글씨를 석공에게 의뢰하여

새겨 놓았으니

마지막 불(佛)자의 획 중에서

수직으로 길다랗게 내려그은 한 자락은

그 길이가 바로 13미터나 된다.

구룡폭포를 구경하고 내려올 때

금강산의 천변만화(千變萬化)한 날씨를

동해의 선비 온몸으로 실감하였다.

방금 비 내려 비옷을 입었는데

금방 해가 환하게 비친다.

다시 비옷을 벗으면

곧바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댄다.

커다란 나뭇잎이

하늘을 가린 숲 속 가운데 길을 걷고 있을 때

어둠이 컴컴하게 드리웠는데

갑자기 번~쩍 하고 번개가 내리치듯

마치 전등불 다시 손으로 켜듯이

햇살이 쨍~하고 빛나면서

숲 속을 꿰뚫고 환하게 비친다.

7) 상팔담 가는 길목에서

힘차게 휘돌아 감돌아 흐르는

계곡 개울물을 가로질러

상팔담으로 가는 길목 다리 옆에서

북한 안내원 처녀에게 막걸리 한 병을 샀다.

쌀과 엿기름(북한 처녀가 말한 대로 적음)을

섞어 만들었다는 북한식 쌀 막걸리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약간 달착지근함) 했다.

그러나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계곡물 휘돌아 감도는 절벽을 바라다볼 때

1992년도에 김일성이가 적었다는 시 한 수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정일봉 우뚝솟아, 김정일장군님 등등)

자기 아들인 김정일을 칭송하는 내용이었다"

정녕코 자기 아들의 권력 굳히기에

아비(김일성)가 나섰단 말인가?

아니면 권력을 이양한 것이 아니라

예전의 소문대로(92년도에 그런 소문 있었던 것 기억이 남)

김정일에게 권력을 찬탈당하고

자기 아들이 아닌 북한의 최고 권력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서

굴욕을 참고 아부의 시를 지어 받쳤단 말인가?

8) 목련 관의 북한식 비빔밥과 냉면 맛보기

계곡을 가로질러 쇠밧줄로 걸쳐 놓은

흔들흔들 구름다리를 건너올 때에

빗방울이 다시 후드득 뿌린다.

바위 옆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데

하얗게 소담스러운 산 목련꽃 봉오리가

살~짝 다물었던 입술을 수줍게 벌리는 것만 같았다.

금강문 바위 속 계단을 다시 내려와

삼록수(蔘鹿水) 약수를 생수통에 담고 물맛을 다시 보아도

역시 물맛 속에 약초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계곡 옆에 둥그렇게 지어놓은 목련관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때가 되었는지, 뱃속은 꼬러~록

북한식 비빔밥과 냉면 맛을 보려고

동료와 서로 다르게 주문하여 둘 다 맛보았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배가 어느 정도 부르니 목련관의 북한 처녀 아가씨들이

눈에 들어와 옆에 써빙하러 다가올 때 살피어보니

꼭 하얀 산 목련꽃을 닮았구나!

오염되지 않은 산 목련처럼 앳되지만 야무져 보인다.

남남북녀란 말이 실감 나는 듯하였으나

반찬 하나에도 추가로 돈을 더 내라 하는 말 들어보니

하나같이 된 발음(북한식 발음)에 전투적이라 적이 실망하였다.

9) 오후 늦게 평양 모란봉 교예단 교예 관람을 하다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교예 관람 표는 25달러이다.

금강산 관광 시 누구나 한번은 본다고 하면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표를 구매하고 극장으로 들어간다.

동해의 선비도 역시 똑같이 호기심 많은 관광객이니

25달러를 내고 표를 구매하여 극장에 들어섰다.

지정 좌석은 맨 앞 첫 줄이라 교예단을 제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약 2시간을 한 번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숨 막히도록 긴박하고 긴장감 있는 아슬아슬한 곡예의 연속이었다.

실수 한 번 없는 완벽 그대로의 써커스(북한에선 교예라 함)를

관람 후 느낌은 차라리 섬뜩하였다.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써커스를 관람한 후

고성 횟집으로 이동, 미리 주문해 놓은 순 자연산 회를 곁들여

들쭉술(백두산에서만 자란다는 들쭉 열매로 담근 술) 두어~잔에

취기가 감돌고 하루의 피로를 들쭉술로 마감하였다.

(메모)

소생(임재화)이 2004년 5월16일 울산을 출발하여 육로로 금강산을 2박3일

여행 다녀온 뒤, 지었던 기행문(금강산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