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젊은이

요즘 아들딸 대부분을 결혼시킨 후 부모들이 겪는 일이다. 자녀를 공부시키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하는데 가뜩이나 마음 고심을 해야 한다. 또한, 어렵사리 취직되고 나면 결혼문제에 집착해야 하고 신경을 쏟는다. 결혼 문제가 해결되면 또 하나 걱정거리가 되는 것은 굳이 아들딸은 구별은 안 해도 어린애를 갖는 것에 걱정하는 것이다. 또한, 어린애를 낳고 나면 요즘 젊은이들의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가 되는 탓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은 토요일이 걱정이다. “2013년 10월 현재 통계청 발표를 보면 유배(有杯) 가구 1,178만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는 505만 5천 가구로 발표한 것을 보았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손주나 손녀를 돌봐 주어야 하는 것이 자식 가진 부모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일들이 요즘 부모들이 말하는 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한다. 이런 일이 환갑의 나이에 부쩍 심해진 것이 대다수 부모의 현실이다. 나에게는 1남 2녀의 자녀를 두었고 그중 아들은 직장이 서울에 있으니 우리가 대신해서 손녀가 2명이나 되지만 돌봐 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 큰딸이 내가 사는 광주에 살고 있다 보니 여섯 살이 되도록 외 손주를 돌봐야 하는 것이 외할머니 의무처럼 되어버렸다. 평일에는 산행이나 걷기운동을 할 수 없는 시간 탓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기해 어린 외 손주도 있고 하니 가끔은 걷기가 쉬운 곳을 찾아 걷기 운동을 함께 나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의 어느 토요일 이였다. 외할머니를 따라 자주 걷기운동을 함께하는 외 손주가 무등산을 가 보고 싶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소에 외할머니가 ‘무등산’ 이야기를 가끔 해준 탓이리라 생각한다. 생각 끝에 나는 아내와 상의 끝에 승용차로 ‘무등 산장’으로 가서 그곳에서 아스팔트길이 잘 되어 있는 ‘바람 재’를 지나 ‘토끼등’ 가는 것으로 정하고 외 손주 와 함께 셋이서 집을 나섰다. 10시경 집을 나서 승용차로 ‘무등 산장’에 도착하니 30분이 채 걸리지를 않는다. 평소 같으면, 아래 산장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행을 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애가 주차장에서부터 오르는 것이 좀 무리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해줄 요량으로 ‘원효사’ 신도들이 들어가는 진입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더 올라갔다. 그곳은 평소에 차량이 양쪽에서 오고 가기 어려운 편협한 산길이며 ‘원효사’ 사찰로 오르는 차도 길이다.

‘물론 꾸불꾸불하지만, 아스팔트 포장은 되어 있다.’ 그런데 절 입구까지 올라가도 주차할 곳이 도저히 없어 어린 애와 집사람을 하차시켜두고 어렵게 좁은 곳에서 차를 돌려 다시 오던 길로 돌아내려 오고 있었다. 30여m쯤 내려오다 보니 주차를 하기에는 장소는 별 좋지 않지만 좁아도 주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약간의 내리 막진 한쪽에 차를 주차하는데 그만 앞 운전석 앞바퀴가 푹 내려 앉아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엊그제 비가 온 뒤라서 흙의 색깔까지 검은색에 낙엽까지 덮여있는 젖은 땅이 그만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아무리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헛바퀴만 돌뿐 더는 꿈쩍하지를 안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40년의 운전 경력을 가진 나였지만 “이런 큰 낭패를 만난 것이다.” 물론 긴급 출동을 부르면 해결이야 되겠지만, 광주 시내에서 거리가 있으니 오늘 산행은 망쳐버리는 것이 불 보듯이 뻔-한 노릇이다. 나는 내려서 무슨 묘책이 없을까 아스팔트에다 무릎을 꿇고 차 밑을 살피며 묘책을 강구 해보지만 ‘진퇴 양단’이다.

그때 마침 그 옆을 차를 몰고 오르던 젊은 친구가 “차가 빠져 버렸습니까? 하고 묻는다.” 글쎄요? 비가 온 뒤의 땅 이라서 그만 빠져 버렸네요. 하니 40대쯤 먹어 보이는 그 젊은 친구는 “내가 한번 끓어 볼게요. 하며 자청한다. 말이라도 참 고마운 젊은이다. 하지만 차를 끓어내려면 밧줄도 있어야 하고 차가 좀 큰 차라야 하는 데…! 뭐 SUV 차(車)이긴 하지마는…. 헌데! 꺼낼 밧줄이 걱정이다.” 그 젊은 친구는 조금 위에 절 마당에서 차를 돌렸는지 금방 돌려 내려서 왔다. 나는 이 승용차를 4년이 넘게 타면서도 구난(救難) 시 밧줄을 걸 곳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른 터였다. 그 젊은이는 자기 차에서 비록 나이론 로-푸 줄이지만 줄을 꺼내 내 차의 뒤쪽 범퍼 사각 진 표시를 떼어내더니 그곳에 걸 고리를 돌려 박는다. 그리고는 손수 줄을 걸고 는 나를 차에 오르라며 후진 기어를 넣고 함께 빼보자는 것이다. “그 차도 역시 시동을 걸고 후진기어를 넣으며 동시에 힘을 쓰자”한다. 물론 쉽게 차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세 번의 반복된 작업 끝에 빠진 차가 나오지를 않은가?

참 세상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어떻게, 이런 줄까지 가지고 다니 셨냐고 물었다. “그도 예전에 차가 빠져 애먹은 경험이 있어 항상 가지고 다닌단다. 모처럼의 산행 가는 귀한 시간을 나 때문에 허비하면서 말이다.”그때 기다려준 다른 차가 비켜날 수 있는 곳으로 비켜 주려다 보니 그 젊은 친구의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못내 가슴에 남아 있다.

그때 만약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그날의 외 손주를 데리고 오르려던 산행은 포기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바람 재를 지나 토끼 등까지 갔다 오는 시간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걷다 보니 3시간이 다 걸렸다. 그 젊은 이 덕분에 외 손주와 함께 모처럼의 무등산 길로 무사히 다녀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 젊은이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속을 잊히지를 않는다.

요즘 젊은 세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다. “이렇게 좋은 생각 들이 릴레이처럼 퍼져 나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몰려온다.” 요즘 세대에도 이렇게 고마운 젊은이도 있구나 하며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비록 얼굴은 기억은 못 해도 그때의 고마움으로 요즘 젊은이들을 다시 볼게요!

“젊은 사람, 대단히 고마웠어요!” 화이 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