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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02 18:14
ㆍIP: 211.xxx.180
대나무와 같다면
#권영심의글
대나무와 같다면
      권영심 ( 2021 , 3 , 2 )
인간의 생활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식물들이 많은데 그 중에 대나무가 있다
약 1200여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종류는 140여 종이다
핵폭탄이 떨어진 곳에서도 죽지 않고 살
아 남을 만큼 그 생명력은 강해서 대밭 이 한 번 만들어지면 없애기가 어렵다
동양에서 대나무는 선비와 동등한 대접
을 받을 만큼 사랑받는데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성품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 대나무는 나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나 실은 풀의 한 종류라고 한다
나무와 풀을 구분하는 법을 솔직히 잘
모르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다
대나무가 풀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 보았
다고 한다
조릿대가 풀인 것은 이해가 가지만 울울
창창 쭉 뻗은 대나무가 풀이라는 것이
사실은 이해가 안 간다
식물을 참 좋아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 것 투성이여서 대나무에 대해
서도 아는 것 밖에 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새벽에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얻어 걸린 지식인데 곧 끝나 버려서 대나무는 풀이다라는 것만 머리에 박혀
버렸다
대나무가 풀이라니...
그랬었구나, 그 창창한 대나무가 풀이었 구나 놀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졌다
풀인듯 나무인듯, 그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나가는 식물이 얼마나 많을까
개운죽의 모양이 좋아서 키워 보았고
죽순을 좋아하기에 대나무는 내가 좋아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담양에 놀러 가서 대나무 삼겹살을 대접 받았는데 참 특별한 풍미
를 맛보았다
대나무의 반을 갈라서 불에 올리고 죽염 만 뿌린 고기를 파인 홈에 넣어 구웠는 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대나무를 가지고 별별 것을 다 만들고
쓰임새도 얼마나 많은지 과연 덕이 많은
나무이지 싶다
요즘 코비드가 만연한 사회에서 대나무 와 같은 덕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케이
방역은 전 세계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코비드에 지쳐 있으면서도 방송
에서 가끔 보는 의료진만 보면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그들의 수고에 대해
말로 다 할수 없는 경외심을 가진다
그러면서 지난 일 년 넘게 고통 속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국가가 보상해
주었으리라고 믿었다
그들도 믿었기에 참고 또 참았을 것이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는 결국 말 뿐이었고
많은 의료진들이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만 의존해서 극복해 나가
는 이 시점의 우리의 방역이 옳기만 한
것일까?
고통의 분담은 모두 함께 나누어야 하고
책임과 권리도 그 한계가 분명해야만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분담을 책임질 수
있다
허약한 발판 위에 다리를 만들 수 없고
기어이 만든다면 발판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결국 무너지게 된다
지금 우리의 방역 체계가 이와 같지 않
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어째서 일부의 희생과 헌신과 인내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어 야 하는가?
그런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해서도 안 된다
지난 일 년여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겪지 않은 일들을 겪었고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을 보았다
공상과학 소설의 기발한 전개와 독자적 인 내용이 좋아서 한 때 얼마나 찾아 읽
었는지 모른다
벼라별 기이하고 놀라운 미래가 그려진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공상 과학 소설 속에서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마스크로 눈만 내놓고 살게 될 미래는 없었다
나는 만성 질환이 있어서인지 두어시간
만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숨이 가빠지고
어지러워진다
무엇보다 아기들, 아이들이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마스크를 안 쓰겠노라고 칭얼대며 우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엄마의 눈에서 눈물
이 흐른다
어찌하여 이런 황망한 일을 만나는 시대
인지 기막혀서 같이 울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에겐 반드시 미래가 있노라고.
하나의 풀이지만 나무 처럼 울울 창창
자라서 인간에게 온갖 덕을 배푸는 대나
무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들이 알수없는
곳에서 헌신하고 있는, 덕분에 말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지구 의 가장 어둡고 험한 곳에서 기도하는
은수자와 수도자들의 덕분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반드시 그러하다고 믿는다
언젠가 우리는 마스크를 벗은 얼굴로
환히 웃으며 뛰어 놀면서 오늘을 잊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대나무의 덕을 지닌 우리의 귀한 진인들
이 있는한!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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