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윤경
ㆍ작성일	2019-02-15 09:49

ㆍIP: 124.xxx.63

여행 가서

★여행 가서

우리부부는 미국으로 여행 간 적이 있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생각이 나서 한번 적어 보기로 했다.
우리는 그때 남편친구분의 집에서 몇일 머물고 있을때의 일이다. 하루는 남편이 여행 다니면서 필요한 물품이 있다고 해서 머물고 있는 집과 가까운 쇼핑몰에 걸어서 구경도 할겸 둘이서 가벼운 옷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미국에는 자기 차가 없으면 아주 불편한 것 같았다. 우리는 동네와 가까운 조그마한 쇼핑몰에 들어갔다. 가게가 7개정도가 나란히 붙어 있었고. 들어 가면서 보니 피자가게도, 있고 여러가지 공구와 차부속 파는데도, 있고 세탁소도 있고, 등 등 나란히 사이좋게 붙어 있는 것이 정겨워 보였다. 나는 마침 화장실도 가고 싶고 해서 어디로 들어갈까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마침 남편은 차 부속파는 가게로 들어 가고 나는 이 가게 중에서 어느 가게으로 가서 볼일을 볼까하고 머뭇거리다가 나의 눈에 커다랗게 들어오는 간판이 보였다. 바로 세탁소 였다.
가만히 가게 앞으로 가서 세탁소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앞에 카운터에도, 옆에 바느질하는 곳에도, 아무도 없이 캄캄하게 보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가계가 아직도 문을 열지 않았나 하고는 살며시 가계문을 당겨 보았다.
웬걸 " 띵똥" 하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깜짝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조금후에 창문밖에서 들여다 보니 한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카운터가 있는 안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국말로 "혹시 한국분이세요. "라고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 예 그래요 " 하시면서 예쁜눈망울을 동그랗게 굴리시면서 나를 쳐다 보셨다. 나는 얼른 미안해서 한 마디했다.
" 저는 손님이 아니고요.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들어 왔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또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 아주머니를 바라 보았다.
아주머니는 첫눈에 몹씨나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저 안쪽공장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 그래요. 저기 안쪽으로 큰 기계 뒤로 가면 되요" 라고 하시면서 먼저 안으로 들어 가시고 나는 아주머니 뒤에 따라서 컴컴한 공장속으로 들어 갔다. 넒은 공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주머니 혼자서 옷 정리를 하고 계셨다.
볼일을 보고 공장으로 나오다 보니 아주머니 혼자서 일을 하고 계셨고. 이렇게 큰 세탁소에서 혼자 일 하시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웃으면서 " 감사합니다 ' 라고 말 하면서 공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도 없이 컴컴하게 해 놓고는 혼자서 세탁하고 드라이한 옷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머뭇 거리면서 " 아주머니 혼자 일 하세요.?" 라고 하면서 아주머니 옆으로 다가 셨다.
아주머니는 잠간 눈을 감고 심 호흡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 아니요 .일 하는 사람들이 여러명 있는데 오늘 아무도 나오지 않네요. " 라고 힘없이 말 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나는 왜요 ? 라고 물어면서 아주머니 얼굴을 쳐다 보았다.
아주머니 얼굴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 같았고 정신적인고통 ,그리고 심적고통도 많은 것 같았다. 나는 밝은 목소리로 아주머니 저가 좀 도와 드릴께요 하면서 아주머니가 고르고 있는 바지, 셧츠, 쟈켓, 등등 다 따로 따로 골라서 걸어 두는 장소가 다 달랐다. 아주머니는 그때서야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짓고는 " 어디에 살아요" 라고 물었다. 나는 그냥 웃으면서 " 친구집에 다니러 왔어요" 하고 열심히 아주머니가 하시는데로 보고 일을 도와 드렸다. 남편이 나를 찾아서 세탁소로 들어오고 있었다.
들어오는 남편에게 먼저 집으로 가라고 손짓했다. 남편은 웃으면서 나와 아주머니를 쳐다 보더니 알았다면서 나갈때 아주머니가 나보고 같이 가요. 라고 말 했다. 나는 아주머니 잠시 도와드리고 갈께요. 하면서 같이 일하면서 서로 얘기도 나누면서 조금 친해지는 것같았다. 아주머니는 나보고 " 참 일 손이 빨라요 " 라고 칭찬을 하시면서 그때서야 아주머니는 왜 혼자서 일을 하는지를 말씀 하셨다. 일 하는사람이 다섯사람인데, 카운터보는 사람이 미국여자고 6년이 넘도록 같이 일 해왔는데 주급을 또 올려 달라고 하면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다 합세를 해서 주인을 골탕 먹인다면서 정말 속이 상해서 가게일도 못할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언제 미국에 오셨느냐고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는 곰곰히 되돌아 보시더니 30년이 넘었다고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이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미국생할이 고단하고 모진 세월을 살아오신 것 같아서 마음이 안쓰러웠다.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도 있지만 정말 굽이치는 강물처럼 육신의 고달픔이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심적 고통이 나의 눈에도 보이는 것같았다.
아주머니 말씀이 지금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라고 하시면서 완전히 의도적으로 주인 골탕 먹이는 것 이라고 말 했다. 이렇게 속이 상해도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다면서 눈물을 글썽이셨다.. 낯선 이국땅에서 가슴앓이를 하면서 그동안 겪고 힘들었던 일 들을 말씀하실때 나도 모르게 코를 훌쩍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나의 도움이 조금이라도 필요한 것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옷 세탁하는 기계들이 참 신기했다. 아주머니는 혼자서 손님이 들어 오고 나갈때는 일 손을 멈추고 카운터로 급하게 뛰어 다니면서 가게일을 혼자서 보고 계셨다.
나는 다시 한번 공장안를 둘러보았다. 일 할 것이 여기 저기 많았다. 나는 무엇이 든지 도와 드리고 싶었다. 바지 다립질 하는 기계 만지는 법도 배워서 다렸고 이것 저것 도와 드리고 늦게 까지 일 하는데 남편이 걱정이 되어서 인지 세탁소로 다시찾아 오셨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서로 안부도 물으면서, 가끔 미국에 살고있는 아들집에 갈때는 꼭 들려서 식사도 같이 하면서 그때에 힘 들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지금 아주머니 연세가 80이 넘었지만 아주 곱게 늙어가는 것같아서 보기가 좋았다. 정말 인간관계가 참 소중하다고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나도 꽤나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미소 짓곤 한다.

[출처] ★여행 가서 .|작성자 뜬 구름 인생

김경렬 2019-02-16 10:47	여행중에 일화를 펼치셨네요. 때마침 동포를 만나 멋진 봉사를 하시며 끈끈한 인연을 엮으신 작가님의 따뜻한 배려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필 작가 서재는 단출한 모임방입니다. 방문을 하시며 문우의 정을 쌓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 양산하시며서재에 문향이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2019-02-17 01:10	ㅎㅎㅎ, 마지막 글귀가 참 좋습니다. 나도 꽤 괜찮은 여자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 아마 그 분이 바로 그 느낌 때문에 오늘날까지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스크롤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아니지, 읽는 저희들이 축하 받을 일입니다. ^^ 이제 좀 더 활동하시다가 다른 작가님 방에도 방문하셔서 인사도 나누고 흔적도 남기는 일만 하시면 될 듯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살기 좋은 이란땅

아기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