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인물탐방 - 이재용 시인님
   
Q. 이재용 시인님 반갑습니다. 시인님 소개와 하시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으로 등단하여 현재 대한문인협회 정회원이며 경남지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재용입니다.
부족한 제가 인물 탐방에 선정되어 인사드리게 됨을 무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협회에 누가 되지 않게 노력하는 시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차밭을 일구며 마시는 차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시인님의 작품을 보다 보면, 서정적이면서도 참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윽한 차향이 느껴져서 그랬나 봅니다.
A. 좋은 시선으로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자연을 접하면서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그리고 영리가 목적이 아닌 차밭을 일구어 제 손으로 직접 차를 만들어 베푸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아무래도 따뜻한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여기는 나이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차를 마시고 부담 없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욕심을 내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사람다운 삶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과 순수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그런 느낌으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Q. 차를 마시려면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잖아요. 시인님의 삶은 어떤 편인가요?
A. 항상 여유로운 자세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찻물 끓는 소리 마냥 부담 없이 쉬어 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여 많은 인연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힐링해 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또 스스로 행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롭지 않고 항상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좋습니다.
Q. 어떻게 차와 연관된 일을 하게 되었나요?
A. 다들 열심히 일을 하다가 은퇴하면 노후가 외롭고 쓸쓸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40대 후반부터 어떻게 하면 노후를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취미로 차를 접하게 되었고 생업에 열중하면서도 나 자신을 위하고 더불어 벗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현재의 터전을 마련하고 조금씩 가꾸며 준비하여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Q. 우리가 차를 마시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고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잖아요. 한 편의 시도 마찬가지인데 유사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네~ 맞습니다. 차와 시, 춤, 서예, 음악, 시낭송으로 함께 어우러져야 종합예술이 완성되는 만큼 이곳에는 여러 분야 예술인들이 찾아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먼 거리에서 오시는 분들은 가끔 숙박을 하기도 하구요. 물론 무료 제공입니다.
호텔처럼 편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아침에 눈 뜨면 아름다운 새들에 문안 인사를 받을 수가 있지요. 보시면 공감이 가는 그런 곳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놀러 오십시오.
매년 1회에서 3회까지 봄 여름 가을에 달빛차회를 하면서 어울림 한마당으로 자리를 하기도 합니다.
Q. 시인님이 하시는 일은 아무래도 공기 좋고 좀 한적한 곳에서 하다 보니 절로 시상이 떠오를 것 같아요. 틈틈이 글을 쓰면서 시인으로 등단하는 계기가 되었나요?
A. 저는 공대 출신입니다. 공대 출신으로 시를 쓴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좀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접하는 게 바로 시가 되다 보니 등단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 차를 마실 때 어떻게 마셔야 맛을 잘 음미할 수 있을까요?
A. 調身, 調息, 調心 즉 조신ㆍ말하자면 몸을 바르게 하고, 조식·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차를 마시며, 조심ㆍ마음이 고요해지면 차의 깊은 오감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습니다.
차와 선 즉 차와 명상이 하나라는 것입니다. 차를 통하여 자신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 마시면 됩니다.
Q. 차의 맛을 음미하듯 시인님만의 시를 감상하는 방법이 있나요?
A. 특별히 따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방문하는 손님들이 뜸한 한가한 시간이면 수시로 변하는 앞산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에 와닿는 시를 감상하기도 하고 또 시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Q. 시인님께서 차와 연관된 일을 하다 보면 어떤 것이 좋은 차인지 구분할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시인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요?
A.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수준이 높은 어려운 詩보다는 함께 공감이 되고 쉽게 이해되는 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를 읽어 보고 그 시상이 눈으로 그려지는 그런 시가 좋은 시 아닐까요? 아마도 제 실력이 짧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시인님 개인 시집이 2집까지 출간되었어요. 첫 번째 시집은 <찻물 끓는 소리> 2016년에 출간하고 두 번째 시집은 <비워 둔 찻잔>을 올해 2021년에 출간했어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 시집과 2 시집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해요.
A. 제1집 찻물 끓는 소리는 자연이 주는 미상의 조화들이 다 담겨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연 속에서 느꼈던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듯 글로 남겼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담으려고 했습니다.
제2집 비워 둔 찻잔은 자연을 벗하며 가는 길에 늘 감사가 따르고 좋은 인연들과의 만남으로 나눌 수 있는 따뜻한 한 잔의 차에 담긴 행복과 기쁨을 담고 싶어 그런 마음을 시상으로 풀어내었습니다.
Q. 시집 제호를 다 차와 연관되게 지었어요. 아무래도 시인님께는 시와 차는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비워 둔 찻잔’은 어떤 의미에서 정했나요?
A. 비워 둔 찻잔의 의미는 언제든지 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누구라도 이곳을 찾는 분에게는 비워 둔 찻잔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차 대접을 하겠다는 의미를 두고 제목을 비워 둔 찻잔으로 정했지요.
Q. 시인님의 시집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시인님께서는 어떤 시집이 더 애착이 가나요?
A. 처음으로 발간된 제1집 찻물 끓는 소리가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첫 시집이다 보니 애착이 가기도 하지만, 전국에 차를 하는 지인분들이 관심을 가져준 시집이기도 하고요.
Q. 요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시인님께서는 2 시집을 출간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A. 매일 자연과 접하면서 순간순간 그 느낌을 낙서처럼 적다 보니 글이 모였고, 그러다 보니 그냥 두기는 아까워서 제2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시는 그냥 저의 삶과 늘 함께하니까요.
Q. 2 시집이 출간되었을 때 1 시집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A. 1집을 낼 때보다는 설렘은 덜 했지만, 더 깊이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1집보다는 더 조심스럽고 긴장도 되기도 했습니다.
Q. 시인님의 작품 중에서 대표적인 시를 고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제1집에 수록된 "비 온 뒤 제월당에" 이 시를 고르고 싶습니다.
비 온 뒤 제월당에 / 이재용
창가에 바람
평화롭게 손짓하고 지나가니
어디서 노랑나비 찾아와
인사하며 반긴다
흐르는 물소리
시원하고 맑게 들리는 그 소리
빨간 앵두꽃 사이사이
말벌이 양식을 나르네
웅덩이 작은 개구리 사랑싸움에
연꽃잎은 수난만 당하고
떨어진 빨간 진달래꽃
웅덩이에 빨간 물들이네
자연의 사랑 속에
모두가 평화롭기만 하구나
Q. 많고 많은 작품 중에서 이 시를 선택한 어떤 이유가 있나요?
A.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이 건축되기 전 임시로 기거하던 곳이 제월당이라 그곳에 지금도 애착이 가는 곳입니다. 거기 곳곳에 이름을 붙여 제월당, 삼소당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비 온 뒤 평화로운 느낌과 시선에 잡히는 그대로 표현한 내용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10년 전으로 돌아가 이 시를 읽어 보기도 한답니다.
Q. 시인님의 시는 어떻게 감상해야 더 맛있게 시향을 느낄 수 있을까요?
A. 제가 쓴 시는 거의 대부분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차와 연관지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평온한 시골 풍경을 상상하고 차실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차향과 소담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 간간이 피어나는 웃음꽃을 떠올리며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Q. 시인님께서는 시상을 주로 어디서 많이 얻는 편인가요?
A. 저의 시상은 자연과 차에서 얻고 가까운 곳에 상족암이라는 바닷가 데크 길을 걸으며 시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사실은 제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밤늦게까지 시가 사방에 널려 있어 줍기만 하면 됩니다.
한번 오시어 시어들을 많이 주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Q.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을 때는 언제인가요?
A. 혼자 있을 때 갑자기 혼자라는 외로움이 찾아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시를 쓰기에 적합하고 시를 쓸 수 있음이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연과 차가 하나인데 그곳에 시어가 있으니 행복이 배가 됩니다.
Q. 시인님께서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특별히 어떤 일에 몰두한다기보다는 열심히 운동하고 틈나는 대로 차밭을 가꾸면서 저를 찾아오는 분에게 제가 만든 차 대접을 하는 것이 일과의 연속입니다.
나눔이 행복입니다. 그래서 여기를 ‘천선의 놀이터’라고 부른답니다.
Q. 2 시집 출간 후 출판기념회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1년에 한두 번씩 달빛 차회를 하고 있는데 6월에 제40회 달빛차회 및 출판기념회를 계획 중에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쉽지만 미루기로 하였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더 좋아질 날을 기다리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Q. 문학인의 선배로서 이재용 시인님께서 시란 ‘이런 것이다’라고 삶의 경험에서 나온 정의나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시란 텃밭이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텃밭을 가꾸다 보면 느끼는 점이 많아요. 시기를 놓치고 물을 안 주면 시들어 가다가도 물을 주고 잘 가꾸면 싱싱하게 자라나듯이 시를 쓰는 데 있어서 부지런히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아야 좋은 시가 탄생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 텃밭은 나눔입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만큼 이제는 작게나마 나눌 수 있는 텃밭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Q. 2 시집까지 나왔는데 앞으로 3 시집 계획도 있으신가요? 있다면 언제쯤 또 계획하시는지 살짝 말씀해주세요.
A. 적어둔 시는 많이 있지만 어떤 건지 아직 싹이 트지 않아 1년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계획은 5집까지라고 목표를 세웠지만,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Q. 시인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시향과 함께 차향도 널리 퍼지길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해 주세요.
A. 2021년 가을호 인물탐방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계간지 발행하시느라 수고 하시는 김락호 이사장님께 감사 마음 전하며 임원님들! 그리고 모든 문우님들! 늘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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