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광범
ㆍ작성일	2018-09-15 12:07

ㆍIP: 175.xxx.143

광안리가 보인다

광안리가 보인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는데 30년은 넘었을 것 같습니다
친구랑 간성에 놀러 간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또 한 명의 친구가 빵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바쁜 친구라 밤이 될 때까지는 함께 술 한잔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지요. 두 녀석이 멋쟁이처럼
양복 차림을 빼입었는데 그래서 속초나 놀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그곳의 이름은 잊혔지만 해안의 작은 공원 같은 곳이었는데 말 그대로 리어카 포장마차
하나가 있었습니다. 술 생각도 나곤 하여서 문 같은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주인네가 서 있는 등 뒤로는 가림막이 없었고 대신 바다 풍경이 벽화처럼 멋지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앉으려는 자리 옆으로 이미 이가씨 두 분이 소주병과 잔을 앞에 놓고 있었고 그러고 보니 혹시 지나가는 사람들이 천막 틈으로 보기라도 한다면 쌍쌍 미팅으로 착각할 만한 분위기여서 참 좋았습니다
주인아주머니의 미모가 둘째가라면 서럽다 할 정도로 첫눈에 몹시 예뻤습니다 그날은 술 마시기도 전에
분위기에 어찌나 취하였던지 어차피 술 마시러 갔던 터라 둘은 주거니 받거니 술 마시었고 거나하게 취기에 오르게 됩니다
세상에 허공도 뭐든 가득하면 감동이 파도처럼 치는구나
마침내 바다에 함박눈이 온통 내리더군요 갈매기가 간혹 조연처럼 지나가며 흘금대며 엿보았는데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었고요. 기다란 방파제 끝에는 빨간색 등대가
외로움을 털어내듯 섰는데 멋들어지게 잘 어울렸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나의 심장을 자꾸 건드리는 탓에 술맛이 미약처럼 몽롱하게 하였습니다. 그런것은 좋았었지요. 턱에 수염이 난 시커먼 사내가 아내를 도와준답시고 얼쩡거리는데 그림이 망쳐집니다. 별생각이 다 뇌리에 난립하던데 마누라가 아깝다 야, 눈이 삐었나 보다,
미녀와 야수가 말이 된다능,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다 보니
지랄 맞게도 내게 불길이 확 치솟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맞았습니다 국경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가 뭔 자격으로 흠모에 끼어들고 자빠졌는지 그 심사를 모르겠다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이 훔쳐 간 내 여자처럼 착각하였고 술에 취하여 오랫동안 미련에 뻗대고 앉아 개기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주인 입장에서야 매상이나 많이 올려 준다면 손님의
하는 짓거리가 얼마나 예뻣을까요. 더벅머리 두 총각이 뭔 돈이 흔하기나 할까요. ? 자리를 죽치고 앉아 쇠주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 댔으니 선녀 같은 아주머니라 해도 속을 뒤집어 보니 뭐든 알겠습니까
아마 두 놈의 상판대기에 분노가 가슴에 불이 확 일었을 것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거리에서 장사하자고 나섰을 것인데 청춘사업을 돕자는 취지는 아니라 하겠습니다 아무려면 숙박업소도 아니었던지라 술값도 다 떨어지고 해서 미안한 느낌도 들고 그 포장마차를 결국은 나서게 됩니다
두 녀석은 지금도 술자리에 앉으면 그때 그 이야기를
가끔 풀어댑니다 생각할수록 멋진 드라마 한 장면이었고
만면에 웃음을 퍼붓게 하는 우리의 이쁜 사건이었답니다

어느 분이 글 숲에서
광안리 전어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 놓으시기에 옛 추억이 몽실 거리며 영화처럼 피어납니다
광안리 바닷가의 포장마차가 눈에 선하게 다가오더니 막 그 시절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저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여러 번 갔었는데 바로 옆 광안리에 가야지 하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허기사 가까운 제주도는 가봤었지만, 일본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를 못한 터라 별일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머리 메모장에 일 번으로 적혀 있어요 담에 꼭 놀러 가 볼 거라고 다짐하기까지 하는 그러는 중이랍니다
그때 속초의 바다는 초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이었는데
단풍잎은 보이지 않았고 함박눈이 해풍에 사선으로 낙엽처럼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글 이광범

정찬열 2018-09-15 21:58	이광범 작가님 안녕하세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들어온 그림들이 옛추억으로 끌여들였군요 한때의 븥잡지 못한 멋진 추억 마음 담아 갑니다. 중추절도 몇일 남지 않았습니다. 항상 편안 하시고 엃마 남지 않은 가을 행사때 뵐수 있기를 청합니다.^ㅋ*^

김상훈 2019-01-01 21:45	이광범 작가님, 1년을 넘게 비운 작가 서재에 들어와 새해인사드립니다. 건강은 필수, 원하는 소망도 필수인 만큼 건강을 필두로 올해는 소망 한 가지라도 꼭 이루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서재에서 다시 뵙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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