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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2-25 17:40

ㆍIP: 211.xxx.44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24 )

권영심 (2020 , 12 , 25 )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가수, 아니면 그 비슷한 근처에라도 가 있다
얼마나 노래들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지 가끔 노래방에 가서 어울릴 때
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과연 동이족의 후손이라고 할수있다
요즘은 아예 마이크에 노래방이 저장 되어 어디서라도 에코까지 넣어 가면서
열창을 할수 있으니 노래 공화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긴 그 때 그 시절에도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부르고 즐겼다
모든 연회나 잔치나 장례마저도 집에서
치루던 그 시절에 노래와 춤은 필수였고
그런 장기를 가진 사람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과 확연히 다른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노래 가사와 마이크다
그 때 그 시절엔 수 백 곡의 노래를 부르 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가사를 전부 외웠다

나 역시 백여 곡의 노래는 부를 줄 알았 는데 웬만한 가곡과 세계의 민속 노래를 가사 한 줄 안 틀리고 부를 수 있었다
합창단과 성가대에서 단련한 덕분이기 도 했으나 혼자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내 노래는 흥을 돋구는 노래가 아니었기
에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부르는 일은
드물었지만 암튼 노래는 언제 어디서나
부르고, 부르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은 마이크나 악기의 도움없이 생목으로 병이나 숟갈을 들고, 그렇게 흥을 내어 부르고 즐거워 했다
장례 마당에서도 노래가 그치지 않았고
각설이 꾼들은 흥타령을 부르며 밤새
놀았다
시장에서 상여는 나가지 않았으나 장례차가 천천히 큰 길에 나갈 때 까지
상주들의 울음과 어울려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그 노래가 얼마나 상주들과 망자를 위로 했을지 지금은 알겠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때 가사 를 몰라서 못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노래를 부르면 가사는 당연히 알았고
음정이나 박자는 틀려도 용서가 되었다
떼창을 불러도 노래는 가사 한 단어 틀리는 법이 없이 그렇게 싱싱하게 불러
지면서 재미졌다
노래의 가사는 또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
적 이었던가?
둘러 앉아서 서로 화음을 넣으며 부르던
그 많은 가곡들과 민요들, 그리고 요들 송과 동요들.. .요즘은 요들송과 동요들 을 통 듣지 못 하겠다
요들송도 사라지고 가곡도 사라지고
아이들이 그렇게 부르던 동요도 모두 사라졌다
나는 요즘, 노래를 한 곡도 제대로 부르지 못 한다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하나도
없고 가사를 외우는 노래가 없다
어느날 그 사실을 깨닫고 너무 놀라서
혼자 노래방에 갔다
자막에 나타나는 가사를 보면서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생각외로 많았다
그런데 마이크를 놓으니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하나도 없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가곡 한 곡도 부르지 못 하니 이 무슨 조화인가?
아무리 기억력이 나빠졌대도 노래 한 곡
의 가사를 모르다니 이게 웬 말인가?
그런데 이 일이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그렇단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마이크와 자막
이 있어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 때 그 시절에 연말이 다가오면 온 나라에 울려 퍼지는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캐럴송이다
벼라별 캐롤송들이 거리마다 골목마다
울려 퍼지고 우리들은 뭔지 모르는 설레임과 기대로 성탄절과 연말을 기다
리며 형편대로 자그만 선물이라도 나누
었었다
길거리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앨범들을
사면서 그토록 즐거웠고 겨울의 찬 바람
마저 녹여주는 성탄 장식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작은 교회에서 대형 백화점까지 , 갖가 지의 장식과 그 사이에서 흐르는 캐롤은
빈자의 마음도 잠시나마 기쁨으로 채워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캐롤은 사라지고
올해는 코비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가 더 악화되어 이제 집 밖에 나오기도
두렵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빛나던 수 만개의 빛
조차 없어지고 이제 아기 예수님은 이
지구의 어디에서 태어나실지 심정이
아리면서 이렇게 서글프다
거리마다 상점마다 반짝이던 작은 불빛
들의 반짝임은 따뜻함으로 가득했는데
너무나 캄캄해진 하늘과 땅 사이에 서서
마치 집을 잃은 아이가 된 심정이다
그러나 골목 길 마다 울려 퍼지던 새벽
성탄송의 여운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 속
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들을 수가 없는데 마치 지금 문 밖에서
울리는 듯 이렇게 애틋하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모여서 함께 노래 부를까?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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