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8-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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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의 일요 放談(여름과 개 이야기)

젊었던 시절에는 책 읽기가 유일한 취미라 할 만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참 좋은 글이다 하는 감동을 받기도 하고,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글도 많이 있었다.
나도 이런 좋은 글을 써서 읽는 분들의 가슴에 오래 남아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글을
써왔지만, 역부족이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여름과 개,
개는 사람과 생활을 같이 한 역사가 가장 긴 동물이라고 한다.
생활을 같이한다는 것은 서로 도움 될 일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시 시대에는 자신의 일족이
아닌 외부인은 다 적이고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지 않으려면 적은 접근을 가능한 빨리 알아야 했다.
개의 뛰어난 후각과 청각은 낯선 이의 접근을 알리는 아주 소중한 능력이다.
옛날 시골 마을 어귀를 들어서면 동네 개가 온통 짖어대며 심지어는 따라 다니며 위협하는 통에 낯선
마을을 지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는 경험이 나이 든 분은 있으실 것이다.
지금이야 지구촌이란 말이 자연스럽지만, 중세 때 만 해도 낯선 이는 다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개는 삶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우리 곁을 오래 지켜온 삶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개는 너무 충성해서 탈이다.
막 태어난 강아지도 눈 만 뜨면 사람에게 꼬리를 치며 졸졸 따라다닌다.
개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좋아 하고 따르도록 유전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막무가내 사람에게 복종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대우를 덜 받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는 때리면 주인도 물거나 할퀴는 만만치 않은 성깔을 보여 고양이를 복종시키기는 어렵다.
복종하지 않으니 고양이는 나름 독립적 지위를 누리는 편이다.
개는 철저하게 사람에게 순종한다. 손주 녀석이 집에 기르는 진돗개를 발로 차거나 해도 반항하는
기색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벌렁 누워 배를 보임으로써 반항의 의사가 없음을 알리려 한다.

세상의 이치는 참 묘하다. 적당히 저항도 하고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이지 않으면 무시당하니 말이다.
고양이는 이도 날카롭고 발톱도 사납다. 곱게 숨기고 있지만, 사람은 고양이의 발톱과 이를 의식한다.
못된 것에 비유하는 말로 고양이 새끼라는 말은 들어 본 기억이 없지만, 개새끼나, 개년(죄송)은 일상
주변에서 듣는 일상어라 할 만큼 개는 모욕적 단어를 수식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개가 고양이 보다 욕먹을 짓을 한 바도 없는데, 이유를 굳이 들자면 너무 복종적이라는데
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너무 비약이 아닌지 모르겠다.

개의 억울함을 들자면 한 둘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에서 좀 모자라는 것이나 천한 것에는 다 개자를 붙이고, 좋은 것에는 참 자를 붙인다.
개 두릅이니 개살구니 개복숭아 등 하잖은 것에 붙인 개자는 끝도 없어, 꺾어다 심거나 땅에 가지가
닿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는 개나리도 별로 귀하지 않다고 해서 개 자가 붙어 개나리가 됐다.
하지만 화사한 밝음으로 봄을 알리는 봄꽃의 상징인 개나리에 붙은 개자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참깨 기름을 참기름이라 하고 들깨 기름을 들기름이라 하는 것은 예외에 속하는 경우이다.
자칫 했으면 들기름도 개기름이 될 뻔하지 않았을까 하니 개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일 게다.
(하는 짓이 형편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하는 짓이 개차반"이라 한다. 개가 먹는 똥이란 뜻인데
개차반 짓을 하는 인간을 보면 개 같은 경우라는 말과 함께 뭔가 잘못된 표현인듯싶다)

여름이 힘든 개,
개는 겨울의 추위는 잘 참지만 더위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동물이다.
체온을 조절하는 땀샘이 없다 보니 더우면 혀를 빼물고 체온을 낮추려 헉헉대는 딱한 동물이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개를 하필 여름이면, 초복, 충복, 말복, 에 개를 잡아먹는 풍습이 생긴 것이 개에게는
비극이라 하겠다. 먹거리가 변변치 않던 시절에 별다른 먹이를 주지 않더라도 키우기 쉬운 개를 키워
여름철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거나 체력이 저하 되었을 때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개는 제격이었다
우선 크기가 적당하다. 덩치가 크면 보관이 어려워 잡기도 어렵다. 돼지나 소를 잡을 때 미리 고기를 살
사람을 수소문해 한 마리 정도의 수요가 있어야 잡고 고기를 나눠 가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개야 잡으면 가까운 이웃끼리 한번에 먹어 치우기에 적당한 양이기도 하니 이래저래 개에겐 불행이다.

또 하나의 비극은 개는 때려잡아야 고기 맛이 좋아진다는 속설이다.
옛날(지금이 아님) 군인들은 차를 몰고 다니다가 돌아다니는 개를 보면 얼씨구나 잠바를 덮어씌워
잡아 와서는 무용담을 펼치곤 했다. (잘못하면 물리는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잡은 개를 한적한 곳에
묶어두고 보초가 교대할 때마다 몽둥이를 인계해 두들겨 패서 결국은 온종일 맞다가 개는 죽게 된다.
이렇게 매를 때려잡은 개고기가 맛이 있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도 맞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팔자 좋은 개는 사람 팔자보다 더 좋다.
개의 비극을 살펴봤지만 사람 못지않은 팔자로 살다 죽는 개도 주변에 흔하다.
어떤 개는 주인 밑에서 일하는 사람을 용케도 알아보고 자기 수하인 듯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중소기업 하는 분이 개를 좋아해 집안에서 개를 길렀는데, 이 개가 주인이 있을 때는 직원을
보면 아주 개 무시하는 게 느껴질 정도라 직원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아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를 갈던 직원들은 기다렸다가 주인이 외출하고 나면, 잡아다가 심하게 학대한 모양인데,
주인 말로는 발톱을 뽑았다고 정말 몹쓸 놈들이라고 나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개가 주인이 외출할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 안에 숨을 만한 곳은 다 찾아도 찾지 못하게 숨어 있다가, 주인이 돌아오는 차 소리가 나면
번개같이 나타나 직원들에게 짖고 대들면서, -야! 너희 졸병이지? - 이쯤 되면 이를 갈 수 밖에,

내일( 8, 11)이면 말복이다. 또 수많은 개가 보신탕이 되어 보시(布施)하게 될 것이다.
"개고기를 두고 야만적 식습관이니 버려야 한다" 와 "개고기 먹는 것도 문화이니 막을 일이 아니다"
서로 양보 없는 의견이 팽팽하다.
지금은 낯선 이를 보고 주인에게 알려 줘야 할 일도, 오히려 성대 수술로 벙어리 개를 만드는 세상이다.
개가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줄 일이 거의 없어진 셈이니 개의 쓸모도 반려견으로서의 기능이 전부일
정도이다. 또 개가 살아야 할 공간적 제약도 너무 열악해 개를 위해서도 개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설정
해서 공생의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사는 개가 행복할까? 시골에 사시던 노인분 아파트를 질색하시지 않던가?
하물며 자연을 내 집 삼아 자유롭게 뛰놀던 개 입장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오랜 세월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던 충실한 개, 말복을 잘 넘겨야 할 터인데,
여름은 이래저래 개에게 힘든 계절이긴 하다.

개, 소운/박목철

해마다 보릿고개
부황(浮黃)에 누렇게 탈진되어
아기 똥 빼고, 준 것도 없으면서
살 보시(布施) 없었으면 살아남기나 했을까
보은(報恩)은 고사하고,
걸핏하면 개새끼, 개보다 못한 놈,
것도 모자라
"개 족보 네!"
조상까지 들먹이고,

사람 중에
개 아들(새끼) 안돼 본 사람 손 들어봐,
입만 열 면 욕하면서
初伏, 中伏, 末伏, 날짜 따져가며
"개는 배때기 살이 으뜸이여"
"아녀! 만년필이 최고여"
끄윽!
이도 쑤시고,
개가 봐도 사람이 개차반일세
멍! 멍!

백낙은 2017-08-13 20:35	소운 작가님. "여름 개 이야기"를 읽고 한참을 혼자 웃었습니다. 개가 보면 그야말로 인간이 개차반일 겁니다. 세상이 바껴서 개가 득세를 하면 사람을 우리에 가둬 놓고 손가락질 하면서 "저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놈들이야"하고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세상엔 개보다 못한 사람 엄청 많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소서.

이석희 2017-08-14 07:00	소운 작가님~~~ 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집이 아파트인데도 6학년 막내가 울고 떼를 쓰는 머리에 꼭 아이 주먹만한 요크셔테리어 새끼를 구입하여 키웠습니다. 손에서 컸지요. 그런데 이게 정이 드니 항상 눈에 밟히는 거예요. 아이가 셋인데 아침에 개를 불러서 누구 깨워라 하면 그 아이 방에 가서 일어날 때까지 짖고 뽀뽀를 하니 안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 후 이사를 두번이나 하도록 같이 살다가 13살에 눈을 감았습니다. 장례를 할 때에 땅에 삽으로 묻으며 뜨거운 눈물도 흘렸었지요. 그 후로 우리 가족들은 개는 더 이상 기르지는 않지만 개 마니아가 되었지요. 만남은 기쁘지만 이별이 슬픈 것은 개나 사람이나 일반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절감하였습니다. 이제 다시는 인연을 맺지 않으려고 합니다. 중간에 버리는 사람은 정말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맞든 안 맞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2017-08-14 13:53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개에 대한 글을 잘 읽었읍니다. 한가지또 빼놓지 않으시고 개의 사주팔자를 재미잇게 역어 주셨네요. 아마도 이런팔자는 개팔자라하여 그 누구도 개의 팔자를 가까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는 동반자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어려울 때, 정신적으로는 사람보다도 더 강한, 개를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여러가지의 시도가 있었겠지만 잘못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명을 그렇게 두들겨 패어 죽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잘 못된 인간의 생각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개는 마음의 동반자로 같이 가야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7-08-15 10:44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개의 일생을 적나라하게 쓰셨습니다. 개만도 못한 놈이라든가 개자식이라던가 하는 수많은 욕의 수식어가 붙어 다닙니다 그러곤 결국은 보신탕을 만들어 맛있게 먹는 것이 개입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들은 생각이 틀리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석촌호수로 운동을 하러 나가면 아주머니 몇 분은 유무 차에 개를 싫고 나와 유무 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듯 정성을 다해 끌고 다닙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너는 복도 많구나! 너는 참 호강한다 하며 미소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애완 견도 대접을 받고 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동물 병원이 우후죽순 생겨 났습니다. 병원에 한 번 데려가면 사람 의료비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합니다. 보통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 이니까요. 그런가 하면 죽으면 장례식까지 치러줍니다. 병원에 의레 하면 장레 비용이 20만원에서 30만원 들어간다 합니다. 참 우리는 아이러니하고 재미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소운 작가님 재미있게 배복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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