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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오인숙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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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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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5-02-12 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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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편린들
스치는 편린들
아연(娥蓮)오인숙
어린 시절 예닐곱 살 그쯤
난 외딴 과수원에서 살았다
전깃불도 없고 호롱불을 켰었다
집 가까이 남중과 남고가 있었다
학교 앞에 사과과수원이 있었는데
벽을 뜨러 창문을 위로 여닫는
문방구가 있었다.
문방구 집 딸은 나보다 세 살 위였고
아버지는 경찰서에 다녔고 얼굴이
예쁜 언니였다
언니가 하는 행동은 다 멋져 보였다
뜨개질을 할 때면 나도 하고 싶어 하면
언니가 코를 걸어 주었다
우리 집에는 시계가 없었다
전기도 들어 오지 않아 라디오 뒤에
벽돌만 한 건전지를 매달아
라디오를 듣곤 했다
언니가 하루는 시계 밥 주어야
하는데 "
"언니 시계 밥 어떻게 주는 거야?"
어 시계 밥은 사람들이 있음
시계가 밥을 안 먹거든 12시
넘으면 한 상 차렸어, 밥을 주면
시계가 잘 먹는단다
사람들이 보면 절대 안 먹는다
난 그 말을 믿었다
그 다음 날 언니한테 물어봤다
"언니 시계 밥을 줬어?"
어 밥 줬어 한 상 차려주니
다 먹었더라
그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난 시계가 밥 먹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집에 괘종시계를 샀다
아주 큰 벽걸이 괘종시계였다
시간이 될 때마다
종소리를 크게 내었다
아~~
시계 밥 준단다
하루에 두 번 태엽을 감아 주어야
시계가 멈추지 않고 시간 마다
종소리를 친다
시계 밥 그거였구나
문명의 혜택을 늦게 받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미소 짓는다
한 때는 상처이고 부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검정고무신 호롱불 남폿불
석유곤로 추억 속 조각들이 글을 쓰게
하는 글감이 되고 바탕이 되니
사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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