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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14 14:11

ㆍIP: 58.xxx.196

따르릉...기뻤던 소리

따르릉...기뻤던 그 소리

권영심 ( 2021 , 4 , 14 )

우리 집에 언제부터 전화가 있었을까?
장사를 해서인지 전화는 내가 철 들기 전 부터 있었고 아마 큰 재산에 속했었
지 싶다
가게 가장 안 쪽에 , 그것도 금고 같은
상자에 담겨져서 숨겨진 채로 있었다 납작 엎드린 까만 전화기는 시간만 나면 융 조각으로 닦아서 언제나 반들반들 했고 우리들은 접근 금지 물건이었다
하긴 아이들은 전화를 쓸 일도, 받을 일
도 없었다
혼자 가게를 볼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면 얼른
달려가서 받아 큰 소리로 마리야네 가게
라고 했다
그렇게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지 만 용건을 듣고 아버지나 엄마에게 전해 주는 일은 참 기뻤다
그 시절엔 부고를 전화로 전해주는 일은
없었기에 가끔 울리는 전화벨은 언제나
설레게 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손 안에
쥐는 폰을 가지게 되었고 언제나 필요할
때 통화를 하면서 편리한 삶을 누리고
살아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전화벨 소리가 무섭 고 받을 때 마다 심각한 고민에 빠지면
서 일부러 받지 않는 전화가 늘어 간다
따르릉 소리도 아니고 듣기 좋은 음악을
울림음으로 해놓아서 많이 울리면 좋은
일이건만 갈수록 전화에 대한 고민은
많아져 간다
이름이나 어떤 표식이라도 해놓아서 뜨
는 번호는 바로 받지만 지역 표기와 함께 숫자만 보이는 번호는 받을 수가
없다
010은 그나마 받았는데 이젠 그것도
전부 컴에서 뽑아낸 가짜 번호라고 한다
안 받고 끊어진 뒤 그 번호로 걸면 절대
통화를 할수가 없다
왜 이렇게들 살까?

어쩌다 받으면 보험 권유는 약과고 대출
을 받으라고 별 소리들을 다 한다
집요하고 끈질기기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가장 무서운 전화는 보이스피싱 전화인
데 지난 이 십여년 동안 진화되어 가는
내용을 여러번 받았다
나는 속지 않은 기술을 가진 것이 아니 라 아예 처음부터 믿지 않기에 그냥 장난하듯이 논다
가장 최근에 받은 전화는 기존 대출금의
금리를 완전 없애는 대출이라고 했는데
폰 너머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유능한
은행 직원이었다
나는 그가 말하는대로 예예했고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는 통장의 돈을 모두 인출해서 어느 은행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나는 진심을 다해 말했다
통장에 돈이 몇 천 원 밖에 없노라고.

그는 카드론이라도 받으라고 했고 주변
에서 급전을 빌릴 수 있는대로 빌려 보라고 말하면서 입금만 되면 삼 십 분
내로 천 만 원이 무이자로 대출된다고
했다
참 달콤한 유혹이었다
나는 계속 처연한 목소리로 돈 빌릴 곳 이 아무데도 없다고 했다
카드론도 다 받아 써서 안 되고 그러니
그냥 해주면 잘 갚겠노라고 사정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 왈,
-아줌마, 왜 그렇게 살아요 - 그랬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 얘, 너는 왜 그렇게 사니 ? 그 좋은 목소리로 좀 공부해서 성우가 되지 그랬
니? 이렇게 사기치고 살면 재밋니? -
전화가 그대로 끊어졌다
보이스피싱에 빠지는 사람을 어리석느 니 뭐니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안 걸려드는 것은 대단한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출 권유 세 통화, 부동산을 구입하라는 전화 두 통화, 아파트 홍보
전화 등등 지인들의 전화까지 합하면 약
30번의 벨이 울렸는데 이 소리가 반갑
지 않은 것은 나 뿐일까?
뜨는 번호를 보며 뒤집어 버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전부 받아 보았다
그립지만 못 보는 친구 친지 일가 가족 들, 내게 꼭 필요한 일정과 정보를 보내 주는 전화 통화만 된다면 자면서 받더라
도 벨소리는 설레일 것이다
돈을 위해 사람들의 기쁨을 앗아가 버린
그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지금 저지르는 것이 얼마나 못 되고 나쁜 짓인지를.
보이스피싱과 대출 권유, 보험 권유 전화는 날로 발전하고 그 끈질길은 참으 로 겪으면서도 놀랍다
우리는 앞으로 살아 가면서 무엇을 더
겪게 될까?
기대보다 두려움이 더 큰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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