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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8-06 12:46
ㆍIP: 223.xxx.215
노래해요 양준일, 춤 추어라 리베카
노래해요 양준일 , 춤 추어라 리베카 !

       권영심

나는 좋아하는 가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노래는 있지만 그 노래를 부른 가수를 흠모하거나 팬이 되지는 않는다
어느 특정인을 좋아해서 요즘 말로 ,입덕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나도 살아오면서 몇 명의 가수에게 마음이 닿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 양준일이란 가수가 있었다
그를 언제 처음 보았던가...
티비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노래에 끌리지는 않았었다
매우 독특한 비트와 가사가 흥미 로웠지만 그런 류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기에 처음에 나를 사로잡은 것은 춤과 의상이었다
어떤 류의 춤이라도 제대로의 춤이면 넋을 놓고 보는 애정이 있어 나는 그 때 정말 양준일의 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중성적인 사랑스러운 얼굴과 약간 어늘한 말씨가 바람이 스치듯 마음을 건드렸다

무엇보다 어떤 가수와도 다른 그의 의상은 참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몸을 휘감는 화려한 꽃무늬 의상들.
드레시한 흰 셔츠와 검은 바지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데 그 의상들은 그 시절의 옷들이 아니었다
나는 옷을 잘 입기도 하고 멋부림에 자연스런 편이어서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을 저절로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래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양준일의 의상과 춤과 그 정교한 손짓들 이 좋아서 티비에서 그를 찾았다
한결같이 일관되게 비슷한 그 시절 남자 가수들의 의상들 가운데 양준일의 옷들은 놀랍도록 특이하게 뛰어났다
퇴폐적이다 어쩌다 하는 구설수도 들었었지만 나는 연예 소식엔 어두운 사람이었고 그저 가수를 보기 위해 티비를 본 것은 양준일이 처음이었다

그의 노래 부르고 춤 추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나는 그 때 양준일을 꽤 찾아 보았다
나로서는 드문 일이었고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 좋아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는 사라졌고 나도 그를 잊었다
보이지 않는 그를 생각할 만큼 내 생활은 편안하지 않았고 아주 가끔 리베카라는 이름을 떠올렸었다
그런 그를 다시 만난 것은 며칠 전 우연히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내 귀에 닿은 노래 때문이었다
리베카...
리베카를 부를수는 없지만 그 음을 절대 잊을수는 없었다
놀래서 딱 멈추자 세상에...
옛날의 그 양준일이 춤추면서 리베카를 부르고 있었다
옛날 방송을 보여주는 건가... 순간 그렇게 생각할 만큼 내 기억속의 양준일과 같은 , 아니 더 멋진 남자가 리베카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은 나를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알고 보니 어느 방송의 재방송 프로였고 나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프로를 다시보기로 찾아 처음부터 제대로 보았다

내가 온라인에 무지해서 그렇지 이미 양준일은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시간여행자 -라는 별명이 너무나 어울릴 만큼 그 모습에 변함이 없었다
이미 오십이 넘은 남자가 어쩌면 저렇게도 순수할까...
그의 노래   그의 말  그의 춤은 순수했다
그 순수가 사람들을 그렇게도 매혹 시키나 보다
현실의 가난과 누추를 이야기 하면서도 웃고 다시 노래를 부르는 현실이 도리어 꿈 같다는 소년같은 미소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갑자기 가수를 그만두고 사라진 이유를 담담하게 말하는데 그 이유가 참 기막히다
체류 연장 비자에 도장을 찍어주는 담당자가 양준일같은 인간이 한국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면서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단다
가슴에 바위 하나 얹은 것 처럼 묵직해졌다

조금 다르다고 해서 어떤 사람을 그렇게도 잔인하게 내칠수 있는 그 모진 마음이 참으로 삭풍같이 서럽다
그 서러움도 웃고 삶의 궁색도 웃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신기해 하며 더 활짝 웃는 양준일의 오십대의 웃음이 참으로 싱그럽다
그 웃음에서 그가 선하게, 삶의 가파른 굴곡들을 선하게 받아 안으며 살아 왔음을 본다
이제 다시 노래하고 리베카를 부르며 춤추고 그래서 늦게 피는 마지막 한 송이 꽃 처럼 찬란하게 피어나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준다면 나는 양준일에게 반해 보련다
-나는 10%만 노래 부르고 몸으로 90% 이야기를 하는 사람 -
-일아 ,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 밖에 없어 -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멋있는 남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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