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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5-22 14:52

ㆍIP: 223.xxx.157

아버지와 고량주

아버지와 고량주 ( 9 )

권영심 (2020 ,5 ,19 )

강하고 독한 술은 위급 지경에 있는 사람의 정신을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민군들이 지하 갱도에서 만든 독한 고량주는 고향에의 그리움을 달래 주었고 혹독한 환경을 이겨 나갈 힘을 만들었다
더구나 진면의 벙커에서 만든 고량주는 어떤 인위적인 것도 없는 , 순수한 술로 그 도수도 54~63도에 달했다
군인들을 진정시키고 험난한 진지 생활을 견디게 해 주고 , 눈 앞에 보이지만 이젠 갈수없는 망향의 한 까지 녹여준 고량주는 대만 술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금문고량주라는 이름으로 그 어느 술에 뒤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술로 명주의 반열에 우뚝 선 것이다
금문 고량주가 만들어지고 명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대하 소설이나 다름없다

어찌 사람만 역사가 있으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기는 순간 , 이야기가 생기면서 그 이야기가 쌓여 역사가 된다
아버지가 금문 고량주만이 진짜 고량주이며 고량주는 대만의 것이라고 언제나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아름답다
나는 금문 고량주를 여러 종류 마셔 보았는데 일부러 시음한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좋아할 술은 아니었으나 이 중에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있으려니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도 그 국민군들 처럼 술이라도 빚을 수 있었으믄 얼마나 좋았갔네?
그들은 술을 만든거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고향을 고량주로 만들어낸 거이야
그래서 이 고량주레 오로지 대만의 술인 거이디 -

아버지의 말이 옳은 건지 틀린 건지 거론하고 싶진 않다
단지 나는 아버지의 그런 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한 딸이었고 아버지에겐 그것이 중요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고향을 떠난지 이십여년이 지났는데 아버지와 달리 언제라도 갈 수 있다
그런데도 바다만 봐도 눈물이 확 치솟고
부산이란 지명만 들어도 가슴에 울컥 ,
파도가 부딪혀 온다
그러니 갈 수 없는 고향을 생각하며 아버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이제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
아버지는 때로 숨이 막힌다고 했다
숨을 쉬어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아버지는 그런 고통의 시간을 살아 가면서 고량주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것이다

현재 금문주창이라고 불리우는 금문고량주의 생산 공장은 1952년 구룡강주창에서 시작된 것으로 1956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여기엔 또 하나의 기막힌 내력이 있다
예화청이란 양조 업자가 있었는데 그는 대만 본토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진먼으로 가족을 데리고 왔다
그는 양조업을 시작했는데 진먼 수수의 특징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
진먼 수수는 껍질이 두껍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술의 재료가 되기 힘들었다
발효 과정 중에 잘못되면 향이 나는 대신에 고린내가 나기 일쑤였다
예화청은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
온도를 조절해서 발효와 식힘을 반복하는 비법으로 드디어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고량주를 만들 수 있었다

군은 그런 예화청에게 고량주의 제조를 맡겼고 모든 사설 양조장을 금지한 후
하나의 공립 양조장이 설립되었다
그것이 현재의 금문주창이다
예화청은 자신의 공장도 , 비법의 제조법도 모두 강제로 군에 흡수된 채로
그 후 공공의 기금으로 금문고량주를 더욱 발전 시켰다
그러나 예화청 개인의 권리는 모두 없어지고 현재까지도 그 자손들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아픔이었겠지만
개인에게도 커다란 고통으로 남아 있는 전쟁의 역사다
금문고량주는 그런 역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향기 짙은 한 송이의 꽃이다
꽃은 찬란하게 피어 더할수 없이 만개한 향을 내뿜으며 오늘 날 대륙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 이 이야기의 끝이 다가온다 .

대륙의 숨결 ,마오타이주

아버지와 고량주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57	아이를 키울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	권영심	2020-06-19

56	목요일 오후,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6-18

55	모든 것은 달라진다	권영심	2020-06-17

54	그 땐 그렇게 행복했었네	권영심	2020-06-16

53	엄마와 소주	권영심	2020-06-15

52	학대 ,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고통	권영심	2020-06-14

51	누군가를 좋아 한다는 것	권영심	2020-06-12

50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6-11

49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권영심	2020-06-06

48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6-05

47	기도에 마음을 얹고	권영심	2020-06-02

46	신의 가장 위대한 선물,가족	권영심	2020-06-01

45	한 끼의 식사	권영심	2020-05-31

44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5-30

43	그 옛날의 따뜻한 마음 그릇	권영심	2020-05-26

42	아버지와 고량주	권영심	2020-05-25

41	대륙의 숨결 ,마오타이주	권영심	2020-05-24

40	아버지와 고량주	권영심	2020-05-22

39	아버지와 고량주	권영심	2020-05-21

38	아버지와 고량주	권영심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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