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2-11 14:17

ㆍIP: 180.xxx.102

소설 - 진 혼 곡 (鎭魂曲 ) 4

신의 저주

해가 서산마루에 기울고 어스름한 달밤이 어둠을 밝힐 무렵 달동네 언덕 위에 소란스러운 싸움이 벌어졌다
밥상이 하늘을 나르고 음식물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강씨댁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앞마당까지 그릇이 깨지고 나둥그러지고 음식물들이 벽에서 흘러내렸다.
강씨댁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제 한 가정을 이루고 작게나마 삶의 목표가 생기고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왔건만 운명은 그를 가만 놓아두지 않았다.

비탈길이 골목길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치고받고 각목이 부러지고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사람들은 두려워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구경만 할 뿐 아무도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싸움의 중심에 배가가 있었다.
낮에 막일을 나갔다가 낮술을 먹고 현장 책임자를 두들겨 패서 팔이 부러지고 갈비가 세대나 부러졌다.
현장 다른 인부들이 그 일 때문에 모두 잘리게 생겼다고 화가 나서 여기까지 몰려와서 온 동네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일로 배가는 경찰서에 끌려가 철창신세를 지고 합이 금액이 너무 많아 제대로 합의가 안 되어 결국 일 년 넘게 콩밥을 먹고 나왔다.

그 이후 배가는 또다시 포악을 떨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밥상을 차고 던지고 무슨 년이 돈이 아까워서 합의를 안 해서 서방을 안 빼주고 콩밥을 먹였다는 파렴치한 년이라는 것이다.
“나쁜 년! 나쁜 년!”
배가한테는 일 년 넘게 철창신세를 진 것은 모두 강씨댁 때문인 것이다.
원망의 발길질과 자기 자신에 대한 학대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강씨댁은 배가가 술에 취해서 들어올 때면 아이들을 피신시키느라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닥치는 대로 부수고 아이들까지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혀를 차고 안쓰러워했지만, 선뜻 아이들을 맡아 주지도 못했다.
배가한테 들키면 경을 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운명은 강씨댁을 그렇게 또 벼랑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제는 또다시 갈 곳이 없어졌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또다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
배가는 그 이후로도 몇 번을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강씨댁은 배가의 폭력에 시달려 이사를 몇 차례나 다녔는지 셀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배가와 소식이 끊기며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조그마한 가게를 얻어 두 자식과 행복하게 살아 보겠다던 소박한 꿈도 아니 일어설 힘조차 없는 껍데기만 남았다.
삶의 희망이자 의지였던 아이들마저도 돌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삶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 진공 상태가 되면서 이제는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 산에 노을이 구름과 바다를 유난히 붉게 물들다 바다 깊이 침몰하며 밤이 깊어 간다. 커다란 사당이 보이고 요란하게 울려는 징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내 몸이 장구가 되어 머리 위로 두둥둥 두 둥 소리를 냈다.
눈을 감으면 더욱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까만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귀청을 찢어대는 징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징 징 징 울리는 금속성의 소리는 최면을 걸듯 귓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맴돌다 장구 소리가 또다시 들리고 피리 소리가 삐리리 고막을 가르며 가늘고 높은 파열음을 내며 요란스럽게 들리더니 소리가 점차 어둠의 끝에서 사라지면서 갑자기 모든 빛이 일순간 자취를 감추고 소리도 고요하게 어둠의 장막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그리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보이는 것도 없는 암흑의 세상 밑에서 허우적거리다 기억이 사라지고 정신은 무아지경에 이르고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물방울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한 방울씩 하늘 끝에 매달린 그 무엇인가 뾰족한 끝에서 조금씩 천천히 물, 기운이 스며 나오더니 둥그런 모습으로 물방울이 점점 커졌다.
힘없는 동공에 맺힌 투명하고 맑은 물방울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천천히 뾰족한 끝에 모이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변 하던 물방울이 몸 위로 사정없이 내려앉는다.
풍덩 풍덩 마치 물 폭탄이 떨어지는 듯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온몸을 적시며 이내 커다란 물구덩이에 뜨거운 물이 온몸을 적시어 질퍽거리며 물인지 땀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확실한 것은 물속에 몸이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어디론가 떠밀려 가고 있다.
물속 깊은 곳에 한참을 가라앉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다.
어둠 저 끝에서 딸랑딸랑 깊은 물 속인 것 같기도 하고 수면 위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방울 소리가 아득한 곳에서부터 점차 울림소리가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처음 한 개의 방울이 딸랑딸랑 울릴 때는 예쁘고 귀엽다고 청아한 소리가 듣기 좋다고 손뼉을 치고 있다.
방울은 한 개가 아니다 두 개, 세 개, 네 개, 점차 기괴한 소리로 흔들어 가며 진동 소리가 하늘을 울리는듯하며 검은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딸랑딸랑 울리는 방울 소리는 이미 온몸을 사로잡고 있으며 길게 누워있는 강씨댁의 머리 위에 파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던 쪽 창문에 어스름하게 빛이 보이는가 싶다 느끼자 이내 빛의 입자들이 사라지면서 어둠의 골짜기로 발길을 돌려 이름 모를 숲속을 걷고 있다.
한 올의 숨결도 남기지 않고 온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던 육신의 혈관 속에 뜨거운 피가 링거의 수액이 들어가듯 몸으로 스미고 스멀스멀 꿈틀거리는 벌레가 기어가듯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힘이 들어가며 팽창하는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상승하는 기운이 넘쳐 모터가 힘차게 동작을 하듯 펌프질하며 혈관을 타고 흘렀다.
순간 알 수 없는 에너지와 불꽃이 온몸을 감싸며 방울 소리와 징 소리 북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덩덩 덩더꿍 몸이 용수철 튀듯 튀어 오르고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꿈속에서 악몽에 시달렸는지 모르겠다.
강씨댁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비록 세파에 찌들어 여위고 파리하지만 그래도 바탕은 예쁜 얼굴이었었는데 머리칼은 기름기 하나 없이 메마른 나뭇잎 같고 눈은 움푹 폐여 누구라도 바로 달려들어 잡아먹을 듯이 번뜩이고 갸름한 얼굴에 볼살이 말라 패이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것이 영락없이 귀신의 몰골이 되어 버렸다.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어찌 되었든 살아 보려고 몸부림쳐 보았지만, 끊임없이 시름시름 알아가고 눈을 감으면 삼지창을 든 사천왕이 붉은 혀를 널름거리고 뜨거운 불을 뿜으며 달려들곤 했다.

언제부터인가 강씨댁의 판자촌 대문 입구에는 높은 대나무에 하얀색 빨간색 깃발이 대나무에 매달려 휘날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인가는 태극기가 펄럭이기도 했다.
하얀색 빨간색 깃발이 함께 펄럭이던 그 날은 국경일도 아무 날도 아니다.
용왕님 산신님을 모시고 태극기가 펄럭이는 날에는 국조이신 단군을 모시는 날이기도 했다.
병약해질 때로 허약해지면서 오랜 무병을 앓고 그것을 이겨 보려고 아이들을 끌어안고 통곡하고 오열하였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평상시에는 하얀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었고 머리에는 하얀 띠를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집안 한쪽에는 제단을 만들었다.
벽면에는 호랑이를 타고 가는 산신님의 탱화가 있고 그 옆에는 바닷속 용왕님이 잉어를 타고 가는 형상으로 자리를 잡고 인간들을 한쪽 발로 밟고 있는 사천왕상 한쪽에는 인자한 약사여래 보살상도 있다.
정중앙에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고 양옆으로 동자승과 산신령 같은 불상들이 앉아 있다.
단상 위에는 사탕이며 과자들이 잔뜩 올려 진상을 해 놓았고 좌. 우측에는 빨갛고 파란 깃발이 달린 무시무시한 창이며 커다란 칼들이 세워져 있다.
오랜 무병 끝에 거스를 수 없는 운명으로 무당이 되어있었다.

무녀 강씨댁은 한평생 꽃다운 나이에 청춘의 꽃봉오리는 무참히 부러지고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하고 팽개치듯 구겨져 버린 한만은 시름을 무녀의 한으로 풀어 가고 있다.
얼굴에서도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으며 가냘프고 예쁘던 모습은 그림자만 남아 있고 얼굴에 목에 인생의 계급장처럼 주름이 늘어나고 있었다.
옥구슬처럼 낭랑하던 목소리는 걸걸하게 변해서 목소리 끝에서 그륵 그르륵 하며 뻑뻑한 벽을 긁는 소리가 났다.
통으로 돼지를 잡아 커다란 칼을 꽂아 마당에다 던져 놓고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는 돼지 주변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신명 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때로는 북소리 징 소리에 맞추어 하늘 높이 솟아오르듯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어디에서 저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하얀 무명천 조각 사이를 춤추듯 뛰어가며 몸으로 천을 가르고 시퍼런 칼날이 번득이는 작두 위에서도 서슴없이 맨발을 벋고 올라간다.

한영택

2020-02-11 16:49

서재 첫 방문 인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설 ‘진혼곡 4’ 작가님의 글 잘 읽어봅니다.
작가 서재에 첫 발 디디다 보니 좀 더 적응해야 할 거 같습니다
좋은 글로 많은 사랑 받기를 바랍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생활에 불편이 큽니다
해마다 삶을 위협하는 새로운 질병이 극성을 부리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건필하십시오
이도연 작가님.


이도연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격려의 말씁에 힘을 내봅니다	2/12 09:49

김상훈

2020-02-11 18:04

방문이 뜸했던 점 우선 죄송하고요.
명절 연휴 마치 감옥에 있는 것처럼
입원했다가 며칠 전에 퇴원했습니다.

지금도 몸은 그닥 좋은 편은 아닌데
처음부터 읽지 못했던 것이 큰 원인기도 합니다.

앞으로 수필촌에서 많은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1편부터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일단 몸 좀 추스리겠습니다.


이도연	위원장님 몸도 성치 않으신데 방문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 겠습니다. 어서 빨리 건강을 회복 하셔서 왕성한 활동을 기대 해봅니다.	2/12 09:51

정찬열

2020-02-11 23:37

안녕하세요
먼저 소설 작가로 등단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건강상 일개월정도 서재를 들르지 못해 이제야
"진혼곡 -4편" 감동깊게 배독했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작가님의 글을 회람하렵니다.
좋은글 많이 쓰시고 승필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이도연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부족한 첫 발을 축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12 09:52

김상화

2020-02-12 00:53

반갑습니다. 이도연 소설 작가님
강씨가 열심히 살려 했는데 또 큰 풍파를 겪는군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신기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경을 헤매고 있는 듯합니다
아름답고 멋진 글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도연	김상화 작가님 고맙습니다. 사람의 삶이 언제나 직선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고 곡선도 있고 막다른 길도 있는 듯합니다 강씨댁의 길이 어디로 나아갈지 지켜 봐야 할 것같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12 09:54

전병일

2020-02-12 09:08

작가님 안녕하세요
진혼곡4 어쩌면 실날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전개되는
이야기 잘 배람하였습니다

소설작가로 등단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인작가님들이 오셔서 서재의 불이 꺼질날이 없는것 같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나머지편 배독하도록 하겠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한 시간 되시고 건강하세요~~^^


이도연	전병일 작가님 인사드립니다. 부족한 걸음에 축하해 주셔서 힘이 납니다. 신인처럼 쓰고 신인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가 내리는 우요일 입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2/12 09:57

김종덕 2020-02-12 13:44	이도연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언젠가처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정교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좋은 작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장선희 2020-02-12 18:55	이도연 작가님 소설 내용이 벌써 이만큼 진행되었네요 강씨댁이 무녀가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 흥미롭고 기대됩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떻하든 살아내야 하는 어머니 어머니는 용감하고 위대하지요 무녀가 되어 일하면서 자신을 위해 스트레스도 풀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배가 놈은 감방에서 평생을 못 나왔으면 좋겠고 강씨댁의 해피엔딩을 꿈꾸어봅니다.

소설 - 진 혼 곡 (鎭魂曲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