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김재덕
ㆍ작성일	2019-04-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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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추억

548. 나들이 추억/김재덕

높새바람 시원스레 불던 날, 고향 친구들과 봄나들이 갔다. 둘도 없는 마음 통하는 친구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그런 허물없는 사이다. 소풍 가듯 산천을 다녔던 막역한 친구들 얼굴엔 미소 가득, 별별 이야기가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목적지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도착을 확인할 수 있었을 만큼 흥에 겨웠다.

진해구 명동 선착장 주변을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을 즐기며 사진도 찍고 수선을 떨며 군것질을 즐겼다. 그때 한 친구가 "우리 저 작은 섬에서 낚시하며 하룻밤 즐겁게 보내다 가자 날도 좋은데. 친구들아 어때?" "그래, 까짓것 우리 사이에 뭘 못하겠니? 가자!"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리는 각자 집에 전화하고 낚시 미끼와 필요한 용품을 사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차 안에 미리 준비되어있는 낚시도구, 버너, 텐트, 라면, 커피, 등속을 챙겨 들고 걸어서 솔섬에 들어갔다. 낚싯대를 펼쳐놓고 텐트를 치는 등 부산을 떨던 중 어신은 이쪽저쪽에서 신호를 보내오고, 정신없이 걸려드는 어신에 친구들은 "어머, 어머! 아따~ 잘 잡아버리네." 구수한 사투리에 웃음꽃 만발이다. 그날따라 어신이 손끝에서 노닐며 팔 힘이 다 빠질 정도로 걸려들었다.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 "큭, 바로 이 맛이야!" 감탄사가 연발인 친구들, 한순간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주(酒)신에게 홀려서 또, 배를 잡는 야담 속에 도낏자루가 썩는 줄 몰랐다.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웃고 즐기는 사이, 밀물이 밀려들었다. 우린 어차피 일박하기로 맘먹었으니 고조된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 배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물비늘, 등대 불빛에 반짝이는 파도는 우리 마음을 훔쳤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들, 별천지에 온 느낌, '아! 삶의 여유를 갖고 산다는 것.'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어느덧 자정으로 달려가는 시간, 느닷없이 친구들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리 전화 연락한 것이 무색하게 부군들의 귀가 명령이 떨어졌다. 친구들은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아! 이 일을 어쩌나.' 일단 짐부터 꾸리고 철수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코평수 넓어지는 친구들. "너희 신랑들이 많이 사랑하는가 보다." 약을 올리니 염병한다, 히히~ 절로 나오는 킥킥거림 속에 철수 준비를 마쳤다.

아뿔싸! 밀물은 밀려와 만조였고, 오밤중에 헤엄쳐 건너갈 수도 없는 난감함에 부딪혔다. 늦은 시간이라 나룻배도 없는 황당한 상황에 어찌할 줄 모르는 당황함도 잠시, 잔머리에서 번개 치듯 스치는, 굿 아이디어. "지윤이 넌 무조건 지금부터 배가 아프다 해라 알았지." 그리고 112에 구조요청을 했다. "범죄 신고 상황실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낚시하러 세 명이 명동 선착장 앞, 솔섬에 들어왔는데 친구가 갑자기 배가 아파 통증이 심합니다. 물이 차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선생님!" 정중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나는 식은땀이 줄줄 흘렸다. 친구들이 "거짓말 싫어하는 놈이 연기한다고 욕본다."라며 어깨를 토닥이며 놀린다. 죄인 아닌 죄인이 된 나를 조사하듯 하더니 "사정은 딱합니다만, 우리는 못갑니다. 가까운 파출소 연락해드리겠습니다" "해경 전화번호 알려줄 테니 연락해 보십시오." 또박또박 전화번호를 불러 주고 통화는 끝났다.

"안 올 거면 뭐하러 물어봐!" 씩씩 대면서도 킬킬 배꼽을 잡았다.
잠시 후, 해경 상황실 전화를 했다. "아 그렇습니까? 현재 위치 정확히 말해주세요." 위치를 설명하자 "예,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환자분 정신 잃지 않게 지속적인 말 걸어주세요." 해경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경광등을 켠 폴리스 차가 도착했다. "거기 사람 있어요~" 목청껏 외치는 경찰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네 ~있어요, 세 명입니다! 환자 한 명 있고요, 살려주세요~" 나랑 친구는 울먹이듯 합창을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해경 올 겁니다~" "좀 참으세요, 우리도 여기 있을 겁니다. 환자분은 괜찮은가요?" "아니요, 상태가 안 좋습니다~"

주고받는 고성에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어촌, 동네 분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하고, 구경꾼들은 늘어만 갔다. '완벽한 연기를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경광등 단 해경 경비정이 다가왔다. 허 참. 죄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으로 경비정에 올랐다. 머리털 나고 처음 타보는 경비정, 아픈 척 연기하느라 용을 쓰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느라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교환하는 친구들 눈빛은 장난기가 가득 차 더 참기 어려워 곤혹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뭍에 도착한 경비정이 안전하게 내려주며 "어서 병원 가보세요. 다음에는 물때를 잘 보고 비상약도 챙기고 낚시를 하십시오. 아무튼, 고생했습니다." 떠나려는 경비정에 "커피라도 한잔하십시오." 약간의 수고비를 건네자, "이런 건 필요 없습니다. 우리 할 일인걸요. 빨리 병원이나 가세요." 순간 면목이 없었다. '거 참, 올바른 공무원이시네.'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거듭 공손히 인사드리며 "수고하십시오." 하고 돌아서자 기다리고 있던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하라, 전화번호 대라, 뭐하러 들어갔냐 등등, 귀찮을 정도로 물으며 낚시 가방을 뒤졌다. 세 명을 조사하듯 하며 "환자도 있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적당히 하면 안 됩니까, 뭐 이리 복잡합니까?" "상황 보고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라며 세 사람의 관계를 확인한 후 "다 되었습니다. 어서 병원 가보세요." 드디어 우리는 풀려났다.

친구네 집에 도착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000 경사입니다. 병원에 잘 도착하셨나요?" "네~응급실에 들어갔어요." 난영이 재치에 둘은 킥킥대며 입을 막고 웃음을 삼킬 수밖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미안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참 민주주의 사회 좋네. 민중의 지팡이 덕을 볼 때도 있구나.' 감사를 새삼 느끼게 했던 진해 명동 선착장 앞 작은 섬 솔섬. 거짓 환자 사건, 그날 수고해 주시고 도움 주신 여러 경찰과 해경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민중의 지팡이, 고마우신 분들, 앞으론 절대 그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쪽 끄트머리 조그만 바닷가 마을, 아련한 추억이 스며 있는 곳. 그곳이 그리워지면 스스럼없이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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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런 거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