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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23 16:47
ㆍIP: 119.xxx.38
화투를 아십니까?
-화투를 아십니까?-

  권영심 ( 2022 , 1 , 23 )

요즘 티비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어릴 때, 아니 기억하기론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티비에서 화투를 보는 것은, 주부도박단이라거나 뉴스에서 도박의 주범으로 등장하거나 등등이었다.
국민의 오락이라고 말할 만큼 못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도 인터넷
으로 화투를 접한다고 한다.
울 아버지는 딸들인 우리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될 세 가지를 금지시켰는데
화투,욕,거짓말이었다.
그중 욕과 거짓말은 가끔 하는데 전혀 못하는 것이 있으니 화투치기이다.
화투의 이름도 모를 뿐더러 48장을 다 쥐지도 못해 쩔쩔맨다.
화투를 못 친다고 하면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내가 화투를 만지는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믿는다.
나는 여자치고는 손이 큰 편인데, 화투
한 몫을 쥐지 못해 어쩔줄 모르는 모습 을 보고 뒤로 넘어가며 웃는다.
화투판에는 어지간히 끼어 보기는 했다.
아버지가 시장 상인들과 화투를 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상인들은 많이
즐겼다.
그러나 여자들이 화투에 몰두하는 모습 은 그다지 못 보았는데 신문이나 방송에
주부도박단의 모습은 정말 세상에서
몹쓸 망종들이었다.

결혼하고 이사를 갔는데 동네의 몇 몇 주부들이 매일 화투를 쳤는데 내 눈엔 정말 신기하게 보였다.
설겆이도 뒤로 미루고 저녁이 다 될 때
까지 몇 천원을 가지고 줄기차게 치는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저렇게 재미날까?
가끔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서로
욕들을 하면서 두 번 다시는 안 볼 것 처
럼 외면하지만 웬걸 ,다음날 아침이면
하하호호 모인다.
그녀들은 내게 화투를 가르치려 무진
공을 들였다.
머리가 그리 나쁜 것도 아니건만 화투의 갖가지 방식은  내게는 너무나 어려워 도리질을 치고 만다.
- 희안하데이 ,니는 그리 두껍고 어러븐
책도 끼고 살믄서 이까짓끼 뭐 그리 어
러바서 못 하노? 니는 우리를 깔보는
기라 .맨날 화투나 치고 논다고 깔보니 께니 배울 생각이 없는 기라 -

그렇다고 화투판에 야예 끼지를 않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화투판의 그 피 튀기는(?) 싸움질이 재밋어 구경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제법 큰 돈이 오가는 화투판도 많이 보았고 그럴 때 만나지는 사람들의 갖가
지 모습은 정말 대략 난감이다.
화투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딱지치기로 꽃패 즉 하나후라고 한다.
16세기 후반 일본이 개항하여 포르투칼 과 무역을 시작한 이래 선교사들이 여러 가지를 들여 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트럼프였다.
이 트럼프는 순식간에 일본 전역으로 퍼져 막부에서는 금지령이 내려지고 도박 사범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이미 맛들인 손맛을 그만 둘
수 있었을까?
모방의 천재인 일본인들은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린 카드를 만들어 내었는데 꽃 점을 친다는 핑계를 대고 꽃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린 꽃 패 딱지였다.

12패의 종류는 월을 나타내고, 달과 일 을 나타내는 48장으로 만들어져서 점을 치기에 손색이 없어 화투점은 할머니들 의  재미중의 하나이다.
화투점도 그 종류가 수없이 많다고 하는
데 하나도 못 배웠다.
무엇보다 화투 한 장마다의 이름과 월, 일을 알아야 하는데 나는 하나 가르치면
둘을 까먹는다.
사실은 나의 특징중의 하나인데 관심이
없는 것은 바보에 가까울 정도로 모르쇠
하는 것이다.
이 화투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일제 강점기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조선 후기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는 가설이
있다.
일본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부터 암암 리에 퍼졌다는 것이다.
놀고 투전하는 것에 한강토인들을 빼면
섭섭할 정도니 유행됨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 사람들이 아주 오래
전 부터 화투에 손맛을 들였다는 말이
된다.
화투를 치는 남자들도 그 때는 일본말을
많이 썼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1950년대 이후부터 정부의 화투 추방 노력은 심화되어 심심하면 뉴스꺼리가 되었다.
농촌에서 농한기가 되면 전국의 타짜들
이 몰려가서, 힘들게 수확한 농산물의 댓가와 땅까지 뺏기는 일이 수없이 많이
일어났었다.
이제 그런 일은 전문 도박단의 일 정도
로 인식되고 화투를 대신하는 도박의
종류는 더 광범위하게 많아졌다.
화투 그림에 나타난 왜색과 도박의 중독 성을 없애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전혀 소용없게 된 것은 오래 전이다.
화투는 이제 국민 오락으로 티비에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각종 예능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내기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웃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으면서도 여러 생각들이 들 수
밖에 없다.
화투를 치면 치매까지도 예방한다고
가르치는 세상에 내가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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