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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3-09 11:11
ㆍIP: 180.xxx.102
소설 - 진 혼 곡 (鎭魂曲 ) 8
대물림 2

 삶이 고되고 힘들어도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가을 찬 바람이 살살 불어오던 날 달빛이 고요한 야산 골짜기에서 덩덩 덩더꿍 챙챙챙 날카로운 금속성 이울려 퍼지고 있다.
둥근 모자에 새털의 깃을 머리에 꽂은 무녀가 겅중겅중 뛰어오르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재단 아래 둥그런 멍석 위에는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눈물이 범벅이 되어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은 합장하고 연신 손을 비벼대며 빌고 있다.
내림굿이 진행되고 있었다.
저주받을 운명처럼 그러나 피해 갈 수 없는 대물림이 시작된 것이다.

 병원을 나와 전셋집을 정리하고 퇴직금들을 챙겨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선왕조의 각종 문헌뿐만 아니라 본인의 뿌리를 찾아서 호족등본을 떼고 그 윗대의 호적을 추적하여 예 조상들의 재산을 찾아야 한다며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로 전국을 떠돌며 유랑생활을 했다.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집착의 세월을 살면서 몸은 나날이 야위어지고 돈은 돈대로 다 써버렸고 그나마 정신마저 혼미해지면서 며칠씩 앓아눕곤 했다.
그래도 한때는 정신을 차리고 살아 보자고 마음을 먹고 남자라도 만나면
괜찮아지려나, 하는 마음에 남자도 사귀어 보았다.
어머니 강씨댁을 닮아 호리호리한 몸매에 예쁜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남자들도 호의적으로 대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돌말 행동이나 혼자서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린다든지 기이한 행동을 하면 모두 혼비백산하고 달아나 버리기 일쑤였다.

 온몸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면 언제나 그곳에는 고깔모자에 새의 깃털을 달고 춤을 추고 있는 어머니 강씨댁 보였다.
꿈에 어머니가 보이는 날이면 영락없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하루를 죽은 목숨으로 지내야 했다.
변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면 거울 속에는 본인은 없고 무녀 강씨댁의 모습이 거울에 있었다.
진저리가 쳐지도록 싫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어머니의 신딸을 찾아갔다.
신딸은 제법 커다란 건물에 어머니 강씨댁보다 신당도 크게 차려 놓고 영의 기운이 흘러넘쳤다.
“에구, 이것이 민숙이 아닌감. 어째 이제야 나타났는가?”
“나는,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니까.”
“이런, 얼굴이며 몸 상한 것 좀 보게.”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으며 신딸은 너스레를 떨며 그래 “어쩔 수 없는 것이여 어쩔 수 없고말고. 우리 신 엄니가 씨였구먼, 대물림된 것이여 에그 쯧쯧.” 하면서 혀를 찼다.

 신딸과 몇 날 며칠을 생활했다.
신령님이 점지해준 날에 내림굿을 해야 하고 백일기도를 드리고 밤낮으로 치성을 드려야 한다며 몇 날 며칠을 기도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이 바로 신령님이 점지해준 날이다.
장구 소리 징 소리가 커질수록 천근만근이었던 몸이 깃털같이 가벼워지는 것이 하늘을 날 것 같다.
방울 소리가 딸랑딸랑 허공에서 부딪치며 소맷자락이 펄럭펄럭 바람을 일으키며 울음을 삼키다, 흐느끼다 통곡을 하며 한을 토해내며 울부짖고 있었다. 학창시절 그려대던 각종 부적이 하늘에서 눈처럼 내린다.
세상의 업보들을 피해 가려 하면 할수록 부적들이 더 많이 날아와 온몸에 달라붙고 몸을 꽁꽁 묶어 움직일 수가 없다.

 어머니 무녀의 피가 강물처럼 흘러 긴 울음소리와 함께 몸으로 흘러들어오며 혼백의 대물림으로 내 혼 야 어쩔 것이여~ 내 혼 이이야 어쩔 것이냐~ 노랫소리 방울 소리와 함께 무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렇게 창피하고 저주하고 싫어했던 무당이 된 것이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몸을 따라 사방으로 튀며 시퍼런 작두 위에 떨어져 내렸다.
작두의 시퍼런 칼날 위를 오르는 맨발이 외롭고 서럽다.
어머니 신딸에 신딸이 된 민숙은 그렇게 무녀가 되었다.
이름아이콘 장선희
2020-03-09 12:26
회원사진 		이도연 소설작가님 대물림으로
딸도 신딸이 되어버렸네요
진저리 나도록 어머니가 싫었지만
무녀 어머니를 보며 자란 딸은 아마
익숙해 지는 데는 다른 신딸보다 나을 것 같네요
굿을하며 한을 풀어가는 인생일 테지요
계속 그 딸에 대한 인생이 궁금해집니다

요즘 점점 커져가는 바이러스감염에
그래도 건강 조심하시고 활기찬 월요일
한주 시작하는 날 되시길 바래봅니다.
이도연 장선희 소설가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봄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코로나를 맑끔하게 싯겨
데리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3/10 09:34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3-10 00:07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올려주신"진혼곡-8[대물림]"
흔히 기가 쌔서 그렇다는둥 신이 내렸다는둥 현실에서도
주위에서  특히 어릴적에 가끔 들었습니다.

"어머니 무녀의 피가 강물처럼 흘러 긴 울음소리와 함께
몸으로 흘러들어오며 혼백의 대물림으로 내 혼 야 어쩔
것이여~ 내 혼 이이야 어쩔 것이냐~ 노랫소리 방울
소리와 함께 무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렇게 창피하고 저주하고 싫어했던 무당이 된 것이다.
내공깊게 올려주신 진 혼 곡 (鎭魂曲 ) -9 가 기다려 집니다.
우환 코로나 바이러스19의 불안이 날로 커지는 이때에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고 평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이도연 정찬열 이사님 고맙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코로나로 나라가 온 통 뒤숭숭합니다.
건강에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3/10 09:36
   
이름아이콘 전병일
2020-03-13 06:25
회원사진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두의 시퍼런 칼날 위를 오르는 맨발이 외롭고 서럽다.
어머니 신딸에 신딸이 된 민숙은 그렇게 무녀가 되었다.
대물려진 신딸 그 피는 버릴수 없었나 봅니다

과거 가끔은 귀신이 들어 왔다고 굿하는 광경을 보기도 했어죠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아무튼 맨발로 작두를 타는것을 보면
신기의 힘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대물림2 잘 배람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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