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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06 16:09

ㆍIP: 223.xxx.254

혼밥의 무게

혼밥의 무게
권영심 ( 2021 , 8 , 6 )
언제부턴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가게에서 밥
을 혼자 먹을 때 문을 잠그고 혹시 누가
노크해도 없는 척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예전의 나는 혼자 먹어도 적어도 반찬은 대여섯가지 이상 차려놓고 먹었다.
밖에 나가서 먹을 때는 온갖 음식들을
입맛대로 먹고 혼자 먹을 때도 반찬이
없는 밥을 먹지는 않았다.
또 반드시 상을 차려서 먹었고 대충 먹는 법이 없었다.
아버지는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을 때 가 많았으나 허투로 차린 상을 받지 않
았고 고기와 생선, 나물과 젓갈, 김치
등등이 놓인 상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그것이 당연한 밥상인줄 알았고
그 습관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나를 위해 차리든지 가족을 위해 차리든
지, 친구들을 위해서도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차려 먹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좋았고 밥 먹다가 누가 오면
수저 한 벌 더 놓고 밥 푸고 국 덜어서
함께 먹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혼자 먹는 데도 이렇게 차려 먹느냐고
지인들이 도리어 신기해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혼자 잘 먹지않게
되더니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할 때는 밥
을 퍼서 물을 말아 장아찌 아무거나 하
나, 김치 하나 가지고 후다닥 먹어 치우 기 시작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청하지 않으면 나를 위해서
무얼 만들기가 갈수록 싫어졌다.
그렇다고 시장에서만든 반찬은 전혀 싫고, 장아찌 종류가 열 가지가 넘게
있는데도 하나만 꺼내 그것만 파먹는다.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손님들이
들어와서 나를 보고 어떻게 여자가 밥을
이렇게 먹을 수가 있느냐고 놀렸다.
독거노인들도 그렇게는 안 먹는다면서
놀리고 웃고 해서 엄청 부끄러웠다.
그 뒤 부터였나 보다.
혼자 밥 먹을 때 문을 잠그는 버릇이
생긴 것이.
만약 아버지가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지 어느 날은 그 생각으 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내가 이렇게 나이 먹어서도 아버지에게
불효한 자식이란 생각이 창 끝 처럼 가슴을 찔러 숨이 막히는듯 했다.
냉장고에 가득 가득한 음식 재료가 있는
데 이렇게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을 하찮 게 여기며 만들어 먹지 않다니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나를 위해 장조림 하나 만들지 않는 오늘, 머리에 생각만 가득할 뿐 입에 들
어가는 것은 오이지와 누룽지 끓인 것과
깻잎 몇 장이다.
만들 줄을 모르나, 재료가 없나, 왜 이렇
게 음식만들기가 싫은 것일까?
그런데도 손님이 와서 뭔가를 만들 때는
너무 좋다.
불과 이 년 전 까지, 코비드가 창궐하기
전엔 예약이 참으로 많았다.
열 명 이상되는 손님들이 점심이나 저녁
에 식사와 술을 예약하면 돈을 버는 것
보다 음식을 많이 만드는 것이 참으로
신이 났다.
그러니까 나는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
것을 아주 예전부터 좋아했었나 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고 이야기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그런 것을 못 한지 오래다.
코비드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혼자 있기를 강요한다.
혼자 먹고 혼자 자고 혼자 움직여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병원 밥을 하루에 세 번 씩 정확한 시간
에 꼬박꼬박 받아 먹으면서 이것이 보약
이려니 한다.
예전에 입원했을 때는 한두 숟갈 먹고
치워 버렸었다.
너무나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입원한 뒤 나는 내
게 주어지는 밥과 반찬을 감사하고 소중
하게 먹고있다.
맛이 있니 없니, 따지고 안 먹고 버리고
하는 것의 죄의 무게를 알게 된 것이라
고나 할까...
밥을 물에 말아서 오이지 하나와 꼬약
꼬약 먹고 살았는데 병원 식사는 오찬
일식이니 얼마나 호사인가?
이 호사를 입원을 해서 누리는데 남기고
맛 없다고 투정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에
게 먹을 때 마다 다짐한다.
이제 퇴원하면 내 몸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먹을 것을 자신에게 약속하는데
지켜질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꼭 노력하
겠다.
일주일에 서너번, 고기 반찬을 먹고 매
일 채소와 과일을 먹으며 나물과 볶음
찬을 만들어 먹어야지...
암!! 그렇게 하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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