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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02 16:51
ㆍIP: 223.xxx.118
비대면의 효도
비대면의 효도

      권영심 ( 2020 , 10 , 2 )

내 기억 창고의 용량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크지 싶다
아주 옛날의 일도 선명히 떠오르는데 또 웃기게도 어떤 것은 마치 해리성 기억
상실 처럼 아예 지워져서 없기도 하다
사라진 기억은 정말 힘들었을 때의 일들
인데 일부러 되살리려 하지 않는다
내가 살기 위해 기억이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것은 잠시 스쳐간 티비 드라마의 장면을 몇 십 년이 훌쩍 지나도록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선명하게.
해마다 추석이 돌아오면 마치 자동으로
스캔되듯이 그 장면들이 떠오르는데
전원일기의 김혜자씨의 모습들이다
시어머니가 추석 대목의 바쁜 준비 중에
갑자기 병환이 나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 고 옷에 실례를 했다
그 빨래를 큰며느리가 하는데 못하게
말리면서 자신이 꼭 해야 된다고 말하는
간절한 눈빛.
황도 통조림과 쥬스를 시어머니에게
자꾸 권하면서 드셔야 한다고, 먹어야
기운을 내신다고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그 간절한 눈빛.

잠을 자는 시어머니에게 얼굴을 꼭 붙이
고 오래 오래 사시라고 속삭이는,며느리  김혜자의 그 울음섞인 간절한 음성이
명절만 되면 떠오르는 것은 대체 무슨
곡절일까?
나는 시부모도 모신 적이 없지만 내 부모님 봉양도 하지 않았다
봉양이라는 것은 함께 살면서 아침 저녁
수발을 해드리고 출입을 살펴 드리며
안색을 거스리게 하지 않는, 자식의 기본 도리이다
그러나 나는 부모의 어느 분도 봉양하지
못 했고 아버지는 고종을 했지만 어머니는 그 죽음조차 보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불효가 있을 수가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회한이 가슴을 짓눌
러 전원일기의 그런 장면을 떠올리는 것
인지도 모른다
친 부모도 아닌데 시어머니의 병환을 그토록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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