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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09 21:15

ㆍIP: 223.xxx.97

남을 향해 돌을 던질 때 나만 참아라

#권영심의글
남을 향해 돌을 던질 때 나만 참아라

권영심 ( 2020 , 10 , 9 )

동서양의 고금을 통 털어 사람을 공개적 으로 죽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누군가의 선동으로 시작되어 삽시간에
죽이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성경에도 나와 있을 만큼 오래 된, 유구 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방법은 바로 돌로 쳐서 죽이는 것이다
죄인이 끌려 나왔을 때, 함거를 타고
유배의 길을 갈 때 길에 선 사람들은 처음부터 죄인을 돌로 칠 생각으로 구경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대역 죄인이라 할지라도 나와
직접 닿는 연이 없으니 그저 구경만 할
뿐이다
그러나 어디선가, 아니면 바로 옆에서
-저 죄인을 돌로 쳐서 죽이자 ! - 라는
목소리와 함께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던져
져서 죄인의 몸에 닿으면 그 순간 사람
들의 무의식 중의 봉인이 해제되어
버린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잔혹한
쾌감이 소름 처럼 온 전신에 돋으며
돌을 쥐고, 어느새 누구에게 질세라
던지고 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누구 보다 큰 돌을 던지고 많이 던지려고 아귀 다툼을 벌인다

어느새 돌무더기가 쌓이고 죄인은 생
매장이 된 채로 죽는다
맨 먼저 소리지르고 돌을 던진 사람은
벌써 사라지고 없으며 남아 있던 사람
들도 황망히 손에 든 돌을 놓고 썰물
빠지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맨 먼저 소리지르고 돌을 던지는 이가
없었다면, 어쩌면 죄인은 다른 곳에서
잔명을 이어 갔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첫 번 째의 돌을 던진 이는 나는 그냥
돌 하나를 던졌을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그가 죽인 것이나 진배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죄를 묻는 사람들에게
죄 없는 자, 여인을 향해 먼저 돌로 치라
고 말씀하셨다
먼저 돌 하나를 던지는 이가 없다면 죽음의 돌 무더기는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나 돌로 쳐서 죽이자고 맨 먼저 선동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어 왔고 지금 도 존재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실제 돌을 던지지 않고 그 돌무더기가 시장 바닥에 없을 뿐이다

몇 년 전 나는 평생 하지 않은 짓을 했는
데 여자들과 어울려 놀고 수다 떠는 것 을 얼마 동안 해보았다
마침 어느 봉사 단체의 사람들이 어울리
기를 원했고 회장이 되는 언니가 나를
유달리 챙기고 이뻐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카페에 차 마시러도
가고 여러가지 안 해본 일들을 했는데
나름 즐거웠다
그런데 돌아오면 몹시 피곤하고 힘이
빠지고 기분이 다운되었다
그냥 이야기하고 놀기만 했는데 왜 이런
것일까?
여러가지 봉사를 하루 종일 하는 날도
몸은 피곤하지만 이렇지는 않은데...
그러다가 어느 날 카페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들이 모여서 차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의 90%가 남의 험담이었고
그즈음 한 사람을 줄기차게 씹어대고
있었다
회장이 포문을 열면 모두 일발 장전하고
저마다 돌을 던지는데 어제도 던진 피
묻은 돌을 주워서 다시 던지고 있었다

어제 수 많은 돌을 던져 생매장 시킨
시체의 피가 묻은 돌을 주워 포문에 넣고 또 다시 쏘아대는 짓거리를 되풀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쳤다.
이거였구나...
나는 내 자신이 기가 막히고 스스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며칠 뒤 회장과 교육을 받으러 가는 차
안에서 진심을 다해 그러지 말 것을
말했고 봉사 일이 아니면 부르지 말 것도 부탁했다
그 뒤에 내가 겪은 일은 여기서 말할
필요가 없고 그 때 정말 진정으로 한 겹
의 껍질을 벗게 되어 오히려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타인의 험담을 하는 것이 얼마나 나
자신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너무나
확실하게 깨달은 그 일로 인해 오늘의
나는 그 때 보다 조금은 나은 인간이다
상대방이 죄를 지었거나 아니거나 내가
무슨 권리로 그를 판단해서 돌을 던지고
비난할 수 있을까?

나와 연관이 있으면 그것만 따지고 분별
하면 되는 것이고 그 외의 다른 것은
모욕하기 위한 인신공격일 뿐이다
나는 돌 하나만 던졌어, 하고 뒤로 물러
서도 이미 맞은 사람은 죽었다
내가 맨 먼저 돌을 던진 사람이 아니라 고 그대, 자신할 수 있는가?
두 번째, 세 번째여도 마찬가지다
내게 돌을 맞은 이는 돌을 맞고 그 무더 기에 갖혀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다
내가 돌을 내려 놓고 그대가 돌을 놓으 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죄인이 눈에 보이면 지금 내 앞을 그냥 지나가도록 놔 두어야 한다
그는 알맞은 곳에 멈추어 받을 벌은 받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그러다가
또 죄를 지어도 할 수없다
내가 먼저 돌을 던져 죽여 놓고 난 아니오 하는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타인을 향해 돌을 던질 때 남을 말릴 생각 말고 나만 참고 돌을 놓으면 된다.
내가 손에 쥔 돌을 놓으면 이윽고 모든
이가 돌을 내려 놓는다.
그러니 그대, 지금 손에 돌을 쥐었다면
그 자리에 놓고 돌아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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