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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8-04 13:01
ㆍIP: 223.xxx.148
결결국 나는 나인 것을 . 권영심 ( 2020 , 4, 24 ) 미정 몇 년 전에 아들을 결혼 시킨 지인이 있는데 봉사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잘 챙겨주
결국 나는 나인 것을 .

            권영심  ( 2020 , 4, 24 ) 미정

몇 년 전에 아들을 결혼 시킨 지인이 있는데 봉사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잘 챙겨주는 나름 괜찮은 언니다
이 언니의 단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본인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단점이었다
말 그대로 아픈 것도 자랑이 되는 무한 자랑질의 대가요, 남의 험담은 삼박사일도 할수있는 저력을 가진 사람 이어서 그 많은 봉사를 하고도 입으로 다 까먹는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아들의 결혼식을 야외 결혼식을 했는데 첨엔 꽃꽂이 선생이 지인이어서 싸게 해서 삼 백 만원 들었다고 했는데 그 금액이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때 마다 오백 만원, 칠 백 만원, 천 만원... 달라져서 듣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거기서 이의를 제기하면 그 무시무시한 험담의 재료가 되어 버리니 그냥 들을 뿐이었다

그런 사람은 첨이어서 나는 매우 재미 있게 생각하며 이삼년 같은 봉사회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떤 교육 장소에 함께 갔는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 하며 손을 잡았다
내 글을 잘 읽고 있노라며 작가님이라 부르면서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 주어 놀랍기만 했다
나는 그냥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채로 미소지으며 행복했다
그런데 언니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름 어디 가든지 알아보는 사람인데 구역을 떠나니 생판 모르는 얼굴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는 둔탱이여서 언니의 그런 복잡한 심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회장 총무를 뽑는데 , 회장은 남자가 되고 나는 총무가 되었다
그 날 , 마치고 언니를 찾으니 차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 어디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 둔탱이는 그런가 보다 했다
목요일 함께 가자는 전화가 오지 않아서
그냥 혼자 교육 장소로 갔더니 언니가 와 있었다

그때서야 뭔가 이상했지만 나는 사람 사이의 갈등에 매우 어두운 편이어서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같이 가자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고 왠지 말을 건네기도 그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그 후 계속 되었다
모임에 가면 내 의자가 없었고 (그 언니가 회장이었다 ) 급기야 단톡이 사라졌다
나는 뭔가 단단히 일이 틀어짐을 알았으나 그다지 애타하지 않았다
원래 나는 틀어진 인간 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노력해서 회복된다고 쳐도 언제까지나 관계의 을이 되어야 하는 일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그 언니가 내 욕을 하고 다닌다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래도 한마디도 대응하지 않았다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 나는 여전히 나 그대로인 것을 알게될 테니까 .
그런 사람인 것을 다 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살아 보니 험담이든 칭찬이든 결국 본래의 진정한 모습만 남게됨을 나이들면서 확실히 보아온 덕분이다
오늘 시장을 가는데 익숙한 목소리들이 뒤에서 들렸다
그 언니와 여러 사람들이 시장 입구에서 뭔가로 떠들고 있었다
나는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 뒤돌아서 갈 길을 갔다
가게에 있는데 낯 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반색을 하는 목소리는 함께 봉사를 하던 회원이었다
미안하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는데 아까 시장에서 봤다고 하면서 한바탕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그 질문중의 하나가 이번 선거에 누굴 찍었냐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  잘 지내고 있고 장사도 잘해요
죽을뻔 했으나 잘 살아났는데 평소에 착한 일을 많이 한 탓인가 봐요
누구처럼 남의 험담을 하고 헛소문을 안 내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사람을 찍었어요
왜냐구요?
그 이유는 지금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 이 잘 알텐데요
제가 궁금하시면 직접 와서 함께 이야기 하세요
이런 수고하지 말구요
아까 시장에서 본 사람들 모두 모여 지금 내 말을 듣고 계실테니 ...-
전화가 뚝 끊어졌다
나는 한바탕 크게 웃고 전번을 지워 버렸다
사람은  자신의 그릇에서 한 치도 벗어 나지 못한다
어쩌랴?
그것이 인간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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