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집단이 서로 화합하는 자리에는 꼭 있어야 하는 기호품으로 전쟁을 하기 전이나 후
에 나눠 마시며 소속감을 높이기도 하고 집단으로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서로의 이해를
높이려는 수단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술을 제조 과정에서 크게 나누면 발효주가 있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증류 시켜 도수를
높인 증류주가 있다. 막걸리를 증류시키면 소주가 되는 것이고, 포도주를 증류시키면 코냑이
되고, 맥주를 증류시키면 위스키가 된다고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술은 당분을 효소가 분해하며 알코올로 변화하는 과정인데, 알코올도수가 17도 정도에 이르면
알코올 성분의 살균 작용으로 인해 더 발효가 이뤄지지 않음으로 도수를 높이려면 증류를
하는 수밖에 없고, 증류를 통해 술의 도수를 조절할 수 있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일본은 매력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술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게 발전한 나라를 들라 하면 단연 일본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같이 중앙 집권적 통치 체제의 국가가 아니라 여러 지방이 번이라는 독립적인 지배체제
하에 삶을 이어온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웬만한 지방에 가면 옛 방식의 양조장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 사케라 하는 일본 술(우리의 정종)이 이런 일본 술을 대표하고 있지만,
규슈 일대의 사쓰마 지방에는 사쓰마 소주라 하여 소주가 그 지방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하고 있다.
듣기로는 사쓰마 지방에는 등록된 소주 만도 2천 개가 넘는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일본인은 전쟁을 잘 하기로 이름난 호전적인 민족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당시 전쟁에 참여한 번 중에서 가장 용맹하고 싸움을 잘 한 번을 들라하면 사쓰마
번이라고 한 우리의 기록이 있을 정도이고, 임란 이후 일본 전체가 둘로 갈려 치룬 동서 전쟁에서
사쓰마 번이 속한 미쓰나리 진영이 전쟁에 패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본진 중앙으로 뚫고
후퇴한 사쓰마 군사들의 용맹이 오히려 평가 받아 패전 진영에 속했음에도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또, 군사 삼천을 동원해 오키나와(유구 왕국)를 정벌하고 이를 번의 속령으로 삼아 많은 부를 축적
하기도 했다. 규슈 일대는 나쁘게 말하면 해적들의 본거지로 악명이 높은 곳이기도 했다.
바이킹의 예에서 보듯, 거친 종족일수록 술은 용맹을 다지는 수단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사케가 발전한 것에 비해 사쓰마 지역에 독한 소주가 발전한
배경을 이런 사쓰마 인들의 거친 삶이 반영되었을 거로 생각해 보았지만, 이는 개인적 상상일
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여튼, 사쓰마 지역은 사케가 아닌 소주의 고장이라는 사실이다.
술을 만드는 원료는 그 지방에서 가장 흔하고 구하기 쉬운 작물일 수밖에 없다.
사탕수수가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선인장(멕시코의 데킬라)이 술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규슈 일대는 고구마가 특산물이니 당연히 소주의 원료는 고구마이고 사쓰마 소주는 고구마로
만든 소주이다. 원료가 고구마이지만,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다양한 주조 방법을 통하여 다양한
소주를 만들어 냈고,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사쓰마 소주의 명성을 지켜 가고 있다.
술의 맛은 술을 익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한다.
스카치위스키도 금주령에 따라 오크통에 술을 담아 숲속에 숨겨 보존한 것에서 발전했다고 한다.
당국에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숨겨 놓은 술이 시간이 지나며 맛있게 익는 것을 보고 이후 술의
숙성 환경을 이와 비슷하게 하여 오늘날의 스카치위스키의 깊은 맛을 지켜 가고 있듯,
쓰시마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의 한 곳을 견학해 보니 이곳도 굴을 파 800m 이상 들어간 곳에서
소주를 숙성시키고 있었다. 탄광 차 비슷한 궤도차를 타고 바위를 파서 만든 굴을 지나며 소주 하나
만드는 데에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다니, 하는 감탄을 지울 수 없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굴의 벽면을 따라 작은 칸막이를 해 놓고 개인이 저장해 놓은 작은
저장고였다. 생산연도를 기록하고 저장 날짜와 언제 개봉하겠다는 날짜가 기록되어 있었다.
아마도 태어난 아기가 성년이 되었을 때, 라거나 결혼 몇 주면 기념일에, 같은 뜻깊은 날에 저장된
소주를 꺼내 기념 주로 마시겠다는 것이리라, (꺼내서 마시는 사진이 붙어 있는 곳도 여럿 보였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의 입장에서 보면 나도, 하는 생각을 해 봄직한 멋진 발상이 아니겠는가?
술을 맛으로 마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술을 마시는 날의 의미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날을 위해 저장해 놓았던 술을 많은 세월이 지난 후 개봉해서 좋아하는 이와 나눠 마신다는
즐거움은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너무 싱거운 일이다.
술에 문화가 없으면, 마시고 취한 주정이 숙취로 남을 뿐이다.멋진 술의 문화를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소주 한두 병을 동굴에 저장해 두고 길게는 수십 년을 기다린다는 기다림의 미학,
멋지다!
後記,
-술이 무슨 죄가 있을까만,
일본 우익의 본거지가 규슈에 자리한 사쓰마 번(가고시마현)과 조슈 번(야마구치현)이다.
征韓論의 주장하던 자들도 이 고장 출신이고, 아베는 조슈 파벌의 대표이고 고이즈미는 사쓰마 파벌
의 대표 주자이다, 아베의 도발은 뿌리 깊은 내력이 있다.
글은 글이라지만, 웬지 술맛이 쓰다.
전병일
2019-07-04 18:19
작가님 안녕하세요?
술의 제조과정 이야기 수십년의 기다림의 미학 잘 배독하였습니다
저는 와인제조를 직접해보았습니다
물론 국내산 와인이죠
재료는 머루이고요 ,지금 와인동굴에서 유통되고있지요
술의 저장은 증류해서 오크에 넣어 저장해야 오크향과 색깔이 나오지요
그 술이 발렌타이 15년,20년산 이라고 하지요
서민들에게는 발효주가아닌 소주와 삼겹이 제일이지요
더위 건강유의 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세요
박목철
찾아 주시고 댓글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저도 술을 담가 보고 싶어 도구를 사기도 했지만 아직 실행을 못해 보았답니다. 와인을 직접 제조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우리나라 소주는 싸고 괜찮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양주도 많이 마셨지만, 아직 값차이에 비해 맛 차이를 거의 구별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늘 행복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7/5 18:31
정찬열
2019-07-04 20:11
소운 작가님 잘 계신지요
작가님의 "소주 이야기"를 배독하며 어릴때 고향생각이 납니다.
燒酒 의 원료는 고구마이고 사쓰마 소주는 고구마로 만든 소주이다.
원료가 고구마이지만,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다양한 주조 방법을 통하여
다양한 소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50여 년전 우리나라에서 절간고구마라는
이름으로 고구마를 넙작하게 얇게 썰어 일본으로 수출했는데
그때도 역시 일본 주류의 주원료를 우리나라에서 가져간것이였군요
그리고 4~50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손님 접대할려면
일식집에 초대하여 정종으로 접대하던 때가 삼삼합니다.
작가님의 소주 이야기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남은 오후도 평안하시길 손모읍니다.
박목철
일본의 지방을 다니다 보면 오래 된 양조장이 많이 보이더군요, 자신들의 고장에서 나는 특산물로 술을 빚는 것을 보고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술은 거의가 맛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술에 아스파탐이나 인공 감미료가 들어 있더군요, 재료가 지닌 특성을 이용한 술은 일본이 한수 위라는 생각입니다. 느림마을 막걸리 외에는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술을 못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며 술 맛도 예전과 같지 않네요, 기회가 되면 막걸리라도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정찬열 이사님,
7/5 18:36
김경렬
2019-07-04 22:31
술은 익는 장소와 시간이 맛을 좌우 한다고 합니다.
고향집 부뚜막엔 항상 작은 술단지가 여럿 있었지요.
종가집이라 제사도 많고 손님도 많이 오가는 집이었기에
그때마다 술단지 하나는 접대용으로 뚜껑을 여시던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술이 익는다는 말은 너무 멋집니다. 요즘은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데 생 막걸리를 사서 익혀서 먹습니다. 막 출고한 술은 향도 감칠 맛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술에 따라 어느정도 익혀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답니다. ㅎㅎ 무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작가님,
7/5 18:39
김상화
2019-07-05 23:12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저는 술을 체질에 맞지 않아 거의 못 하는 편입니다
한 좌석에서 많이 마셔여 두잔 정도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술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술의 종류라던가 제조과정이라던가 생소한 것을 많이
배워갑니다
요즈음 더위가 극성을 부립니다
초복이 12일이니까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리 더운가 봅니다
더위 잘 이겨 내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2019-07-07 00:04
후기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생이야 어떻든
저런 우익은 어디서든 대세가 될 수는 없는데
궁하면 아베의 전략은 한국을 건드리고
일본의 우익을 자극시키곤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말이
그 타당성에 있어서 사실 옳은 말이지만
실은 참 신중해야 할 뜻인데
우리는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신중해서 탈이고
저들은 너무 급해서 탈인 거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유명 작가들이 펼친
에세이, 술이라는 책이 있는데
(음성출판사 3권)
문인들이 저마다 네세우는 주도와 술버릇
그리고 술의 기원에 대한 그 해박함 때문에
그 세 권을 밤새도록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박목철
찾아주시고 좋은 댓글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일본은 아직 몇번 더 갈 계획에 묶여 있는데 걱정입니다. 일본인과는 좋은 관계를, 아베를 위시한 극우는 적절히 비판하는 글을 써 왔는데 이 난리이니 모른척 하기도 어렵네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공지사항 
공지사항
소설.수필 메뉴
이달의 작가(예정)
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전병일
박목철 
정찬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