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03 18:30

ㆍIP: 223.xxx.11

사람은 늙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은 늙는 것이 당연하다

권영심 ( 2020 , 10 , 3 )

인간의 성장기는 언제까지일까?
여러가지 이견들이 있으나 성장은 20세 전후에 끝나고 노쇠가 시작되며 피부는
25세 이후엔 회복되지 않고 늙어 간다 고 한다.
그 뿐이랴?
머리의 뇌세포는 25세가 지나면 하루에
일 만 개씩 죽어 간다
말하자면 인간은 이십여세가 지나면
모습이 다를 뿐, 누구나 늙어 간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노화되어 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하면
팔아 먹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먹고 입고 쓰고 생활하는 모든
것의 답은 단 하나, 젊어 보이고, 젊어 지게 하고, 젊어질 것이라는 주문이다
젊어 보이게 하는 화장품에서 벼라별
제품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젊어 보이는 것을 넘어 어려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써도, 그 무엇으로 표변 해도 우리들은 하루 하루 늙어 가건만,
늙는다는 말은 요즘은 재앙이고 저주나 다름없다
나 스스로의 지성과 관념과 철학을 가지
고 자연스럽게 나이드는 법을 우리는
이제 잊어 버렸다

어디서나 젊어 보여야 하고 제 나이를 그대로 보면 불쾌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저 쓴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남자들은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 에서 실제로 표현되는 것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경우는 별로 없다
얼굴은 주름 투성이인데 머리는 새까맣
게 물들여 주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남자들이 안쓰러울 때가 있지만 그것 대로 봐 줄만 하다
그러나 여자들이 어려보이고 싶은 열망
에 사로잡히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얼굴을 성형하고 머리를 단발하고 짙은
화장을 하고, 여기까지는 그래도 연민
으로 보게 된다
연예인 중에도 얼굴에 무슨 짓을 한건지
분명 나이는 70이 넘은 것을 아는데
주름 하나 없는 얼굴로 나오는 사람들
을 보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래도 연예인이니 그렇다 치고, 연민 이고 뭐고 만나면 그냥 한 대 갈기고 싶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여인들이 있다
단발에 미니스커트와 킬힐, 이 차림은
정말이지 인간에 대한 절망을 느끼게
한다
단발을 항상 정갈하게 간수하기 위해
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데 첫 째
조건이 풍성한 모발이다

손으로 자연스럽게 뒤로 넘기더라도
찰랑거리면서 특유의 모양을 갖출 수
있을 만큼의 모발이 있어야 하는데
오십이 넘어가면서 그렇게 풍성한 모발
이 있는 여인은 별로 없다
부분 가발까지 사용하면서 죽어라 단발
을 고수하는 어느 지인은 사람들이 나이 보다 열 살 이상 어리게 본다는 것이
최고의 자랑이다
나보다 열 살이 많은데 모임에서 대놓고
-ㅎㅎㅎ 아까 어떤 사람이 영심씨 보다
어리게 보는 거 있지? - 그렇게 웃는
얼굴의 짙은 화장 속에서 나타나는 주름
은 경극의 주인공 감이다
이 단발에 무릎 위에서 이십 센티 이상
올라가는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미니스커트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40이 지나면 입을 수 없는 옷이다
요즘이니까 40까지 봐 주는 거지 예전
엔 나이를 떠나 결혼하면 끝이었다
나이 때문에 미니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젊은 여인은 외모의 미추를 떠나 허벅지
가 드러나는 미니를 입으면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젊음 특유의 싱싱한 기운
을 발산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러나 나이든 여자의 미니스커트는 아무리 비싼 옷이더라도 절대 감출 수
없는 초라함이 그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드러난다
평생 운동을 해서 몸매가 기막히게 예뻐
도 입지 말아야할 옷이다
이 세상엔 너무나 멋있는 옷들이 많은데
굳이 미니만을 고집하며 스타킹도 신지
않은 종아리의 퍼런 핏줄을 드러내는지
참 의문이다
무릎의 복숭아빛이 사라지는 나이의 미니스커트는 여성의 슬픈 오마쥬이다
여기에 머리를 치고 싶은 또 하나, 바로
십 센티 이상의 굽을 자랑하는 킬힐이다
이 세 가지를 70이 가까운 나이에 절대
고수하는 어느 여인이 있다
킬힐이야말로 자신의 여자로서의 자존심이라고 말하는데 그녀와 함께 하는 날의 우리는 피하기에 바쁘다
킬힐의 아름다움이 발하는 것은 앉거나 섰을 때의 모양새보다도 거침없이 걷는
자태에서 돋보이는 특유의 멋에 있다
그렇게 걷기 위해서는 쭉 곧은 바른 자세와 자신이 넘치는 걸음걸이, 힘이
있는 하체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즉 젊음의 특권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기대 수명 120세의 이 시대라고
하지만 비틀거리며 걷는 킬힐의 늙은
여인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민폐다
거뭇한 무릎이 드러나는 미니에 발발 떠
는 킬힐, 아무리 고정해도 바람이 불면
허옇게 보이는 두피의 단발이 보여주는
것은 나이듬의 처절한 슬픔이다
나이 들어감을 자랑할 필요는 없으나
순하게 늙어 가며 얼마든지 멋부림을
할수 있는데 그렇게 젊음을 놓지 못 하는 것을 보는 것이 또한 슬프다
어제 그 여인이 삼총사를 거느리고 울
가게를 방문해서 정말 놀랐다
밤인데도 여전히 미니에 킬힐 차림 이어서 마침 중앙에 앉아 있던 남자
손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맥주 한 병씩을 놓고 앉았는데 네 여인 들의 너스레에 나는 침묵하고 오로지
그 킬힐에만 신경이 쓰였다
울 가게의 화장실은 그 구두로는 가는
길이 험난할 것이 뻔해서 정말이지 갈
때 까지 그 여인만 쳐다 보았다
그런데 손님들이 밖으로 담배피우러
밖에 나갔는데 웃으면서 하는 말들을
듣고 너무 속이 불편했다
귀신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귀신들...아무리 젊음을 흉내내어 봤자
부자연스런 꾸밈은 절망스럽게 돋보여
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또 다시 깨달았다
나이듬이 슬퍼지는 순간이었다
나 스스로는 단 한 번도 나이듬을 원망
한 적이 없건만 어찌하나?
귀신들이라고 밖에서 웃은 남자들이
그녀들을 향해 최고다, 멋지다 하는
추임새를 듣고 킬힐의 여인은 -내가
이런 맛에 이러고 다닌다 -라고 웃음을
멈추지 못해 나 혼자만의 민망함에
더욱 말을 잃었다
두 번이나 화장실 시중을 들어 주어서
그 여인을 기쁘게 했지만 만약 혼자 보냈을 때의 불상사를 생각하면 끔찍
하다
다시 온다고 갔는데 마음에 바위 하나
얹은 것 처럼 무겁다
무엇을 하든, 나는 남의 치장을 입초시 에 올리지 않으나 자신을 위험하게
하는 치장만은 말았으면 좋겠다
나이듬을 순하게 인정하면서 더욱 순해
지는 마음과 치장으로 스스로를 여밈한
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사람은, 아니 모든 조물은 늙고 나이든
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

비대면의 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