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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6-26 18:53
ㆍIP: 223.xxx.132
바다에 이제 무엇이 남아 있나?
#권영심의글
바다엔 이제 무엇이 남아 있나?

        권영심

어렸을 때 오징어를 참 좋아해서 많이 먹었는데 생물보다 말린 것을 좋아했다
마른 오징어는 시장의 건어물점 마다 넘치게 있었고 그 크기는 매우 컸다
요즘 비싸게 팔리는 손바닥만한 오징어는 아예 없었다
그런 작은 것으로는 말리지도 않았고 파찌난 것을 쫄쫄이 오징어로 말렸는데
맛은 더 있었다
그 시절은 동네마다 함잽이의 목소리가 찌렁찌렁 울리던 때 였는데 함잽이의 얼굴을 가린 것은 오징어 한 마리였다
마른 오징어 한 마리가 남자의 큰 얼굴을 가릴 만큼 되었다
마른 오징어도 그 살밥이 두툼해서 잘게
찢어 먹는 맛이 참 별미였다
오징어 특유의 냄새와 맛과 냄새는 굽는
불맛과 어울려 한국인이면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독일에 유학을 간 유학생이 오징어가 너무 먹고 싶어 방에서 몰래 구워 먹었는데 난리가 났단다
누가 시체를 태운다고 신고가 들어가서 경찰들이 출동했다는 이 에피소드는 냄새를 맡는 후각이 많이 다름을 말해 준다

주문진 항에 몇 번 갔었는데 오징어 파시에 걸리면 대단했었다
만원이면 갓 잡은 싱싱한 오징어를 한 박스 살 수 있었는데 덤을 몇 마리 씩이나 더 주었다
그 오징어의 크기는 어른 팔뚝 만한 것도 많았고 작은 것들은 바다에 던지기도 하고 팔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작은 오징어가 지금 판매되고
있다
큰 오징어는 아예 없고 지금 전국에서 판매되는 오징어는 작은 오징어들 뿐이다
한 마리 쪄 놓으면 큰 접시에 가득하던
오징어들은 대체 어디로 다 갔을까?
지금 총알 오징어, 초코 오징어라고 하면서 판매하는 오징어들은 실은 새끼를 겨우 벗어난 오징어 들이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도 벗어나지 않은 것들이란 말이다

큰 오징어가 잡히지 않기에 절대 잡지 않아야 할 새끼 오징어까지 마구 잡아서
판매되는 이 현실에 오징어잡이와 아무 관계 없는 내가 무엇을 걱정하는 것일까
?
우리 바다에 해양 생물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명태 조기 고등어 이젠 오징어까지
내가 무지해서 잘 모르지만 날마다 사라지는 해양 생물의 종류가 몇 종류 인지 전문가도 모른단다
우리가 알수없는 종이 소리없이 멸종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비어가고 그 빈 곳을 채우는 것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유령 처럼 부유하며 떠돌고 있다
이미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의 90% 이상이 수입품과 양식 어류들이다
어패류들도 마찬가지인데 티비에서
먹방 방송을 보면 마음이 꼬일 때가 있다
모든 방송이 미친듯이 먹방을 하고 있고
맛의 예언자 처럼 된 어떤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는 기막힌 일 까지
벌어지는 우리나라는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

먹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먹지 못하면 죽고 말기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먹거리를 존중해야 한다
먹거리가 존중되지 못하고 함부로 취급
될 때 앞으로 우리 후손들은 무엇을
먹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다
사람이 한 끼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있는데 몇 배를 먹는 것이 자랑이
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가지가지의 먹방들로 인해 누가 가장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콘덴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 번 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토악질을 하도록 많이 먹는 것은 죄악
이 아닐 수 없으며 채 먹지 못해 그대로 쓰레기로 만드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잘못이다
바다가 비어 가는 것이 먹방의 잘못이랄
수는 없으나 연관이 전혀 없다고는 못
하겠다

지금 바다에서 건져내는 저 작은 오징어 들도 곧 사라질 것이다
바닷속을 흩어 내듯이 긁어 내어 새끼
오징어들을 우리의 식탁으로 올리는
것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이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비어 버린 바다
를 보게 될 것이다
명태가 사라져 노가리가 없어지나 했더니 대구 새끼를 무제한 잡아 말려
앵치 노가리라고 전국에서 팔고 있다
어찌 인간의 먹성이 이토록 잔인한가?
성어가 되기도 전에 아귀같이 긁어내는
인간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면 바다 속
에 살아남을 생물은 없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생물의 종들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멸종시킨단 말인가?
많이 먹고 기이하게 먹고 전투적으로
먹는 먹방이 아니라 먹거리 하나 하나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가 있는 먹방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책임 없다 말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 책임을 지는 연대 의식으로
지금 내가 무엇을 먹나를 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들의 폭식으로 우리의 후대가
책임질 일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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