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김일선
ㆍ작성일	2013-01-23 12:57

ㆍIP: 121.xxx.179

중환자실

松潭金日鮮

격리병실인 Room6에는

심혈관시술을 갓 마친 77세의 남자환자가

신종독감에 감염되었다하여

일반병실에 못 가고 수용된 채

건너편 Room2의 12시간의 파노라마를

목격하게 된다

정월초하루 아침6시 Room2

새까만 흑발의 할머니를 태운 이동식 침대가

조용하게 미끄러 들어 와 침대에 옮겨지자

검은색 차림의 남녀들이 잇달아 들어온다

더러는 병실에 들어가고 더러는 창밖에 서서

경건하고 비통한 모습인데 여자들만이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일정한 의식이 끝나자 모두 철수한다

정오 12시

일단의 검은색 정장의 남녀들이 다시 모인 후

할머니의 팔에 연결된 혈액투석기를

떼어낸다고 의료진이 선언한 후

그 기계를 병실 밖으로 끌어 내지고

기도를 드린 후 모두들 다시 철수한다

오후 4시경

이 근처에 대기 하고 있었던듯 급히 모인

일단의 검은색 유족들 앞에

할머니가 운명하셨다고 의료진이 선포한다

혹자는 눈물을 닦으면서

혹자는 붉어진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유난히도 슬퍼한 손녀인듯한 쳐녀와

또 한사람의 남자만 남긴 채 모두 철수한다

그 후

3,4인의 간호사가 들어 와

할머니의 얼굴을 씻기고 염이 끝나자

흰 얼굴 가리개가 덮어지고 수의를 입힌 후

흰 천으로 온몸을 덮고 매듭매듭 묶고서

이동침대에 실려 아침에 들어 왔던 경로로

어디론가 빠져 나간다 오후6시 상황종료

들어오고 나간 길은 똑 같은 길이지만

명확하게 달라진 것은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무의식상태에서 계속 머물러야 했기에

인위적으로 저승의 문을 통과하여야 했던

불운한 할머니의 종신!

존엄스러운 죽음은 어떤 것인가?

죽음의 무의식 상태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

자의식으로 간청할 수 있는

최후의 비장한 인간선언이 아닐까?

그 다음날도

Room6의 사내는 거의 비슷한 절차로

치러지는 인위적인 종신을 목격한다

그로인해 배식이 늦어져 식어버리기 일수인

세 끄니의 밥을 꼴박 꼴박 목구멍에 넘기면서---

“죽음을 의식한 삶은 한층 고양된다”

김화일 2013-01-23 16:47	2년전 아끼던 친구가 신종플루로 저 세상갔지요 시인님의 중환자실의 글향이 친구의 급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죽음을 의식한 삶은 한층 고양된다 깊은 시심 마음에 담아 갑니다

이명숙 2013-01-23 18:41	중환자실,, 무서워요.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 상실된 듯한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싫습니다. 어쩔 수 없어 찾아드는 마지막 직전의 장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죽음을 의식한 삶은 한층 고양된다 어떻게 죽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지요. 어는 순간 정리라는 걸 하게 되는 걸 보고,, 처음엔 많이 우울했죠. 지금은 좋아요. 좋은 시간 되세요.

곽종철 2013-01-24 23:27	피 할 수 없는 곳이 병원이요 그 중에서도 중환자실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신음하고 있는 모습들이 정말 똑바로 볼 수 없는 곳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 나의 생명을 맡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짙은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주응규 2013-01-26 09:04	좋은시향 주심에 감사드립니다.늘 행복 하시고 향필 하세요. 아름다운 한마디의 인사가 하루를 빛나게 하고 사랑의 말한마디가 축복을 안겨 줍니다. 오늘 하루도 가정엔 행운과 행복이 함께 하시면서 행복 하십시요. ^&^

경대호 2013-01-27 21:38	생의 온도는 28도C에서 43도C 사이 정온동물인 우리는 너무 취약하다.. 우리는 15도 간격에서 삶과 사를 견준다..

조한직 2013-01-28 15:39	김일선 시인님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길 누구도 갈것을 알지만 갈지는 모르는 길 어찌할 수 없기에 삶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그 길은 보는이의 안타까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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