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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2-01 13:39

ㆍIP: 223.xxx.43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22)

권영심 ( 2020 , 12 , 1 ))

지금은 산부인과 의원을 보기가 너무 힘들다
지방의 중소 도시들 가운데는 한 곳도
산과가 없어 한 달 전 부터 병원이 있는 곳의 도시에 가서 모텔 생활을 하거나
두 달 짜리 월셋방을 얻어 생활하기도
한다고 한다
산기가 느껴지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하는
데 참 무어라고 할 말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산과 병원이 사라지
고 전공의도 없을 수 밖에.
그 때 그 시절엔 한 동네에만도 산과 의원이 열 곳도 넘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골목마다 조산원이
있었다
산과 의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 은 조산원에 가서 아이를 낳았다
아기 울음 소리도 넘치고 배 부른 산모 들도 넘치게 많았다
그러나 그런 만큼 안타깝게도 죽는 산모들도 많았다
아기를 가진 채로 죽기도 했지만 낳고
나서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는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많았겠지만 믿을 수
없게도 결핵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다
그 때 그 시절에는 결핵을 앓는 사람들 이 많았는데 임신을 하면 아기 때문에 약을 끊어야 했다
결핵약은 굉장히 독하다고 하는데 그
약을 먹기 위해서 음식을 잘 먹어야
하고 섭생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그 때 그 시절의 며느리가 자신 의 몸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지만 결핵을
앓던 여자가 임신을 하면 해산 후 죽는
일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처녀 때 앓던 결핵이 도져서 죽었다더라
라는 말들이 많았을 만큼 결핵은 흔한
병이었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우리 동네에서 아기를 놔 두고 젊어서 죽는 엄마들 몇
번 보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놀라운 것은
엄마를 잃은 아기를 키우지 않는 가족들
이 많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친할머니도 있는데 좀 시간이
흘러서 보면 아기가 없어졌다
시장 아지매들은 몇 명씩 모이면 홀트 아동 복지회니 입양이니 하는 말을 속삭
이듯 말하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남자는 새장가를 가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일부 아지매들은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라는 둥, 여기서 구박받고 사느 니 부자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나을거 라며 한 동안 속살거렸다
홀트회에 입양하는 아이들은 모두 고아 인줄 알았던 나의 충격은 그 때에도 상당했었나 보다
그러나 놀랍게도 부모가 있는 아이들의
입양이 너무나 많다고 아버지가 알려
주었다
엄마를 잃은 아기가 남자였으면 그나마
친할머니가 붙들고 키웠지만 여아일 경
우 거의 홀트회에 갖다 줘 버렸다
몇 명이나 낳고서도 결혼하는 것이 문제
없었는데 고작 한 명인데 버리다니?
여아는 키워 봤자 남의 자식이 될 것이 고 어차피 박복해서 어미 잡아먹은 재수
없는 얘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떳떳한 이유였다
아기만 없으면 총각이나 마찬가지이니
새며느리 맞이하는 것에 하등 문제가
없었다

아기가 있으면 홀아비 취급으로 여자를
싸안아서 데려와야 하지만 다시 총각
행세를 하면 제대로 며느리를 볼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키워봐야 시집보내야 하는 여아
는 얼마든지 버려도 되었다
자식은 또 낳으면 되니까.
인정이 넘치고 밥 한 술도 나누어 먹던
그 때 그 시절이지만 가족 이기주의는
그렇게 무섭도록 냉혹했다
특히 나이든 여인들의 그 이해할 수 없는 욕심과 무지, 지독한 이기심은 지금의 젊은이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요즘의 어르신들을 라떼니 뭐니 하면서 축에도 끼워주지 않지만 그 때 그 시절 의 노인, 특히 할매들은 가내 군주였고 통치자였다
자식들은 그 통치자를 이길 수가 없었다
홀트회에 아이들을 보낸 아버지들을 아무도 욕하지도 말리지도 않았다
할매가 그랬으니까, 어머니의 강권으로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

한 때 입양 보냈던 아이들이 한국의 부모를 찾는 방송이 굉장한 이슈가 되었
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영도 모처에서 가족을 찾아 상봉
이 이루어진 때가 있었는데 왜 나를 입양 보냈느냐고 묻는 딸의 질문에 아버
지 되는 이가 그랬단다
내가 보낸 것이 아니라 니 할매가 보냈 다고.
아들은 이미 죽은 어머니를 핑계로 삼았
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은 그저 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니 나는 죄 없다는 그
아버지를 딸은 무슨 심정으로 바라 보았
을까?
아직도 우리나라는 우리의 아이들을
외국으로 입양보내고 있다
어떤 부모들이 무슨 심정으로 아이들을
그렇게 외국에 버리는 것일까?
세월은 수 십년이 흘렀으나 그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새 삶을 가지기 위해 자식을 가차없이 버렸고 현재도 자신의 삶에 자식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다
나이가 많든지, 적든지 상관없이,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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