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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11 15:01
ㆍIP: 223.xxx.149
우리의 삶에 명의가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명의가 있다는 것은

          권영심 ( 2022 , 1 , 11 )

연말 밤에 사고가 나서 아들이 119에
실려 갔다.
아들과 식탁을 마주보고 있었음에도,
나는 사실은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정확
하게 모른다.
나는 화장실 쪽의 의자에 앉아 빨래할
것을 나누고 있었고 아들은 주방 가까운
곳에 선 채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몸이 쓰러지면서 어어? 아악 ! 이었다.
치켜드는 손에서 분수같은 피가 흩뿌려
졌고 나는 그 순간 숨이 막혀 오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들이 119에 신고하는 소리가 아득히
멀리 들렸고, 나는 이러다가 죽겠구나라
는 생각이 들면서 호흡을 할려고 애를
썼다.
비상약... 목소리는 안 나왔으나 아들은
알아 들었고 항상 핸드백에 비상약을
넣고 다니는 것을 알기에 천만 다행으로
약을 찾았다.
구급대원들이 온 것은 두 번 째 약을 혀
밑에 넣었을 때였다.

구역질이 멈추었고 심장 부근이 몹시
아팠으나 진정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구급대원들은 세심하게 기본 진
료를 했고 나는 집에서 진정하겠다고
말하면서 아들만 병원으로 보냈다.
약을 한 개 더 먹고 무조건 잠을 잤다.
난장판이 된 주방은 치울 겨를도 없었고
가만히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보니 천만다행으로 내가
무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구급대원들도 몇 번이나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으나, 실은 위급한 상황이 지났기
에 병원에 가 봐야 별다른 처치없이
침대 차지로 있을 것을 알기 때문에 집 에 있는 것을 택했었다.
아들의 전화로 잠에서 두 번 깨었으나 자고 또 자고 그랬었다.
아들이 돌아왔고 일단 봉합만 했으나 연
휴가 끝나면 정밀 검사를 받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또 놀랐다.
아들이 다친 것은 ,식탁 한 쪽에 그냥 놓았던 과도가 날이 선 채로 있었던 것 에 발이 꼬이면서 몸이 쓰러지고 손을
짚어 그렇게 된 것이었다.
손을 온통 붕대로 감아 놓아서 어떤
부위가 다쳤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어떻게 과도가 날이 세워진 채로 있었는
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들은 식재료의 조리를 과도로 했고 우
리집의 과도는 손잡이가 좀 넓고 길어서
식도보다 편하게 쓰는 듯 했다.
나는 과도를 비롯해서 식탁 위에 놓였던
것들을 전부 다 버렸고 피를 닦으면서
진저리를 쳤다  .
다음 날 오후 아들이 말하기를 손가락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붕대 안에서 손가락들이 아무 감각이
없고 움직임이 없다는 말에, 너무나 기
가 막혔으나 섣부른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봉합 치료를 받았던 대학병원에 가지 않
고 김포에 있는 병원에 가서 수술하겠다
는 아들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긴 숨을 내쉬었다.
대학병원을 고집할까봐 걱정했는데 아
들은 ㄱ박사를 그렇게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ㄱ박사는 수지 접합에 관해서는 대한민
국 제일이라고 우리가 믿고 있는 의사, 진정한 명의였다.
그는 오랜 시간 나의 주치의였고 다른
병원에서 자르자고 한 내 발을 살려준
은인이다.
다른 병원 의사는 냉정한 눈빛으로 자르
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승복할 수가 없었다.

지인의 접합 수술을 너무나 완벽하게 성
공한 ㄱ박사를 기억해내었고 연락이 닿
자 그는 너무나 명쾌한 목소리로 병원을
옮기라고 했다.
들고간 검사지를 꼼꼼하게 살피고 다시
검사를 한 ㄱ박사는 염증이 아직 신경과 혈관에 침투하지 않았으니 발등의 살만
걷어내는 수술을 하고 치료를 계속하면
서 이식 수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발을 살려낼 수
있다고 했다.
반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내 발은 무사
하고 ㄱ박사가 김포에 병원을 차려 옮긴
후 우리 가족은 그 곳으로 다닌다.
다른 것을 권유하는 법이 별로 없는 나 는 누구든지 손발에 관해서는 ㄱ박사를
추천한다.
내 발 뿐만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전국에서 환자들이 오는 것을
보았고 그들의 완쾌를 보았었다.
아들은 3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수술했
는데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힘줄이
손바닥 안으로 달아나버려서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ㄱ박사를 믿었다.
수술한 지 이틀 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 엄마! 손가락이 다 움직여! 아직 좀 아
프기는 한데 손가락이 움직여요 -

폰을 끊으면서 살짝 눈물이 났다.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아들은 목공일을
너무 좋아하고 가구 만드는 것을 천직으
로 여긴다.
그런 아들이 손을 못 쓰게 된다면...
말은 하지 않았으나 신년의 며칠 동안을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모른다.
다른 병원에서도 물론 고칠 수 있었겠지
만 ㄱ박사의 수술처럼 완벽하지 않을
거라고 아들과 나는 그렇게 믿는다.
불행한 사고였으나 불행으로 끝나지 않
아 너무나 감사하다.
힘든 삶의 길에 이런 명의 한 사람, 우리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맙다.
새해가 시작되었는데 아들의 시간은 잠
시 멈추었으나 곧 원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
주방에서 쓰는 모든 것들의 위험성을 직접 체험했으니 이젠 좀 더 주의하면서
조심할 것이라고 믿는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세라비... 그것이 인생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환한 목소리로 환자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부터 먼저 하는 권유준 박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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