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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10-11 13:45
ㆍIP: 175.xxx.88
숲속에 그린 풍경
숲속에 그린 풍경

이 도 연

그 숲에 가면 어린 왕자의 별나라 여행도 백설공주의 이야기도 숲속에 사는 다양한 식물과 나무 그리고 말없이 계곡을 지키고 있는 바위에 얽힌 전설을 들을 수 있다.

날씨가 흐릿한 날에는 동화 속 버섯 궁전을 만날 수 있다.
모양도 빛깔도 각양각색 개성이 넘치는 만물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
대자연을 닮아 구름의 형상을 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먹음직한 빵을 닮고 핫도그나 쿠키와 같은 버섯이 있는가 하면 아름답고 현란한 옷을 입고 장미의 가시처럼 맹독을 품고 있는 버섯의 모습들이 사는 숲의 나라 버섯 마을은 신비한 자연의 세계이다.

이리저리 바람길 따라 발길 따라 나아 있는 푸서릿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생명이 움트고 생동감 넘치는 숲속 풍경과 만난다.
비탈에 구르는 낙엽을 휘적거리며 구구 소리를 내는 산비둘기는 두려움을 모르는 존재로 산객을 비켜서지도 않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람쥐나 청설모는 요란스러운 숲속의 무법자 같으며 사소한 소음에도 화들짝 놀라 부지런하게 비탈을 달리는 수꿩은 화려한 빛깔의 깃털로 장식한 숲속 전사의 모습이다.

높은 나무 우둠지에 무리 지어 까악거리는 까마귀나 서로 쫓고 쫓기며 숲속을 헤집고 요란한 소리로 지저귀는 까치는 자신이 숲에서 제일가는 가수라고 시끄러운 목청을 돋우며 지나가는 나그네를 배려하지 않는다.

여행자의 발끝마다 피어나고 지루할 틈 없이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마다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피어나는 야생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는 것도 숲속에서 만나는 커다란 기쁨이다.
지칠 줄 모르는 생명력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나 이름 모를 들풀이 사계의 변화를 감지하며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것은 생명의 선순환을 위한 순응과 생명 보존의 본능이다.

거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인고의 세월 앞에 지칠 줄 모르는 생명력으로 자리를 지키는 낙락장송을 보라!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한 줌 흙을 부식하여 토양에서 흡수하는 몇 방울의 습기만으로도 삶을 영위하는 노송의 모습은 생명에 대한 존엄감과 경이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숲에서 자라는 작은 잡목이나 꽃들은 여름이 활짝 열려 커다란 나무가 하늘을 가리기 전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려 종족을 보존하며 커다란 나무는 하늘을 향해 키 재기가 한창이다.
숲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번성하고 소멸하며 자신의 몫을 다한다.

숲길을 걷고 있는 나는 대자연의 경이 앞에 얼마나 겸손하고 때로는 무지의 오만으로 자연의 질서를 외면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자연을 파괴한 적은 없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숲에서 걸을 수 있고 호흡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숲아 너 거기 있어 난 정말 행복하다" 콧등이 찡해지는 감동을 다스리며 누군가의 소박한 소망으로 쌓아 올린 돌탑 위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으며 합장을 하고 또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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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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