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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23 16:01
ㆍIP: 58.xxx.64
기적시리즈
-기적-  (6 -1 )

       권영심

그녀가 남편을 잃은 것은 아들이 세 살 때였습니다.
남편은 그녀에게 거의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은 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렸고 시댁이나 친정도 그런 그녀 를 도울 여력이 못 되었습니다.
그녀는 아들을 시댁에 두고 재혼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친정을 피해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했습니다.
그 곳에는 그녀의 어릴 때의 동무가 시집가서 식당을 하고 있었지요.
그녀는 동무의 주선으로 식당에 딸린 조그만 방에서 기거하며 찬모로 일하면 서 아들과 살았습니다.
아들을 떼어놓지 않고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었으니까요.

남편을 목숨 처럼 사랑해서 재혼을 거부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그저 다정한 사람이었고 십 년의 결혼 생활은 그럭 저럭 행복했습니다.
벌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끼면 서 살 수 있었고, 다만 아이는 왠일인지 가지기만 하면 몇 개월 품지를 못하고 유산이 되었습니다.
네 번 째 임신이 되었을 때 그녀는 정말 누워서만 지낼 정도로 몸을 아꼈고 남편은 아침을 굶고 나가도 아무 소리 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해서 겨우 얻은 아들을 그녀는 목숨 이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습 니다.
재혼은 아들에게 불행을 더하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녀는 아들을 위해 나머지 생을 다 바치고 혼자 살 것을  굳게 결심 했습니다.

쓸데없는 짓이라구요?
그렇게 키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구요?
글쎄요...
지난 시절의 엄마들은 거의 다 그랬습 니다.
그것이 엄마니까요.
암튼 그녀와 아들은 식당의 작은 방에서 힘들지만 평온하게 살았습니다.
아들이 국민학교 들어갈 즈음엔 그 동네 의 작은 집도 한 채 샀습니다.
그녀의 음식 솜씨는 손님을 불러오고 점점 번창해진 식당의 주인인 동무는 그녀를 언제나 끔찍하게 생각하며  아들 도 친 자식마냥 돌보았습니다.

간혹 재취 자리가 들어왔으나 그녀의 마음은 확고부동 했습니다.
아들은 자랄수록 총명하고 준수해지며 공부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자 사람들은 될 싹수로 보았고 자연히 그녀 도, 비록 식당의 찬모였으나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의 공부 잘하는 아이는 온 마을의 자랑이며 될 재목으로 여겨 이쁜 눈으로 보았습니다.
더구나 그녀의 아들은 예의바르고 인물 까지 헌칠하여 애비없는 후래자식이란 소리를 그녀가 결코 듣지않게 했습니다.

그 아들이 도에서 제일 명문의 고등학교 에  일등으로 입학하자 그녀는 마을의 장한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도지사의 장한 어머니 상을 받고 그녀는 남몰래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도지사가 보내준 관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어머니를 꼭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호강시켜 드릴께요.
세계 여행도 다 보내드리고 제일 좋은 옷, 제일 좋은 음식만 사드릴께요 -
그녀는 어느새 죽은 남편보다도 듬직해 진 아들의 품 안에서 그렇게 마음놓고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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