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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7-25 22:29
ㆍIP: 223.xxx.35
분노, 그 지옥속에 사는 사람
#권영심의글
분노, 그 지옥에 갇힌 사람

      권영심 ( 2020 ,7 ,25 )

가게를 연지 내년이면 십 년이다
한 자리에서 그렇게 오래 장사를 해야 마땅한데 주변의 가게들은 다 바뀌었다
그러나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세월만
하릴없이 지나갔다
가게 꾸밈새가 다른 가게와는 달라서
호불호가 갈리는데,책을 비롯해서
소소한 장식품과 물건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나는 손님들을 음주
측정(?)해서 가게에 입장하게 한다
나의 판단에 더 이상 음주가 곤란한 사람은 가게에 들어오지 못 하게 원천
차단하는데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평화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어제 그 평화가 깨지고 가게는
심한 데미지를 입었다
나 역시 아직까지 분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이 욱신거린다
자신의 분노를 왜 타인의 업장에서 표출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새벽 1시에 손님 두 명이 왔는데 단골 손님이 친구를 데려온 것이었다
음식과 술을 내어 테이블에 놓는 동안
분위기가 벌써 이상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 관계였고 친구가 단골을 찾아 인천으로 왔다는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욕을 내뱉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이를 갈면서 마치 말을 씹어 먹듯이 쌍욕을 내뱉는데 오금이 저리도록 잔인했다
그런 욕설과 생활에 이골이 난 사람인
것을 알수있어 나는 바짝 긴장이 되었다
결국 단골이 친구에게 가게를 나가 줄 것을 요구하고 집에 가라고 했다
-가라, 친구들이 왜 너를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 알겠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정말 챙피하다...-
단골은 팔짱을 끼고 앉은 채로 경멸을
담아 말했고 그 순간 친구가 아직 따지
않은 맥주병을 쥐고 한 바퀴 돌리더니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내가 뒤에서 친구의 몸을 잡은 것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고 단골은 몸을
옆으로 피했으며 맥주병이 벽에 맞아
폭파했다
나는 테이블에 놓인 접시를 옆 자리로
옮겼고 친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직 술잔과 병들이 놓여있는 탁자를 들어 단골에게 날렸다

그 뒤의 아수라장을 무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가게의 테이블은 굉장히 무거운데
친구는 몇 번이나 던졌고 결국 박살이 났다
단골은 잘 피해서 다치지는 않았고
경찰이 왔을 때도 미친 인간은 다른
테이블을 날리려고 하고 있었다
온 몸이 떨리면서 가슴이 조여 왔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내 상태를 보고 경찰이119를 부르려고
했으나 내가 거절했다
그 순간 구급차에 실려 가면 문제는
엄청 커지고 수습이 어려워지기 때문 이었다
세 명의 경찰이 말리는데도 날뛰던 그를 생각하면 증오라고 할만한 감정이 지금
도 밀려오는 듯 하다
모든 상황이 종결되고 처참한 전쟁터가
되어 버린 가게만이 남았다

단골은 내게 수 십 번 사과했고 피해 보상의 일부를 해주었다
8월에 나머지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친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떠돌
아 다니는 상태라서 어떤 보상도 못 받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온 그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 가게에 온 것이 3차였으며 원하는
돈을 빌려주지 않아 그 분노가 터진
것이라는 말에 나는 참았던 화를 마구
내었다
그런 지경에 왜 우리 가게에 데려 왔느냐고 원망이 터졌다
단골도 돌아가고 나는 가게를 청소하고
정리해야 했다
그 일은 몇 시간이나 걸렸고 겨우 집으로 갔을 때는 아침 9시가 가까웠다
온 몸이 아파 잠이 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미친 인간에 대한 분노가
나를 휘감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상해를 입지 않았던 내 가게
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새 탁자가 들어와 자리를 잡고
혹시 유리 파편이 남아 있을까봐 다시
한 번 점검을 끝내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가게 안을 둘러
보면서 나는 분노로 스스로를 괴롭혔던
내 자신을 뉘우쳤다
길에서 가게를 하면서 내 가게는 언제나
평온할거야라고 일종의 자만심을 가졌던 그 마음을 뉘우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분노하는 그 상태가 다름아닌 지옥임을 깨달았다
내가 삶의 대부분을  힘든 고난 속에서
살아 왔으나 그랬음에도 온유함을 잃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나를
느끼며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늘 화내고 분노하고 증오심에 사로잡혀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삶이 지옥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나는 많은 것을 잃었어도 내 심중을
채우는 것이 온유함과 평화인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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