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5-07-05 15:34

ㆍIP: 59.xxx.143

복순(福順)이 엄마.

복순(福順)이 엄마. // 황우 목사 백낙은.

내 나이 겨우 희수(喜壽)를 넘겼지만 내 건강이 옛날 같지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주 소시 때는 배탈도 자주 나고 병 치례를 자주 했지만, 청장년 시절에는 쇠를 삼켜도 소화가 잘 되었는데, 요즘은 속이 거북할 때가 종종 있어 걱정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가 저녁 식사 때보다 오히려 불러져 있어 왜 그런지 몰라 병원을 가 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내에게 배를 좀 주물러 달라고 하면 “맨 날 운동은 안 하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니 그렇지” 하면서 핀잔이다.
하긴 일평생 65~67kg이던 체중이 요즘에 와서 부쩍 늘어 75kg이나 되니 뱃가죽이 북 가죽같이 팽팽해지고 말았다. 손가락 마디가 좋지 않은 아내가 주물러 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참아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컴퓨터 실력이 시원치 않아 글을 쓰다보면 다른 사람들 보다 배나 더 시간이 걸리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여긴다.
그리고 요즘 내가 하는 운동이라고 해 봐야 자건차를 타고 근처 호숫가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이니 절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내 배를 내 손으로 주물러 보지만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이런 때는 어릴 적에 내 배를 전적으로 주물러 주었던 복순이 엄마 생각이 난다.
복순이 엄마는 내 또래의 어린 딸 하나만 데리고 혼자 사는 40대쯤 된 아주머니이다. 얼마나 가난 했는지 남의 집에 길쌈을 돕거나, 남의 배를 주물러 주고 겨우 끼니를 해결하는 불쌍한 여인이었다.

요즘과 달리 옛날에는 먹을거리의 질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음식들이 모두 거칠었고, 냉장고도 없어서 자주 배탈이 나곤 했었다. 우리 집도 누가 배탈이 나기만 하면 어김없이 복순이 엄마를 불러다가 배를 주물곤 했었다. 배를 주물러 주는 삯이라고 해 봐야 농산물을 조금 주거나, 한 끼 식사를 대접하면서 집에서 엄마 오기만을 기다릴 그 딸 복순이 몫까지 챙겨 주면 그 아주머니는 언제나 감지덕지하신다.

어린 내가 배탈이 날 때마다 부모님은 전문 배 주무르기 아주머니인 복순이 엄마를 불러다가 배를 주물라곤 했는데, 열 살도 채 안 된 나이였지만 그 아주머니가 내 배를 주물면 왜 그 조그마한 고추가 곤두서곤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기도 하고 가소로워 헛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서 다리를 오그리면 그 아주머니는 다리를 펴야 잘 내려간다고 펴라고 호통을 치셨다. 그래서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리를 쭉 펴 버리곤 했었다.
재주꾼이 고무풍선을 가지고 기교를 부리면서 갖가지 모형을 만드는 것을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며 즐기듯이, 아마도 내 고추가 꼼틀거리는 것이 신기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요놈 봐라! 조깐게 고추가 살아 있네! 하고 말이다.

그 때 그 아주머니의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남편도 없이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아온 터라, 딸이라도 복 받고 잘 살라고 복순(福順)이라 이름 지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남의 배를 주물지 못하는 날이면 그 엄마와 함께 배를 쫄쫄 곯아야 했던 불운한 북순이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엄마야 그렇게 비운 속에서 살다가 일생을 마쳤겠지만 복순이는 그 이름대로 시집이라도 잘 가서, 정말 사랑받으면서 복덩이로 잘 살고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오늘따라 복순이와 그 엄마 생각에 두고 온 먼 고향하늘 바라보며 행복한 추억에 잠긴다.

김경렬 2015-07-05 17:24	`백낙은`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목사님! 복순이 엄마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생소합니다. 하긴 저는 돌도 소화를 시킨다는 언니의 핀잔이 있을 정도 였으니까요. 기상후에 배가 팽창 하는것은 장에 까스가 차서 그런 경향이 많습니다. 가부좌로 앉으셔서 좌우로 몸을 흔드는 운동을 하시고 주먹으로 가슴에서 아랫배 까지 두드리시면 트림이나 까스가 빠져 나옵니다. 이런날은 매실 효소를 한두컵 희석해서 드시면 좋습니다. 과식을 하거나 자주 먹지 않던 음식을 잡수시면 그런 현상이 오기도 합니다. 지속되면 병원에 가셔서 대장 검사를 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백낙은 2015-07-05 20:26	《Re》김경렬 작가님. 자상하기도 하셔라. 고맙습니다. 기상 후 그렇다가 낮에는 별탈 없으니까 그냥 넘어가곤 한답니다. 작가님이 시키는 대로 해 보겠습니다. 매실은 우리 집에 지천인데 잊어 버리고 규칙적으로 먹지 못하였습니다. 매실도 규칙적으로 먹어 보겠습니다. 대장 검사는 2년 전에 해서 내년에 (검사 해당연도) 해 보겠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상한 댓글도 감사드립니다. 건안하소서.

이순향 2015-07-06 13:05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복순이 엄마의 정성스런 손길이...병을 낫게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릴 적...배앓이를 하게 되면.......쑥숙 내려가라...엄마 손은 약손.....이렇게 하셨어요..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백낙은 2015-07-06 14:49	《Re》이순향 작가님, 반갑습니다. 옛날 농촌은 정말 눈코 뜰새 없었답니다. 아침 지어 먹고 곧 바로 들로 나가야 되는데 부모님이 배를 주물러 줄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압니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의 추억은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요즘에는 약부터 찾고 병원부터 찾지 않을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늘 즐거운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길선 2015-07-08 01:38	백낙은작가님! 직접 찾아뵈어야는데 - 서재 방문으로 - 짧은 댓글로 인사하기엔 또 부족함입니다. 수필이란 단어가 제겐 아직 넘어야 할 산이기에 - 댓글은 늘 쓰다 지운답니다, 두렵기도 하고 - 도전도 하고 싶은 수필은 제게 양질로 늘 버벅이고 있으니-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 또한 늘 건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백낙은 2015-07-08 09:34	《Re》이길선 작가님, 다도를 하시는 작가님이 다소곳한 고운 자태로 제 서재를 들려 주시니 서재가 밝아옵니다. 바쁘신 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 내어 여기 들려 주시는 것 만으로 감사망극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겸손하신 말씀 듣기가 민망합니다. 오늘 작가님 뵈어서 하루가 즐거울 듯합니다. 저기압인데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샬롬.

정찬열 2015-07-08 22:50	황우작가님 어린 추억때의 재미나는글 웃음속에 배람 합니다. 아무래도 협회 책무를 다하시느라고 운동하셔야 할시간을 너무 너무 많이 소진 하시나봅니다. . 하긴 저역시도 두손으로 자판의 key를 써야 하는데 왼손 으로만 하려니 남보다 더많은 시간을 해도 자꾸 오타가 나옵니다. 목사님의 연세 에 콤퓨터를 하신다는것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늘 쉼하시고 글도 쓰시고 행복한 7월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백낙은 2015-07-09 10:11	《Re》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래서 늘 놀란답니다. 왼손 만으로도 우리 열몫 하시니 말입니다. 작가님은 늘 기적을 이루며 사시는 겁니다. 많은 장애우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크고 많은 귀감이 되리라 믿습니다. 가까이 계셨더라면 차라도 나누면서 회포를 풀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멀리에서라도 늘 성원을 보내드립니다. 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모습 계속 보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온 가정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샬롬.

김경렬 2015-07-13 02:28	위원장님! 설 연화 작가님 서재가 사라 졌네요 무슨 일인지요?

백낙은 2015-07-13 09:02	《Re》김경렬 작가님, 별고 없으시지요? 저도 의아하고 안타깝습니다. 설연화 작가님은 개인 요청에 의하여 사임 탈퇴를 허락했다는 협회의 문자를 받은바 있습니다. 아마 제가 위원장이니까 제게만 보낸 듯 합니다. 협회에서 하는 일이라 자세한 것은 저도 모릅니다. 승필하소서.

어르신이 없는 세상.

배롱나무와 인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