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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1-10 13:28

ㆍIP: 223.xxx.254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2 )
권영심 ( 2020 , 11 , 8 )
아버지가 너무 화가 나서 엄마를 때린
것을 나는 두 번 보았다
전부 나로 인한 것이었는데 엄마는 그 일로 오래도록 나를 원망했다
- 내가 시상에 태어나서 딱 두 번 뺨따구 를 맞았는데 그기 다 니 년 때문인기라,
아무리 내가 잘못했어도 너거 아부지는
때리는 시늉도 안 했는데 내가 니 년
땜시 뺨따구를 두 번 맞았다 아이가. -
눈을 흘기면서 엄마는 그 일을 참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곱씹었다
남편에게 맞은 이야기를 저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니, 참 이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그 이야기를 즐긴 것은 일종의 자랑질이란
것을 어른이 되어서 알았다
남편에게 맞지 않고 사랑받고 보호 받으
며 산다는 , 엄마만의 자부심이었다
왜냐하면 시장의 정말 많은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맞고 살았으니까.
부부싸움을 하면서 부인이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차에 실려 가는 것도 보았는데 며칠 후 남편은 멀쩡히 장사를 하고 있었다
분명히 경찰차에 실려 갔는데도 별다른
벌을 받지 않고도 그 아저씨는 풀려 나온 것이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그럴 수도 있다는
것, 부부싸움은 다른 사람은 상관해선
안된다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시장에선 매일 싸움판이 몇 군데서 벌어
지는데 부부싸움이 반이었다
난전에서, 또는 작은 가게에서 아내들이
장사를 하면 그 남편들은 거의 한결같은 패턴을 보였다
아침에 물건만 해다 주면 곧장 노름방에
서 하루 종일 살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면서 취생몽사로 지냈다
지금 생각하니 시장 안 어느 곳에서든지
항상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순댓국집, 튀김집 , 작은 밥집 등...
시장 밑의 도가 옆 골목에는 우리들은
출입금지인 곳이 있었는데 방석집이라
고 흔히 말하는 술집들이 쭉 이어진 곳
이었다
그 곳을 대낮부터 들락거리면서 술이
취한 남자들은 그 때 부터 일을 벌린다
걸리는 대로 싸움을 하거나 , 아내가
장사하고 있는 가게로 가서 행패를 부리
는 것이다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 신나는 것
이라고 한다지만 장사할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아내를 폭행하던 그 아저씨들 을 잊을 수가 없다
싸움을 말리기도 하지만 쌍욕을 하면서
머리를 들이미는 상대 앞에서 모두 뒤로 물러나기 마련이었다
소수의 일이었지만 그런 일로 인해 시장
안은 또 다른 소란으로 늘 시끄러웠다
부부가 합심하여 정말 알뜰하고 의좋게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큰 가게를
장만했다
그러나 늘, 술이 취해 장사하는 아내를
가혹하게 폭행하면서 아이들도 무자비 하게 때리던 그 사람들은 대체 왜 그랬
을까?
말리려 들면 왜 남의 집 일에 끼어 드느
냐고, 부부싸움에 나대지 말라면서
육탄전을 불사하던 그 사람들의 얼굴은
늘 무언가로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아이들만 보면 욕을 했는데 나와 내 동
생들에게는 그러지 못 했다
아버지는 웬만한 일은 그냥 넘어 갔으나
그런 경우는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작은 가게나 난전을 닫고 어느 날
보이지 않으면 이사를 간 것이었다
참 많은 여자들이 맞고 폭행을 당했는데
도 아무도 벌하지 않고 아무도 제지하지
못 하고 아무도 참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가서 말려야만 하는
일들이 가끔 벌어졌다
발로 밟고 물건을 던지고 그것도 부족해
칼이나 가위를 들고 설치면 사람들이
우리 가게로 뛰어 왔다
아버지는 손님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뛰어 갔고 미쳐 날뛰는 술주정뱅이를
단숨에 제압했다
덤벼드는 남자를 그대로 두 손으로 잡아
길에 패대기치고 뺨을 두어번 후려 치면
쭉 뻗어 버렸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맞고 나면 당분간은 조용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아버지를
찾은 듯 하다
아버지는 육 척 장신이었고 장사라고
부를 만큼 힘이 세었다
그 때 순사라고 부르던 경찰관들도 왔
으나 아버지는 상관없이 두드려 팼고
그들도 말리지 않았다
아마 요즘 같았으면 울 아버지는 폭행
전과 여러 개를 달았을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누지도 못 하면서
남편을 끌어 얼굴을 닦아 주던 그 아내 의 마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요란하게 난리를 피우지 않았어
도 여자들의 얼굴에서 폭행의 흔적은
흔하게 발견되곤 했다
그런데도 우리 가게에 모여 앉아서 맞은
이야기를 하면서 웃던 아내들..
그 시절에 남편에게 맞는 것은 그렇게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깊은 밤에도 부부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남자가 내지르는 그 쌍욕들과 아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는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시장 거리에서 자라서 다른 아이들 보다
더 험한 모습들을 많이 보았는지도 모르
지만 그 험한 일들로 인해 나는 생각이 더 많아진 아이였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아내를 발로 차던
남자는 길을 가다 나를 만나면 반색을
했지만 나는 모른체 했다
자신의 아이들과 아내를 그렇게 비참 하게 만들면서 그가 얻는 기쁨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절대로 저런 인간과는 말 한 마디 주고
받지 않을 것이라는 당돌한 생각을 하며
모든 폭행에 혐오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가정 폭력은 오늘날에도 수없이 존재하
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일부라고
한다
아직도 수많은 아버지들이 집에서 폭력 을 행사하고 숨 죽여 지내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길에서 패악질을 하던
남자들이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
까?

그 때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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