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이성진
ㆍ작성일	2017-05-30 14:40

ㆍIP: 175.xxx.237

오월을 보내고

오월을 보내고
이성진

바라바라
니 요새 우째사노
우째끼나 잘 살아야 되는데

지난달은 잘 보냈는지 모리겠다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카더라만 벌이도 시원찮은 요새
지랄 문디 같이 오월달이 계절의 여왕이고 가정의 달이라고
잊어뿌지 말고 챙기야 할 날 엄청나던데
우째 보냈노

없는집 제삿날 돌아 오는것 처럼
모두 다 돈들 일만 수두룩 하제

일 년 내두룩 이날만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얼라들 날
그 다음째는 천날만날이다 케도 모질라는 어버이날
또 그 다음째는 사람다운 사람이되서
똑바른 길로 가라꼬 갈카주신 스승의 날이 있고
그것 말고도 챙겨야할 날들 엄청시리 만체

그라이
목구녕 풀칠이 걱정되는 이 어려븐 시절에
지난 오월 한 달 우찌 보냈는지 억수로 궁금하다
죽을똥 살똥 모르고 일해도 키보다 높은 빚 갚기도
어려븐 판에 사람구실하고 살라카는 니를 잘 아는 낸데
걱정되서 그란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믄
옛날부터 오월달이 제일 살기 어려븐 달 이었제
어른들한테 들어서 알란지 모리겠지만
묵을 끼 없어서 등가죽 달라붙는 달이 오월이다 안카나

지난 겨울 언 땅 속에서도 살아남은 보리가
삼월 해동부터 파릇하게 가지를 벌리지
오월 들어서부터 알맹이 꽉 차기 시작해서
오월말 유월초가 돼야 보리타작을 하는데
하도 묵을 기 없다보이 익기도전에
이 보리 대가리를 끊어다가 묽은 죽이라도 삶아 묵어야 했는데
이기 보릿고개 아이가

오월 소만 무렵부터 제일 심한 보릿고개인데
지난 가실에 쪼개 걷어 들랐던 곡식 알갱이들
이때쯤에 전부 바닥 나뿌이 묵을 끼라고는 없는 기라

농사 많은 사람들이야 알곡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이때부터 그거 헐어서 장리 낳아 지라묵고 살았으이
있는 집은 지금이나 그때나 살기 좋은 거는 똑 같지만
대대로 가난을 물려받은 집들은 말해서 뭐하겠노

한 대박이라도 꾸다 묵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복리에 복리를 쳐서 갚아야 하는 그것도 못 꾸면
사람 구실은 커녕 짐승 보다 못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아이가
초근목피로 연명했다 카는 말이 거짓말이 아인기라
무신 나물이라 카지만 서도 그냥 풀 종류라고 보믄 되는데
그른 것들 뜯어다가 묵은 기라
한 끼 떼울라꼬

하기야
땟거리 없는 집이 한 두 집이 아이고 허다 했지
아침저녁으로 보는 이웃 집 굴뚝에 연기 안나믄
그 집은 바로 땟거리가 없었던 기라

요새야 아파트다 뭐다 해서 철옹성 같은 집들이라
이우지 사람들 우째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지만도
그 때는 아침저녁으로 얼굴 보고 사는 이웃들인데
그런 이우지 굴뚝에 연기 안나믄 피창 터지는 기라

도움은 못주고 한없이 안타까븐 기지
정 좋은 이웃은 콩 한쪽도 나눠 묵을라 캤지
그래서 이웃사촌이란 말이 생겼는지 모르지

그라이
없는 집은 오월달이 제일 살기 어려븐 달인기라
그 사람들 기억에는 오월달이 천하에 몹쓸 달 이었지
우짜다가 숭년 든 해 만나는 오월 보릿고개는
말도 못하는 기라 사람 죽어 나가는 거 보는 기
어데 꼭 도살장 짐승 죽은 거 보는 거 같았제

그런데 요새 보먼 참 가관이제
옛날 거는 몹쓸 기다 카고 다 잊었뿌고 사는지
알고보믄 보릿고개는 요새도 마찬가지 아이가

신식가옥이라 굴뚝 없는 집에서 연기 없이 살믄서
이우지 사람 죽든 살든 모리겠다 카믄 할말 없지만
살피보믄 요새가 더 죽을 맛이제 아매도 이래저래
고통 속에 사는 거는 요새가 훨씬 더 하지 시푸다

묵고 사는 거는 그렇다 치지만서도
이웃간에도 그렇고 사람들 간에 도통 정이 없는 기라
이웃집 사람이 우째 생겼는지도 모르고
몇 달이 지나도 인기척이 없는데 궁금하지도 않는지
그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리는데
이기 어대 사람 사는 기가.

사람은 자고로 가슴을 맞대고
정으로 뭉쳐서 살아야 재미가 있는데
영 아인기라

그라고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대
지들끼리 좋아서 살붙이고 살겠다고
일가친척 친구들 앞에서 거창하게 신고 했으면
끝까지 보란 듯이 잘 살아야 될 낀데
그렇게 헌신짝 버리듯 헤어질 끼면
문디 가튼기 뭐한다고 결혼은 해가지고
알라들은 낳아서 이혼을 하고 지날 하노 말이다

생각해 봐라 그 알라들한테는
오월달이 죽을 맛의 보릿고개 아이가
친구들은 어마이 아바이 손잡고
그 좋은 놀이동산 놀러 간다 카는데
혼자서 우두커니 뭐하고 지내노. 눈물뿐이제
그라이 오월달이 좋은 기 아인기라

알라들뿐만 아이라
연기만 안보일 뿐이지 주변을 둘러보믄
요새가 옛날보다 훨씬 더 심한
보릿고개 넘기고 있는 집들이 많더라

사람들이 저 혼자 잘살믄 되는 줄 아는데
그기 아인기라 이웃이 없으면 사는 재미
우끼지 마라 절대로 못 느낀데이
돈 있으면 뭐하노 막걸리 한사발 같이 나눌
친구 없으면 돈이 아이고 쓰잘데기 없는
종잇장이지 사람구실 못하믄 말장 헛기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월달이 내년부터라도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소중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데이
너것들도 생각했는지 모리겠지만

찔레꽃 하얗게 피었다 지고
뻐꾸기 밤낮으로 피울음 울어 되면
봄날 청보리가 한창 익는 중인기라

보리 익어 가믄 생각난다 아이가
보릿고개 그 시절 안부 묻듯이
전부다 잘 있는지 너거들 이름 석자
생각하는 기라

이 땅 사는 날까지
보릿고개 안부라도 물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잘묵고 잘살고 있다 카믄 더 좋고..

한기봉 2017-05-30 22:15	이성진 시인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집필하신 깊은 시향에 쉼 을 내려 놓습니다. 오월도 이제 하루를 남겨두고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는데 농심의 가슴에 단비가 내리길 빌어봅니다 오월 마무리 잘 하시고 유월 기쁘게 맞이하세요.

배정이 2017-05-31 12:27	빨간불보다 파란불 켜진 날이 더 많아 우리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시인님, 오월의 마지막 날 행복하게 보내시고 힘찬 유월을 향하여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