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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16 16:13
ㆍIP: 118.xxx.49
추한 늙음이 되지 말라
추한 늙음이 되지 말라

        권영심 ( 2021 , 4 , 16 )

오늘 지인의 사진전에 초대받아 예술
회관에 가기 위해 우중이지만 길을 나서
면서 잠시 갈등이 있었다
버스를 탈 것인가, 택시를 탈 것인가의 갈등인데 집 앞 정류장엔 그 곳에 직행 하는 노선이 있었다
비도 그리 많이 내리지 않고 버스는 10분 뒤에 온다는 알림이 있어 그냥
버스로 정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다른 버스가 와서 몇 사람이 타 고 60이상은 되어 보이는 남자 한 사람
과 내가 남았다
옷차림이나 외모가 그다지 추레하지 않았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다만
힐끗힐끗 보는 시선이 불쾌해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섰는데 남자가 갑자기 앞
건물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말하고 싶어 하나도 빼놓지 않
고 그대로 쓰겠다
정말 오래간만에 이런 인간을 보아서인
지 지금도 분노가 가시지 않는다

- 어이, 형님 뭐해? 빨리 내려 와!
비아그라 다섯 개 얻어서 갖고 있어.
형님 두 개 줄께  -
여기까지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몸을 돌려서 나를 보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 여자들이 비아그라라면 껌벅 죽지, 그거 먹고 올라 타면 좋아서 소리 소리
지르면서 잡아 먹을려고 하는데 -
마스크를 썼기에 표정은 모르겠으나 그 눈빛의 더러움은 마치 내 온 몸에 구정 물을 끼얹는 듯 했다
그러나 대꾸하면 더 더러워질 듯 해서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또 하는 말이
- 늙으나 젊으나 비아그라라면 다들 껌 뻑 죽지 죽어, 오늘 누구를 죽여 줄까?
진짜 비아그라인데 -
그 순간 나는 들고 있던 우산으로 그의 다리를 후려 쳤다
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섰고 나는
폰으로 112를 눌렀다
-여기 가좌동 버스정류장인데 어떤 남자
가 정류장에서 비아그라를 팔고 있어요
여자를 죽여주는 비아그라라면서 날더 러 사라고 합니다 , 어머, 지금 도망가네
요, 잡을까요?  -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달아났고
나는 한 대 더 갈겨주지 않은 것이 속상
할 뿐이었다
백주 대낮에, 그것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남자가 그런 말을 할수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때아니게 내리는 비가 춘정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이 얼마나 추잡한
도발인가?
이런 멀쩡한 남자들이 , 그것도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이 여자만 혼자 있다
싶으면 더러운 짓거리들을 예사로 하는
이유가 뭘까?
자신들의 하는 말이 성범죄에 속한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하고 오로지 순간의 욕정에 사로잡혀 버리는 이 추한 늙음을
어이하랴?
건강하고 정상적인 성욕은 나이를 불문
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인간의 탄생이 오로지 이 성욕에 의해
생겨나고 인류의 존폐가 달려 있다
그러나 나이가 먹어 가면서 자신의 성욕
을 아무 곳에서나 드러내면 그것은 추하
다 못해 더러운 짓이다
젊다고 해서 마구 휘두르는 성욕의 행태
가 옳은 일도 아니다

인간의 성욕은 허락된 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은애하여 아름다이 꽃 피워야만
인간의 바른 모습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뚤어진 성감과
성욕으로 인간의 역사를 먹칠했는지
모른다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도 불과 얼마 전
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 지도자들의
그릇된 성감도로 인해 수 백억의 손해를
감수하며 새 시장을 뽑는 선거를 치루었다
그 보다 앞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과 교육자, 목자와 예술가
들이 이 추한 일에 말려 들어 아직도
그 이름들이 떠돈다
그러니 오늘의 그 남자는 다른 남자들이
하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을 뿐이라
고 하면 그만이다
그는 이름이 있는 정치인이거나 사회의
명사가 아닐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일반의 보통
남자들이 저지르는 성의 무지, 내지는
성의 방만한 의식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하다가 끝
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서만 칩거하
던 젊은 여성이 결국 자살로 생을 마쳤 을 때 일부의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혀를
차며 외면했다
그러나 남이 당하는 일은 나도 당할 수
있으며 남자들은 그 추행을 내 아내, 내
딸이나 누이가 당했을 때를 가정해 보면
답이 나온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별별 일을 다 겪 은,나와 같은 여자도 너무나 수치스럽고
더러운 느낌으로 온 몸이 떨렸는데 이제
세상을 나선 젊은 여성들이 이와 같은
일을 당한다면 아마 죽고싶을 것이다
누가 무슨 권리로 타인에게 이런 일을
행한단 말인가?
오늘의 그 남자는 내가 아니라 어떤 여자라도 홀로 있다 싶으면 그랬을 것이
고 그 추접한 주접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한 대만 갈겨준 것이 너무나 아쉽다
늙어가고 나이를 더해 갈수록 그 나이듬 이 아름답지 않고서는 늙음은 젊은이들
에게 냉혹하게 외면 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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