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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11 21:26
ㆍIP: 223.xxx.119
야아, 마리아 아부지
야아, 마리아 아부지
      권영심  ( 2020 , 10 , 11 )
요즘은 코19때문에 많은 모임이 사라 져서 어떤 모임이든지 만나면 특별한
느낌이 든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웠는데 2차로 우리 가게로 몇 사람이 와서 주석이 이어지면서 탈이 났다
한 부부가 1차에서 부터 약간 삐걱거린
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 가게에서
맘 놓고 술을 마시면서 간신히 지키고
있던 조심성은 사라지고 원색의 그림이
거침없이 그려졌다
기왕 다른 손님도 없으니 몸싸움만
아니면 말리지 말라고 하자 사람들이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럴 경우 말리면 백발백중 더 큰 싸움 이 되고 잘못하면 패를 가르게까지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알려 주고 서로가 왜 그러는지 우리가 들어 줄테니 화끈한 설전을 펼쳐보라고 했다
피카소도 울고 갈 추상화가 마구 그려 지면서 부부가 서로를 향해 그렇게 욕을 잘 할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동갑인 이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로가 우겨
대는 것이었다
남자의 하소연은 아내가 누구 앞이든지, 어디서든지, 장소 불문으로 자신이 말만 하면 무조건 거부, 불응, 반대, 비웃는다 는 것이었다
그 점은 우리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
고 손을 들어 주었다
실제 아주 가끔 보지만 남편에게 그렇게
마구 말을 하는 부인이어서 참 신기했었
는데 사람들은 동갑내기라서 그렇다고
흔연스레 말했다
여자의 불만은 남자가 너무나 어린아이
같아서 어떤 일도 믿고 맡길 수도, 의논
도, 함께 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함께 가게를 하는데 여자의 말에 의하면
남자는 말종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그렇게 말싸움을 하다가
점점 지치는 듯 하더니 새로 맥주를 따서 시원하게 마시고 일어섰다
그들이 나가고 얼마 후 부인에게서 전화
가 왔는데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렇게 속 시원히 이야기를 해본 적이
처음이라고 했다
서로 말을 시작하면 오 분도 못 가서
주짓수가 되어 버려 오늘 처럼 긴 이야기를 털어 놓은 적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충고를 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작가님
덕분이라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어떤 말에도 충고나 조언을 하지 말 것을 처음부터 못 박아 놓았었다
정답은 이미 자신들이 알고 있고 서로의
말을 충분히 들었으니 그 부부가 함께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우리 엄마.
아버지와 13년의 나이 차이가 있어서
였을까?
아니면 당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배움이 많은 남편을 존경한 때문이었
는지 모르지만 엄마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든지 거부하거나 토를 달거나
반박하는 법이 없었다
아버지의 부름이나 시키는 일이나 뭐든
지 엄마는 -야아, 마리아아부지 -였는데
그 억양이 때때마다 다를 뿐이었다
미묘한 억양과 강약의 차이, 표정으로
인해 엄마의 기분 상태가 여실히 드러나
서 아버지의 반응도 달라졌다
- 와 그러내? 불만이가? -
-그렇게 좋네? 입이 귀에 걸렸구마야 -
- 하기 싫은 기야? 뭐 때매 그런 기가?-
- 말 듣는 거이야, 알간? - 등등...
지켜 보는 우리는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엄마는 대답 한 번 했을 뿐인데 아버지 는 무슨 뜻을 알아 들은 것이었을까?
그 외에도 엄마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을 거침없이 내비쳤는데 주변 사람들이 놀릴 정도였다
마리아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 때는
우리오야지였다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우리오야지라고 말할 때의 그 표정
이 정말 그립다
자신의 남편이 공정하고 잘났으며 누구
에게나 인정받는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 아내의 표정은 빛을 발하듯 도도
하고 예뻤다
두 사람이 싸우는 문제의 원인은 항상
나와 남동생이었고 두 번째가 아버지의 선행이었다
돈 벌어서 남 다 퍼준다고 엄마는 소리
질렀으나 한 번으로 끝이었다
-와 그러네? 밥 굶겼서? 돈 없서?
뎀비지 말라우야  - 호탕하게 웃으며
엄마를 와락 껴안으면 그것으로 끝,
소학교도 다니지 못한 나의 엄마는 그렇
게 아버지의 모든 것을 자신의 자랑으로
삼고 여인으로 행복했다
부부가 사랑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는 변함없이 똑 같다
반려자를 자신의 자랑으로 삼는 것.
누구에게 보이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나만의 자랑으로 삼아 사랑하는 것임을
나는 내 부모님에게서 배웠다
그 자랑으로, 엄마는 일찍 혼자  되었 으나 아버지의 아내로 변함없이 나머지 생을 보내고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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