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3-27 18:24

ㆍIP: 110.xxx.89

페이스메이커 4(영덕)

페이스메이커 4(영덕)

한영택

여름이면 꼭 한 번씩 피서 겸 달리기 여행을 떠난다. 영덕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대회 신청과 함께 회원 중 한 명이 지인을 통해 예약해 둔 숙소 경북 영덕군 병곡면 소재 경상북도교육청해양수련원이다. 대회 전날 12명이 먼저 출발하고 외박이 어려운 나머지 8명의 회원은 대회 당일 출발해 행사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숙박비 무료에 회원 1인당 2만 원으로 차량비와 식비를 해결하니 이보다 더 부담 없는 여행이 어디 있을까? 다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후 4시에 대구에서 출발, 저녁 6시 30분경 숙소에 도착했다. 남녀 각각 정해진 방(남 315호, 여 316호)에 짐을 내려놓고, 남자 방에서 저녁 식사를 서두른다. 주방시설까지 갖춰져 있기에 출발 전 여성회원이 미리 장을 봐서 가져온 횟감과 음식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해 둘러앉아 먹는 즐거움은 그야말로 한 가족이 피서 온 기분이다. 식사 후 몸도 풀 겸 해변 길을 일행과 같이 잠시 달리니 별빛 총총한 고요한 밤에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 귓가에 맴돌았다. 가로등 불빛은 고래불해수욕장을 밝혀주고 도란도란 영덕에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대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끝내고 짐을 챙겨 대회장으로 이동한다. 대회장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한쪽 부스에선 국가대표 이봉주 선수가 참가자에게 팬 사인을 해주기에 바쁘다. 새벽 일찍 출발한 일행이 도착한 모양이다. 전날 먼저 온 일행과 합류해 해당 부스에 짐을 내려놓고 각자 경기 준비에 바쁘다.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끼었지만, 땡볕에 달리기보다는 좋은 날이다. 5,000여 명의 마라토너들이 함께하는 영덕 로하스해변마라톤대회는 풀코스를 시작으로 하프, 10km로 이어지는데, 당초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대회장에 오니 성군이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페이스메이커를 했지만, 성군이 제법 성숙했는지 이젠 혼자서도 잘만 뛴다기에 정말일까? 했는데, 혼자 제자리를 찾아가고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잘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 처음부터 같이 뛰려 했지만, 경기 전에 약속한 게 있어 난 1분 뒤에 출발하기로 했다. 10km 출발 선상에서 경기 진행자 배동성이 최연소 김성군 군에 대한 소개를 상세히 하자 참가자 모두는 귀가 쫑긋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성군이는 어른들 틈 사이에 끼어 거침없이 달려간다.

구름 잔뜩 낀 사이로 뜨거운 열기가 내리쬐는 듯 달리는 참가자들의 몸에는 금방 땀방울로 적셔온다. 1km 지점에서 감독님은 뛰는 회원들을 체크하며 동영상과 사진 찍기에 바쁘기만 하다. 옆으로 스쳐 지나치는데, ‘성군이 저기 앞에 갔어요. 빨리 따라잡으세요.’ 하며 뛰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더운 날씨라 탈수가 심해 2.5km 지점마다 설치한 식수대에서는 꼭 물을 마셔야 한다. 성군이를 따라잡으려는 일념에 조금씩 속력을 내어 빠르게 달려가지만, 거리 차이가 있어서인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근 6개월 동안 성군이와 같이 운동한 적도 없고 해서, 설마 했었는데, 그사이 엄청나게 실력이 향상된 거 같다.

고래불해수욕장 해안 길옆에는 푸른 송림과 갈대밭으로 이어지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는 거세기만 하다. 백사장엔 갯메꽃 초록 잎줄기가 듬성듬성 길에 늘어져 있었다. 대진해수욕장 마을회관 앞 반환점으로 향하는데 드디어 반환점을 돌아오는 성군이가 보인다. 떨어진 거리 100m 정도 빨리 잡아야 한다. 이윽고 5.5km 지점에서 성군이와 같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웬일 성군이는 나를 보고 자꾸만 앞서가라 한다. 같이 뛰면 힘들어서인지 20~30m 앞서 뛰어가면 얼마 후 내 옆에 와 뛰고 있고, 또 앞서가면 얼마 후 다시 내 옆에 와 뛰어가길 세 차례, 엄청나게 놀랬다. 작년에까지만 해도 살살 달래가며 뛰었는데. 이젠 마음대로 속도를 냈다 줄였다 하니 말이다.

골인 1km 지점 앞에서 감독님이 마중 나와 성군이를 독려하기 시작한다. 재촉하는 호루라기 소리에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이에 뒤질세라 보폭을 넓히며 따라가는데, 골인지점 100m 앞에선 초고속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터져 나온다. 다다다다다~~~~ 골인점을 통과하기 무섭게 이번엔 성군이가 길바닥에 그냥 누워버린다. 놀라 재빨리 가슴에 손을 얹고 눌러주고 있는데, 마지막 질주의 순간을 지켜보던 국가대표 이봉주 선수 급하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자 벌떡 일어난다. 아무 일 없었듯이, 또 금방 헤헤 웃는다. 아~~~ 정말 대단하다. 어린 나이 이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저런 엄청난 지구력과 순간의 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을까? 정말 특별한 유전자를 타고나서인가? 암튼 연구대상이라고 고개 갸우뚱하며 훗날 크게 성장할 것임이 틀림이 없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기록 10km 48분 25초 정말 대단하다.

경기 후 매년 대회주최 측이 제공하는 해상물놀이(제트스키와 바나나 보트 타기)가 예정되었으나, 파도가 너무 거센 관계로 이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기회를 놓칠세라 일행과 바닷물에 첨벙첨벙 물놀이를 즐겼고, 명사십리 하얀 모래밭에 앉아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파도 / 한영택

끝없이 철썩이는
그건 뜨거운 사랑이다

밀려와 부서지는
그건 애틋한 마음이다

왔다가 멀어지는
그건 훗날의 그리움이다

끝없이 철썩이고
밀려와 부서지고
왔다가 멀어지는

아~~~ 임이여!

영덕 로하스해변마라톤대회 (19.07.07)

전병일

2020-03-27 22:44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페이스메이커4 (영덕)
오늘도 성균이와 함께 하였군요
이봉조 선수도 만나고 제트스키와 보트타기는 못했지만
경기후 명사심리 모래밭 파도에 몸을 태웠다니
피로가 저멀리 달아나 겠네요?
연구대상인 성균이 더큰 선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없이 철썩이고
밀려와 부서지고
왔다가 멀어지는
파도~~~~~~~~~~~~아 임이여
멋진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


한영택	전병일 작가님 반갑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영덕 대회에는 이봉주 선수가 꼭 온답니다 제트스키 등은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언제나 이용할 수 있지만, 여름날은 변덕이 심하니 햇빛 쨍쨍하고 좋아야 제대로 즐기지요 바닷물이나 백사장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코로나19’로 무척이나 힘든 3월을 보냈습니다 평안을 찾고 4월엔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3/31 21:38

김상화

2020-03-28 06:38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페이스메이커4 (영덕)에서의 마라톤 대회가 참 멋지네요
해변 마라톤이라 파란 물이 넘실대는 바다를 끼고 뛰니
얼마나 흐뭇했을까요?
상상만 해도 즐거움이 폭발을 합니다.
영덕에서의 마라토너들과 싱싱한 회 맛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을 겁니다.
성균이가 6개월 만에 모았지만, 많이 자랐나 봅니다.
또 마라톤 실력도 많이 성장이 되었고요
작가님께서는 누구보다도 흐뭇했겠습니다

한영택 작가님
코로나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참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코로나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한영택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영리, 덕천해수욕장까지 명사이십리 입니다. 고래불로 해안 길 따라 푸른 송림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참 좋습니다 장만해온 횟감과 음식을 둘러앉아 먹으니 더 꿀맛이었지요. ㅎㅎㅎ 성군이 거의 매일같이 연습하니 많이 성장했나 봅니다 ‘코로나19’로 무척이나 힘든 3월을 보냈습니다 평안을 찾고 4월엔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3/31 21:44

김종덕

2020-03-28 18:50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마라토너이시네요. 전국을 돌면서 좋은 경치 구경을 달리면서 하시니 더욱 즐겁고 기분 업되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한영택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여러 곳의 대회를 다니다 보면 볼 것도 많습니다 합천벚꽃마라톤, 영덕해변마라톤, 사천노을마라톤, 충주호반마라톤 등등 각 대회마다 철 따라 달리하는 풍광을 보며 달릴 수 있답니다 체력이 따라주고 달릴 수 있을 때 많이 해야겠습니다 ‘코로나19’로 무척이나 힘든 3월을 보냈습니다 평안을 찾고 4월엔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3/31 21:50

정찬열

2020-03-29 07:02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1
경북 영덕에서의"페이스메이커-4"을 보면서
영덕에서 해병대 해안 방어 3개월이 되살아 나면서.
작가님의 해병대 저력이 살아 숨쉬는 것같아 고맙기만 합니다.

열정으로 앞날이 보이는 '성균'군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 소식 항상 건강 하시고 알찬 4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영택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영덕에서 해안방어로 복무하신 적 있으셨군요 하늘에서, 바다에서, 땅에서 해병은 전천후가 되어야겠습니다 성군이를 감독님이 꾸준하게 훈련시키니 잘하는 거 같네요 ‘코로나19’로 무척이나 힘든 3월을 보냈습니다 평안을 찾고 4월엔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3/31 21:55

페이스메이커 5(옥천)

페이스메이커 3(목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