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0-07-01 17:04

ㆍIP: 180.xxx.192

소설/ 새처럼 날고파- 3

소설/ 새처럼 날고파- 3

그녀는 지금 이 집을 나가면 어머니의 얼굴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새까매진 얼굴이 오늘따라 더 많이 주름져 보인다. 그래서 더 어머니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 힐끔힐끔 돌아보며 후딱 대문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뒷모습과 앞마당에 강아지들까지도 이 순간엔 왠지 모두가 다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나만을 위해 생각하자’ 다짐했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 기차 역전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달렸다. 숨이 턱에 찰 때까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갔다.
원주역에 도착하니 마침 중앙선 청량리 행 기차가 바로 도착하고 있었다. 역 안 구석에는 다 헤진 털 코트 누더기를 걸친 거지가 눈감은 채 쭈그리고 졸고 있었다. 남녀 구분이 잘 안 돼 보이는 행색은 헝클어진 파마머리가 중년쯤 돼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평소엔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건만….
나도 이제부터 저 거지와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왠지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그녀는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완행 기차표를 끊었다. 매표소 안에서 표를 내어주고 돈을 거슬러주는데 역 안에 앉아있는 여직원이 감옥 안에 갇혀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감옥에서 탈출하려고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고 있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적한 기찻길이다. 기찻길을 건너 드디어 열차에 올라탔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운 좋게 빈자리도 많다. 들어가자마자 중간까지가 거의 텅 비어 있는 자리로 그녀의 ‘뻥’ 뚫린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다. 편한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젯밤 설친 잠을 채우려 잠시 눈을 붙였다.

어느덧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잠자는 동안에도 여전히 열차가 텅텅 빈 채로 그대로 도착하고 있었다. 대합실 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한나절이 걸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길게 느껴졌다. 옆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 누군지도 알 필요 없었으니 혼자 생각한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나가면서도 온통 머릿속은 어디로 갈 것인지 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청량리역 앞마당 광장으로 나왔다. 엄마의 잔소리도 없고 오로지 혼자만의 결정권에 설레는 마음은 오늘 좋은 사람을 만나 취직도 잘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건물들이 많은 큰길 쪽으로 저만치 ‘직업안내소’의 간판이 또렷하게 보이면서 그녀의 눈을 환하게 밝혔다. 그 간판이 지금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미래의 희망이라고 생각되었다.
광장 한복판엔 마침 노랗게 구워진 토스트를 파는 아주머니의 리어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달걀을 버터로 부쳐 넣은 기름 냄새가 침샘을 자극하며 허기를 불러오고 있다. 손목시계에서는 12시 초침을 지나고 있었고 벌써 점심때가 되고 있었다.

“아가씨 토스트 하나 드시고 가세요, 금방 구워서 뜨끈뜨끈하고 맛있어요, 아침에 다 팔고 두 개 떨이에요, 좋다!, 막판이니까, 싸게 줄게요, 아가씨 운이 좋으시네?”
“저는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인데요, 얼마에요?”
“네, 천 원만 내요, 아가씨가 이뻐서 깎아주는 거예요.”
“저어 지금 점심 먹으러 가는 중이라서요, 다음에 살게요, 죄송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토스트가 먹고 싶었지만, 아주머니의 말을 거절하기 위해서였다. 주머니 속에 간직한 오천 원을 아껴야 하기에 만지작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비상금으로 가져온 돈을 쓰면 앞으로 어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군침만 삼켜야 했다.
저만치 직업안내소가 보이는 곳을 향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건물엔 엘리베이터도 없고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층계마다 ‘직업안내소’라는 글자가 붙어있다. 3층에 도착하자 입구엔 피켓에 그려져 있는 여자 사진이 상냥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긴장된 눈빛으로 힘차게 노크를 했다. 안내하는 직원에게 용기를 내어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왔다고 선뜻 말을 붙였다. 그녀는 처음 들어온 이곳이 낯설고 긴장도 되었지만 다른 세상의 첫발을 내디딘다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아, 네…, 저는 원주에서 왔는데요,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숙소가 있으면 다 괜찮아요.”
“배운 기술은 없나요?, 아니면 원하는 곳을 말해주셔도 되고요.”
“네, 저는 베 짜는 기술을 배웠고요, 지금 일하는 것보다 월급 좀 많이 주는 곳이면 가려고요.”
“마침 자리하나 나온 데가 있기 한데요, 안양 쪽에 가실 수 있나요?”
“안양쪽 이에요?, 네, 알겠어요, 갈게요, 여기서 먼가요?”
“아니요, 한 30분 정도 걸릴 거예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잠깐만 저쪽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그쪽 사장님이 오실 거예요, 잠시만요!”

-계속-

김상화

2020-07-02 06:41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녀가 기어이 집을 나와 완행열차를 타고 청령리로 왔네요
제일먼저 직업소개소를 찾은 것이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기술이라곤 베 짜는 기술밖에 없다는 그녀의 앞날이 궁금합니다
아무쪼록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장미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연 이틀 찌뿌둥한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코로나 19도 아직 멈출 생각을 하지 않네요
작가님 늘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장마철에 감기 조심해야 합니다


장선희	김상화 작가님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이야기가 픽션으로 이어갑니다 어렸을적 동네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던 생각이 나서 웃습니다 어른들께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다가 아이들이 시시하다고 하면 제딴엔 없던 이야기도 리얼하게 꾸며서 해주면 반응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를 잘 따르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대학에서 국문학과의 고전소설을 배우게 됐는데 민담으로 부터 고소설로 시작이 되고 지금의 현대소설로 발전된 거라고 하더군요 작가님~장마기간이라 습한 기운이 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에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 코로나도 조심 모든 바이러스 철저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7/2 18:20

이도연

2020-07-05 10:24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새처럼 날고 싶은 그녀의 욕망과 바람대로
장선희 작가님의 글의 날개가 활짝펴고
왕성한 창작력이 상상의 날개를 달고 높이 날아 올라
멋진 작품으로 탄생 하길 기대합니다


장선희	이도연 작가님 감사합니다 지금 시국이 불안정하나 집에 방콕하는 날이 많아 끄적거려 봅니다 작가님의 소설도 기대하고 있답니다 좋은 작품에 왕성하시길 바라고 바이러스 조심하시어 건강하시길 바래봅니다.	7/9 19:40

정찬열

2020-07-05 15:57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선희작가님~
노부모님 정든 집을 뒤로 하고
낮선 도심 청량리역앞 지업소개소 에 구직
베를 짜는기술로 이어져 나갈 상상의 나래가
기진 것또한 없는 앞날의 전개가 더욱 궁굼해집니다.

장마통 이곳 광주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모든것이 마비에 가까워가는 때입니다.
늘 건강에 유념하시고 편안 하시길 빕니다.


장선희	정찬열 작가님의 관심주신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장마에 피해 없이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7/9 19:44

소설/ 새처럼 날고파- 4

소설/ 새처럼 날고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