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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6-27 15:54

ㆍIP: 223.xxx.132

진철이...엄마의 심장

진철이...엄마의 심장

권영심

남동생은 나와 딱 일 년을 차이로 태어났다
내가 그 시대의 아기로는 드문 4키로로 태어난 것에 비해 그 얘는 2.2키로의 너무 작고 병약한 아기로 태어나 처음부터 아버지는 탐탁치 않아 했다
사람 안 될 아이... 아버지는 가끔 그렇게 표현했는데 그 사람 안 될 아이를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노력은 이루 말로 다 할수가 없었다
엄마의 아들에 대한 집념은 처절한 바가 있었는데 자신이 딸부잣집의 셋 째로 태어나 소학교도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외조부는 아들을 얻기 위해 그 많은 가산을 탕진했고 남아있는 재산마저 사후 양자어게 넘어가서 엄마와 이모들은 아들이 삶의 목적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아들을 낳긴 했으나 아버지는 외면하다시피 했고 아이는 사흘거리로 아파 엄마의 애간장을 녹였다
나이 어리고 배움이 없는 엄마는 아버지를 무척 존경하고 사모했는데 아들에게 냉정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내게 풀었다

내가 아버지의 사랑을 몽땅 가져가서 그렇다고 엄마는 확신했고 마치 의붓딸 보듯이 나를 미워했다
오죽했으면 웬만큼 클 때 까지 엄마가 계모인줄 알았으니까.
나에 대한 아버지의 유별난 사랑과 진철이에 대한 엄마의 무서운 애정은 삼 동네의 이야기꺼리였다
남동생으로 인한 소란은 아주 어릴 적의 일도 기억할 정도니 그 아이의 풀잎 같은 목숨은 진정 엄마가 붙여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식에 대한 모정은 무섭고도 전투적 이었다
진철이의 목숨을 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엄마는 임전태세였고 그것은 아버지도 말리지 못했다
-두고 보이소! 내가 당신 몫 까지 해서 아를 대한민국의 제일 가는 남자로 만들어 놓을 낍니더
아무도 내 아들은 못 건드리구로 ! -
열이 끓는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를 수 백 번...
그 병약한 몸으로 장난은 또 얼마나 심한지 뼈가 부러지고 피 흘리는 상처로 엄마의 심장은 말 그대로 녹아 내렸다
술을 전혀 못 하던 엄마가 막걸리를 시작으로 음주를 시작한 것도 남동생 때문이었다

몇 살 때인가...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이 된 남동생을 두고 엄마는 기절하기를 몇 번이나 했고 결국 정신과의 약을 먹어야 했다
다행히 동생의 의식이 돌아오고 함께 살아난 엄마는 늘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아버지의 권유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깔끔한 성격 처럼 한 번도 술로 인한 실수를 본 적이 없다
말 그대로 약 처럼 술을 마셨고 그 술은 동생과 아버지가 돌아간 후로 하루 소주 두세병으로 늘었다
술이 없었으면 아마 엄마는 정신 병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건강은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부터 망가지고 있었다

남동생이 대학교를 일 년 미루고 군대에 갔는데 그 첫 휴가를 12월 27일 나왔다
너무나 늠름한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을 반기는 엄마의 모습은 눈물 겨웠는데 그 날 죽음의 사자들이 찾아 왔다
진철이의 오랜 친구들 대여섯명이 그 아이를 데리러 왔는데 엄마는 웬일인지 무섭게 말렸다
아들의 친구들을 아들 반기듯이 하는 엄마였는데 그 날 따라 못 나가게 그렇게 악착같이 말리는 것이었다
- 내일 놀아라
아가 피곤하다 아이가?
그 동안 군에 있은 아를 속도 안 다스리고 술을 멕이믄 우짤라카노? -
그러나 소용없었다
진철이도 처음엔 피곤해서 안 간다 하더니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옷도 갈아 입지 못하고 따라 나섰다
왁자지껄 시끄럽게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 뒷 모습을 보며 엄마가 한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마리야 와 이라제?
와 이렇게 가심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노?
저승사자가 끌고 가는 것 맹키로 와 이렇게 가심이 아프노?
가서 델꼬 오래이...-

그러나 나는 엄마의 말에 쓸데없는 소리라고 쏘아 붙였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진철이는 일주일 뒤 영도 다리 아래서 시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 왔다
엄마의 말대로 그 친구들이 죽음의 사자였던 것이다
엄마의 심장은 그렇게 쪼개져 산산이 흩어졌고 삶의 시간도 정지되었다
그 날 진철이가 나가지 않았으면 그 아이는 살 수 있었을까 ?
그 후 그 아이들을 보기만 하면 엄마는 저승사자 새끼라고 소리치며 마구 치고 물고 뜯었지만 아무도 엄마를 말리지 못했다
자식이란 모두 엄마의 심장이지만 진철이...
그 아이의 삶이 엄마로 인해 이어졌음을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그저 모른체 할수밖에 없었다
어떤 인연으로 이 세상에 부모 자식으로 태어나 그렇게 처절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 삶의 불가사의 속에 우리는 오늘도 살면서 가끔 가족의 사랑을 지겨워 한다
그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날은 내 심장이 찢기는 날이다.

아버지와 딸

바다에 이제 무엇이 남아 있나?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77	목요일 오후,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7-30

76	강 건너 불구경은 없다		권영심	2020-07-27

75	마음을 얹은 토닥토닥		권영심	2020-07-26

74	분노, 그 지옥속에 사는 사람		권영심	2020-07-25

73	그 많았던 산부인과는 어디로 갔을까?		권영심	2020-07-24

72	목요일 오후,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7-23

71	요지경 속에 각자 살아간다		권영심	2020-07-19

70	정도를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영심	2020-07-18

69	아버지의 과일		권영심	2020-07-08

68	상처난 과일		권영심	2020-07-06

67	엄마...미안해		권영심	2020-07-05

66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1	권영심	2020-07-01

65	아버지와 딸	1	권영심	2020-06-29

64	아버지와 딸		권영심	2020-06-28

63	진철이...엄마의 심장		권영심	2020-06-27

62	바다에 이제 무엇이 남아 있나?		권영심	2020-06-26

61	목요일 오후,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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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		권영심	2020-06-23

58	마을의 품격		권영심	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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