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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5-06-22 14:40
ㆍIP: 211.xxx.28
댓글 放談,
댓글 放談,          


우리는 지금 아주 극과 극을 오가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온 지가 5년이 다 되었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과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다.
말은커녕 눈 한 번 마주친 일이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혹 현관문을 열려 하다가도
이웃집의 인기척이 들리면 한참을 기다렸다 나가게 된다. 서로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워서이다.
아마 이웃집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연히 같이 문을 여는 경우가 5년간
한 번도 없을 수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렇듯 이웃과 벽을 쌓고 사는 것과는 반대로 온라인상에서의 교류는 놀랄만하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개인사에서부터 생일 까지 일일이 챙기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가까운 곳은 철저히 차단하고, 먼 곳과 소통하는 이른바 신개념의 -遠親近攻- 이라 하겠다.
소운도 인터넷상의 이런 집단에 가입했다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아 거의 발을 끊고 지내고 있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깜짝 놀라서 열어보면, "누구 님의 생일입니다." 거나 어디 놀러 가서 뭘 맛있게 먹었다
와 같은 뜬금없는 소리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남자도 수다스럽다는 걸 실감한다.

소운은 많은 글을 쓰고 올리다 보니, 댓글이 항상 신경 쓰이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댓글이 많으면 당연히 답글도 많이 써야 한다. 대한문협을 빼고는 댓글에 답글을 달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대한문협의 댓글은 답글 쓰기가 난감한 경우가 많아서 가능하면 답글 대신 그분의 글에 댓글을 다는 쪽을
택한다. (내 글을 가지고 장문의 댓글을 다시는 분에 대해 답글을 쓰기가 민망스러워서이지 딴 뜻은 없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려면 남에게 술을 많이 권하면 된다.
많이 권하면 답잔이 오게 돼서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다. 댓글도 이와 유사하다. 댓글을 열심히 다는 분의
글방은 댓글이 넘쳐난다. 등단한 지 얼마 안 되는 분도 모임에서 마당발인 것에 놀라서 보면 다 댓글로
이미 상당한 교분을 쌓은 분인 경우였다. 댓글에 인색하면 자신의 글방이 외로운 법이다.

이처럼 훌륭한 소통 수단인 댓글도 때로는 기분을 상하게도 한다.
글은 올리고 댓글을 달아도 아주 답글을 무시하는 분이 있다. 자신의 글은 계속 올리는데 댓글을 달아도
전혀 묵묵부답이다. 이런 게 반복되다 보면 은근히 기분이 상하게 된다.
-자신은 대가이니 글을 올려주는 것만 해도 황송하게 생각해라- 딱 이런 기분이 들어서 갑자기 졸개가
된듯하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자신이 대가(大家)라는 생각은 착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댓글 무시는 아니지만, 기분이 상하는 댓글이 또 있다.
붕어빵 댓글이 그것이다. 글을 읽어 보지도 않고 그냥 똑같은 인사말을 형식적으로 다는 경우가 그것이다.
댓글을 보면 게시글을 읽고 쓰는 것인지 아닌지는 금방 느끼게 되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고 댓글을 달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여러 글에 똑같은 댓글을 연속해서 다는 용기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댓글 아르바이트도 있다는 소리도 있다)

소운도 댓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많이 생각한다.
한 번에 글을 많이 올리거나 너무 자주 올리지 않으려고 신경도 쓴다.
댓글 다는 분의 입장이 곤혹스러울까 하는 배려이다. 연속해서 여러편의 글을 올리면 댓글 달기가
상당히 난감해 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햐면 글 쓴이가 같으면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읽는이의 느낌은
비슷하기 때문에 댓글 달기가 어려워진다.

이래 저래 댓글은 우리가 잘 관리하고 소중히 다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댓글 때문에 기분이 상하거나 한다면, 유일한 소통 경로마져 막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든다.
하기야 아고라에 가면 댓글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지 오래이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사는 우리가 나마 남과 소통하는 댓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자,


* 댓글을 아주 정성껏 다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이런 분의 댓글을 읽으면, 좀 더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파악이 완벽하고
때로는 놓친 부분도 정확히 집어내기도 한다. 이런 분이 계신 글방은 진솔한 활기가 넘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사는 우리가 나마 숨통을 틀 곳은 댓글이 아닌가 하여 횡설수설 한담을
늘어놓은 셈이니, 혹 맘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너그러이 봐 주십사는 부탁을 드린다.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5-06-22 21:54
 횡설 수설 한담이 아니라
틀림없는 말씀입니다
제가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좋은 말씀 우리 모두 명심할 사항이라 생각 합니다.
행사날은 인사도 못드리고 죄송합니다
잘 돌아 가셨지요?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6-22 22:01
회원사진 		소운 박목철 작가님. 지난 유월행사 때는 잠시 인사만 하고 왔었습니다.
-遠親近攻-이라는 말씀을 비롯하여 댓글을 달기가 무척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말씀도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자신은 대가이니 글을 올려주는 것만 해도 황송하게 생각해라-는 말씀과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무슨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이 편하답니다.
소운님. 댓글방담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작가님들의 글에 기분나쁜 댓글을 달지는 않았는지 다시 반성해 봅니다. 상대를 격려 하는 차원에서 댓글을 달지만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시고 승필하소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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