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전병일
ㆍ작성일	2021-02-17 10:44

ㆍIP: 58.xxx.151

설 차례상

설 차례상 / 전병일

경자년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예전엔 차례, 제례를 어머님 댁에서 진행하다가 지난 추석부터 필자의 집에서 모시고 있다. 아내와 직장 근처에서 사려고 투룸을 얻어 살려고 했는데 그 자리를 큰아들이 차지해서 아내와 떨어지어 산 지가 벌써 1년이 지났다. 아내는 작은아들과 필자는 큰아들과 두 집에서 사는 셈이다. 명절 전전날 카톡이 왔다. 설날 아침에 오라고 한다. 아마 아내 혼자 차례상을 다 준비할 모양이다. 어머님이 차례를 모실 때도 도와주고 지난 추석 때도 차례상 차리는데 도와주었지만, 이번 명절같이 편한 명절은 처음이다. 어머님도 이번 명절에는 왔다 갔다 힘들고 코로나도 있고 필자의 집으로 안 오신다고 하신다.

까치설날 늦은 아점을 먹고 할 일 없이 뒤척거리다가 큰아들에게 운동하러 가자고 제안하니 별 대꾸도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안 간다고 하면 혼자 평소에 다니던 운동장으로 나갈 생각에 재차 가자고 조르니 그럼 30분만 하고 오자고 한다, 이왕 나갔으니 5km 정도 걸으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30분을 연장해 놓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들은 줄넘기를 챙긴다. 날씨는 포근한 봄날이었다. 운동장에 도착해서 필자는 평소 운동하던 대로 트랙을 돌고 아들은 줄넘기하다가 뛰다가 걷다가 하였다. 모처럼 밖으로 나온 아들 힘껏 뛰어보려고 하지만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도 의욕은 있어 헉헉거리며 운동장을 뛰기 시작한다. 1시간쯤 지나자 인제 그만 들어가자고 한다. 오는 길에 근처 비비큐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가자고 하니 집에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하기에 집으로 왔다.

냉장고 안에는 순살 돼지고기가 있어 그것을 구워 먹기로 하였다. 먼저 양파와 상추 손질을 하는데 상추는 너무 오래되어서 몇 장 못 건지고 다 버려야 했다. 필자는 양파와 청양고추 양송이버섯을 복구고 아들은 고기를 굽기 시작하였다. 운동도 했겠다 저녁 만찬은 꿀맛이었다. 여기에 머루주 한잔 곁들이니 외식에서 맛볼 수 없는 만찬이었다. 설날 이른 새벽 차례를 준비하는 본 집에 도착했다. 아내는 벌써 차례상에 준비한 몇 가지 음식이 놓여 있다. 아내는 부스스한 미소로 반기지만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가득해 보인다. 주방에서 서서 탕국을 준비하면서 끙끙 아는 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온다. 힘들긴 힘이 드는가 보다. 필자는 옷을 갈아입고 차례상을 차리는 것을 도왔다. 작은아들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아들을 깨워서 아버님과 6분의 조상님께 차례를 올렸다. 차례가 끝이 나고 어머님을 뵈러 시골에 가자고 하니 아내는 피곤하고 잠도 부족해서 못 간다고 한다.

내가 운전하고 다시 집으로 데려다준다고 하고 명절이니 양가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하니 마지못해 간다는 허락을 받았다. 준비한 음식가지를 챙기고 시골집으로 도착 어머님과 같이 점심을 하였다. 어머님이 말하기를 아들 집에 안 가신다고 해놓고 고사리와 나물을 무쳐 아들을 기다렸다고 하신다. 내가 안 가니 너희들이 다시 오잖아 하신다. 어머님 마음은 아내가 불편해할까 봐 안 간다고 했다가 속으로는 모시러 오면 갈 생각이었나 봅니다. 점심을 같이하고 처가 장모님 댁으로 가서 세배를 올렸다. 장모님 세뱃돈 필자는 오만 원, 아내도 오만 원 아내는 3만 원에서 올해 처음 2만 원 올려주었다고 기뻐한다. 세배를 뒤로한 체 큰아들 집으로 향했다. 아들한테 가지고 간 음식 나누어주고 원점 집으로 왔다.

집에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설거지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여기저기 운전을 하고 오니 나른해 소파에 몸을 누인다. 아내는 이를 악물고 명절 준비한 음식 설거지를 하고 있다. 깜박 잠에서 깨어 이제 내가 한다고 하니 아내는 이제 다했어 하면서 계속한다. 속으로 얼마나 미웠을까? 본인이 설거지해 준다고 해놓고 잠만 자고 있으니~~
자고 일어나보니 아내는 지친 몸 이끌고 꿈나라에 들어갔다. 아무튼 신축년 설에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2021.02.17 -(記)-

김종덕

2021-02-19 15:51

`전병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전병일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한창 잘보여야 할 시기에 몸을 사리셨네요. 좀 있다 정년하시면 많은 벌을받으셔야 할텐데, 아직은 힘이 남아 있나봅니다. 음식은 잘하시니깐 요리학원엔 안가셔도 되겠지만, "사람읽는 법"에 대해서는 공부를 좀 하시면 어떨까합니다. 가정적인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전병일	김종덕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 명절은 어느 명절 보다 편한 명절을 보냈습니다 아내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퇴직하면 사람읽는법 공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불금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2/19 22:45

한영택

2021-02-20 23:01

`전병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전병일 작가님 안녕하세요? 설 명절 잘 보내셨네요. 시인님과 큰아들 아내와 작은아들 직장생활로 떨어져 생활하지만, 가족과 같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지요. 명절날 제사상 보려면 아무래도 아내의 수고가 큰 거 같습니다. 이번 설 명절엔 작가님이 호강하셨네요. 평소에 어머님과 아내 잘 챙겨드리고 훌륭한 아버지로 자상한 남편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셔야겠습니다. 가족의 행복이 나의 행복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주말 밤 되십시오.


전병일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달지지 못하고 있겠군요 이번 명절은 모처럼 호강했습니다 작가님 늘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2/21 21:32

정대수

2021-02-21 22:03

`전병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전병일 작가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이전에도 명절은 반갑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지요.
전염병으로 가족간에도 거리두기를 하느라 왕래를 미루는 겨우가 많다보니 섭섭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두 집 살림살이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군요.
아무튼 사모님께서 참 대단하십니다.
코로나19가 백신접종으로 물러가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정말 좋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입춘대길 건양다경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전병일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이번 명절에는 아내혼자 고생하였습니다 제사와 차례를 가져온후 처음 자가방식으로 해보려고 한것 같습니다 새로운 한주 2월의 마지막주 입니다 2월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3월 맞이하세요 감사합니다.	2/22 08:57

정찬열

2021-02-22 00:13

존경하는 전병일 작가님~
복잡한 일상에서도 조상을 섬기 심과
알뜰 살듯 가족사랑에 많이 배움해야 할것 같습니다.

만사를 어김없이 곧게 지켜내시고 직장일이며
가정사의 성실함이 면면에서 묻어 남을 느낍니다.
그렇게 사시는것이 복받고 사는 보람이고 삶이지요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한 주일입니다.
한주가 끝나면 3월이 기다리고 있네요
항상 건강 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기원 합니다.


전병일	존경하는 정찬열 작가님 다녀가신 발걸음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아내한테 넘 미안합니다 아내방식대로 편하게 하도록 위임할 예정입니다 2월의 마지막주 입니다 2월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3월 되세요 감사합니다.	2/22 08:59

진주 혼식일

된장 담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