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의 등을 긁어라.  황우 목사 백 낙 원.

 이스라엘의 전통적 훈계 집인 랍비 문서에 다음과 같은 우화가 있다. 어떤 거지가 랍비의 집 담벼락에다 등을 대고 비비고 있는 것을 본 랍비는, 그를 불쌍히 여겨 데려다가 목욕을 시켜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먹을 것을 주어 보냈다.

 그 소문을 들은 부부 거지가 역시 같은 장소에 와서 등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를 본 랍비는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때리고 쫓아 버리니, 대우가 공평하지 않다고 항의하는 부부 거지에게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난번 거지는 혼자였으니까 담벼락에다가 등을 긁을 수밖에 없었지만, 너희들은 둘이 아니냐. 그것도 가장 가까운 부부가 아니냐. 등이 가려우면 서로 긁어줄 일이지 남의 집 담벼락에다 등을 비비는 것은 옳지 못하다.” 라고 말이다.

 이 우화가 말해주는 교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서로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어 긁어주고, 서로 협조하는 이해와 사랑의 정신이 축복과 평화와 행복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며, 남의 모방이나 하는 악삭 빠른 인생관과 잔꾀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가,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것이고, 저주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이라 여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신 다음, 그가 독처하는 것을 보시고,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시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하와를 만드신 다음, “참 좋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던 것을 볼 수 있다. 혼자로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말이다.

 인간이나 동물을 막론하고, 서로 만져주고 긁어주고 접촉하는 데서 정이 들고 사랑이 솟는 법이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일수록 서로 간의 접촉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동물원의 원숭이들도 서로의 털을 골라주고, 서로 어루만져 주므로 정이 두터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개인주의화하거나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사회가 되어 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서로가 담을 높이 쌓고, 감옥 아닌 감옥에서 고독을 삼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등을 긁어줄 사람이 없는 것만큼 불행하고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면, 그 어딘가에 등을 긁어줄 대상은 있게 마련이다. 그 관계가 비록 부부가 아니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일 수도 있고, 형제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교회와 다른 집단의 구성원일 수 있다. 그 대상을 가까이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다른 먼 데서 대상을 찾으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내가 다른 사람의 등을 긁어 주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등을 긁어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누구의 등을 긁어줄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누가 나의 등을 긁어 줄 것인가를 묻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서로가 섬김을 받으려고만 하면 모두가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종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로가 섬기면 모두가 왕이 되고 서로가 섬김을 받으려고 하면, 모두가 종이 되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등을 긁어주는 데서 비로소 화해가 있고, 평화가 있고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정스런 부부와 같이 서로의 등을 긁어주며, 서로가 섬기는 온화하고 따스한 교회와 사회를 만들어, 바람직하고 살맛이 나는 인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서로의 등을 긁어주는 아름답고 훈훈한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