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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21 16:32

ㆍIP: 118.xxx.49

요망진 뇬의 커피

#권영심의글
요망진 뇬의 커피

권영심 ( 2021 , 4 , 21 )

서울에 살 때 알게 된 지인이 오래 전에
제주도 성산포에 내려가서 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소식이 끊어졌는데
우연한 기회로 연결이 되었다
날더러 놀러 오라고 여러번 그랬으나
정작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도 연락도 못
하고 돌아왔다
원래 제주도 출신으로 어릴 때 부모를 따라서 서울로 왔다가 결혼하면서 귀향
했다고 할수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전화가 와서 하는 말 이 경기도로 이사간다고 하는 것이었다
신랑의 고향이 경기도여서 부모님 곁에
살고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번에 모두
옮긴다고 했다
속내는 아이들 공부 때문이기도 했고
부모님이 집을 새로 지어 아들 딸들과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딸네는 원래 경기도를 떠나지 않아서
문제가 없었고 이 년에 걸친 정리 작업 을 끝내고 이번 달 말경에 부모님과 합가하러 온다면서 이제야말로 자주 만나겠다고 좋아했다

나는 이 동생에게서 제주도의 재미난 방
언과 풍속을 많이 배웠고 제주 여인들의
질긴, 삶의 힘을 느끼곤 했었다
가까이 오면 그래도 가끔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기분이 몹시 좋았다
그런데 오늘 전화가 와서 약 한 시간 가량 통화했는데 정말 유쾌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커피와 카페였다
그녀는 경기도로 이사할 것을 결정한 뒤 부터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 했고 현재는 두 개나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바리스타이기는 하나 로스팅 공부
를 또 한 것이었다
집은 부모님이 줄 것이고 제주도의 집을
연세를 놓고 땅을 조금 팔고 이것 저것
돈을 합해서 카페를 지을 것이라고 한다
조금 외진 곳이지만 신랑 이름으로 된
땅이 있는데 카페를 지어 커피를 만들 면서 살고싶다고 했다

나는 살짝 부러웠으나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카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나는 지인들의 가게 이름이나 사용되는
이름을 지어준 이력이 있는데 그녀는
그런 것을 알리 없는데도 그렇게 말했다
아직 짓지도 않고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이름부터 짓고 노래를 불러야 빨리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리의 따울을 자기가 쓰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그건 안 되고 나는 바로 이름을 지어 주
었는데 그녀는 데굴데굴 굴렀다
웃느라고 전화가 끊어질 지경이었다
그녀를 그렇게 웃게 만든 카페의 이름은
- 요망진 뇬의 커피 -였다
요망진 뇬은 바로 그녀의 별명이었다
똑 부러지고 영특하고 일처리에 능숙하
고 착한 그녀를 나는 요망진 뇬이라고
불렀다
요망지다, 요망진, 이 요망스런 이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듣기엔 요망스러우나
그 뜻은 참으로 아름답다

열심히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에게 붙일 수 있는 순수한 찬사라고나 할까?
표준말로 옮길 수 없는, 제주 여인들의
삶에 붙이는 이 독특한 단어로 그녀를
부를 때 나는 참 기분이 좋다
그녀는 너무 좋아하면서 상표 등록이라
도 해놓을까 ? 그렇게 행복해 했다
요망진 뇬이 만드는 커피의 맛이 벌써
기대가 된다
제주 여인들의 삶은 독특하고 어기찬 데
가 많지만 열심을 다해 살아가는 열정이
얼마나 큰지 나는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다
시장 안엔 제주 어멍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그녀들의 활기는 시장을 압도할
정도였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제주 어멍들은 거의 사투리를 썼는데 정말 알아듣지 못할 말들이 많았다
부산 사투리도 그 때는 굉장히 억세고
원형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싸움이라도
나면 그야말로 난리 벅세기였다

이제 요망진 뇬이 이사올 날을 기다리며
얼마나 멋진 카페가 만들어질지 기대가
날마다 커진다
날더러 근처로 이사오라고 하는데 그건
싫다
하루 안에 만나기 딱 좋은 거리에 살면 서 가끔 그리운 날 만나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고백하자면 이 이름 뒤엔 제주도
사투리가 한 단어 더 붙어 있다
그것은 비밀이고 요망진 뇬의 커피까지 만, 말하련다
인생도, 부부생활도,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요망지게 잘 하고 있으니 카페도
예쁘고 사랑스럽게 잘 꾸려 나갈 것이다
때로 삶의 길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흐믓하고 기쁘다
마치 어둠이 내릴 때 불 켜지는 건넛집 을 보면서 마음 따스해지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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